여러분은 지금까지 3편의 샤프산에서 보고 만난 사람들에 대한 포스팅을 읽으셨습니다.
이글을 처음 읽으시는 분은 얼른 아래의 글 3개을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거 같습니다.^^
멋진풍경이있는잘츠캄머굿샤프산
http://jinny1970.tistory.com/1514
샤프산 정상에서 만났던 한국사람
http://jinny1970.tistory.com/1517
아무데서나 옷 벗는 유럽인
이제 그 대망의 마지막 편입니다.
올라 가는 것을 보셨으니 이제 내려가는 것도 보셔야죠?^^
저희가 주차를 하고 출발한 곳에서 샤프산 정상까지 가는 소요시간이 3시간 15분이라는 이정표의 안내시간과는 별도로 저희는 중간에 더 많이 쉬었던 관계로 4시간은 더 걸린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정상에 가면 최소 1시간은 앉아서 구경을 하고, 간식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산(시간은 대충 대충 2시간 30분 예상)하게 된 시간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한 시간 부지런히 내려오니 중간에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볼프강쎄로 갈수도 있고, 아터쎄 쪽으로 갈 수도 있죠.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가야 우리가 출발했던 주차장이 나오게 되는데, 남편은 자꾸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 차까지는 겨우 1시간 30분이면 되는 시간인데, 남편이 가리키는 방향은 엉뚱한 곳!
마눌이 되서 자꾸 남편에게 반항하면 안 되니 남편 뒤를 따라가면서 마눌이 한마디 했습니다.
“가자니까 가기는 하겠는데, 당신이 가자고 하는 방향은 돌아가는 길이야.
다른 동네가 나올 껄?”
“아니야, 내가 전에 이 지역 자전거 타고 다녀서 잘 알거든.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와, 거기서 다시 우회전 하면 우리 차가 있는 곳이 나올 꺼야.”
그렇게 저희는 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파란선은 우리가 올라갔던 길, 빨간선은 우리가 내려온 길입니다.^^;
우리가 출발한 곳과는 완전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심하게 불안했지만 남편의 한마디를 믿었습니다.
“혹시 St.Wolfgang생볼프강 지역에 나오면 우리 차 있는데 까지 배타고 가면 되지 뭐!”
아하~ 이번 기회에 볼프강 쎄를 오가는 배도 타볼 수 있다니 별로 나쁜 조건은 아닌 거 같습니다.^^
걸어서 한참을 내려가도 남편이 말하는 갈림길은 나오지 않습니다.
갈림길에서 우리차가 있는 곳까지는 1시간30분이면 되는 거리였는데, 우리 차 방향으로 갔었다면 벌써 우리 차에 도달했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갈림길도, 동네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마눌이 한마디 하게 되죠!
“남편, 내가 뭐랬어? 그냥 아는 길로 가자고 했지? 갈림길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쪽 길은 산위로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다니는 바로 옆길이라 인적도 드물어서 물어볼 때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하산하는 사람들뿐이지 이 시간에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없는 거죠!
올라갈 때 걸린 시간 4시간에 내려오면서 이미 2시간이 넘은지라 중년의 아낙은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쯤에 발견한 이정표 하나!
“Aschinger 아슁거 ⇨”
마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가 주장하는 방향으로 왔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 당도하니, 남편도 당황을 한 거 같으니 일단은 남편이 어찌하려는지 물어봤습니다.
“여기서 더 내려가서 생 볼프강 에서 배타고 St.Gilgen으로 갈꺼야?”
(이렇게 되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죠. 아끼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남편에게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우리차가 있는 곳이 나올꺼야!”
남편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아슁거 방향으로 마눌의 손을 끌어당깁니다.
걸어가시겠다는 의미인거죠!
그래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었습니다. 작은 산도 두어개 넘어 가면서 말이죠.
갈림길에서 바로 내려갔으면 1시간 반이면 되는 거리인데, 엉뚱한 쪽으로 2시간 넘게 내려온 뒤 열심히 또 걷습니다.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 마눌도 지치는지라 더 이상 투덜거리지도 않고 입을 꾹 다물고 걸었습니다.
남편이 조심해야하는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입을 열고(=수다) 사는 마눌이 입을 닫았다는 건 무지하게 위험하다는 신호거든요. 마눌은 마눌대로 지친지라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바라면서 열심히 걸었습니다.
결국 마눌은 차가 주차되어있는 근처의 볼프강 호수까지는 갔지만 거기서 또 언덕을 넘어야 하는 길은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등산할 때 이미 4시간을 걸었고, 하산도 2시간 30분이면 되는 거리를 5시간 걷고 나니 몸이 쳐질 만큼 쳐진지라, 차까지 걸어야 한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그냥 주저 앉게 되더라구요.
남편은 이날 참 조용하게 집까지 돌아왔습니다. 너무 지쳐있는 마눌에게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마눌도 왜 이상한 길로 가서 날 힘들게 했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남편은 자신이 의도했던 길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산을 내려와서 작은 산을 넘으면서 걸어온 3 시간여의 길 있잖아. 당신이 너무 지쳐있어서 말을 못 했는데..사실 거기 내가 전에 산악자전거 타고 다녔던 길이야. 당신한테 그 길 곳곳에 있는 작은 교회 건물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곳을 거쳐서 올 생각으로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진짜 내려와야 하는 갈림길보다 훨씬 더 위쪽에서 갈림길로 가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가야했어. 미안해!”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미안했습니다. 남편이 보여주고 싶었다던 그 길을 난 앞만 보고 걷기만 했거든요. 길 여기저기에 아기자기한 교회건물들도 있었고, 볼거리도 심심치 않게 자주 등장했지만, 나무 지친지라 뭘 볼 의지도 의욕도 없이 그저 터벅터벅 걷기만 했었습니다.
힘들었어도 남편에게 “괜찮다!”고 “많이 걸으면 다이어트에 좋지!”하고 덜 힘든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남편이 보여주고자 했던 그 길을 남편과 나란히 걸으면서 즐길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따뜻한 계절이 오면 다시 이산에 오르고 싶습니다. 그때는 우리가 말없이 그저 걷기만 했던 그 길을 남편과 나란히 (산악)자전거 타 볼 생각입니다.^^
남자들은 왜 미리 말해도 되는 것들은 나중에 이야기 할까요? 처음부터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 했었다면 조금 덜 지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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