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마눌을 둔 제 남편은 한식을 먹습니다.
남편이 한국을 방문 했을 때는 집에서 한국 음식에 관한 책을 보던 남편이 감자탕을 가리키면서 “이건 뭐냐?”고 궁금해 하길레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동네 감자탕 집에 가서 감자탕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감자탕 집에서 매콤한 감자탕 국물을 연신 들이키는 남편을 보고 저희 식구들이 상당히 놀랬습니다. 서양인들은 매운거 못 먹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에 들어온 이 서양인은 감자탕 국물을 마시고, 김치를 먹고, 감자탕 국물에 볶아먹는 밥까지 싹싹 먹었거든요.
남편은 감자탕뿐 아니라 김치찌개도 아주 잘 먹습니다.
저도 남편이 한국음식을 잘 먹는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믿었었는데...
산들무지개님의 포스팅하셨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인데 당신의 생각을 바꿨누?“ 하시는 분만 클릭하세요.^^
산들님의 친구 분도 저처럼 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던 한국아낙입니다.
행복한 결혼인줄 알았고, 그녀의 남편도 한식을 사랑하는 줄 알았었다는데..
산들님이 쓰신 원문을 캡쳐했습니다.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허락 해주신 산들님께 이 기회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그렇죠. 남자들은 요리를 하지 않죠. 자신이 요리를 하지 않으니 마눌이 한 요리를 먹는 것이고, 그 요리가 정말로 맛 없어서 못 먹을 정도가 아니면 먹습니다. 일단 배는 채워야 하니 말이죠.
제 주변사람들은 제 남편이 한식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줄 압니다.
초대 받아서 가면 찌개건 고기건 밥 한 공기는 기본으로 비워주는 식성이거든요.
“좋겠다. 남편이 한식을 좋아해서!”
이런 멘트를 날리시면 저는 그냥 웃고 맙니다.
남편이 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제가 너무나 잘 알거든요.
남편은 밥보다는 감자를, 감자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서양인(식성)입니다.
단지 초대받아서 간 집에 빵이나 감자는 없으니 밥을 먹는 것 뿐이고 말이죠.
남편이 “난 한식이 싫어” 한 적도 없지만, “당신이 한 비빔밥(예를 들어서)이 먹고 싶으니 오늘은 그거 해 먹자(=해줘)”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남편이 한식을 먹는다고 해도 좋아서 먹는다기보다는 앞에 음식이 있으니 먹는 것인거죠.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한국인 마눌한테 “한식은 냄새나고 싫으니 제발 하지마~”하지 않는다는것!
방금 내 옆에서 노트북에 코 박고 있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 한국 음식을 좋아해?”
“응”
“마눌이 음식을 만드니 그냥 먹는 거 아니야?”
“아니야, 정말 좋아해!”
“그럼 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야?”
“....”
“봐, 어떤 한국음식이 좋은지 말 못하잖아.”
“아니야, 나는 한국음식 다 좋아해!”
네, 뻥인거죠.
한국 음식은 다 좋다는 사람이 음식이름 하나도 말하지 못한다니..
저는 압니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마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남편의 마음을!
물론 한국인 마눌을 둔 외국인 남편 중에는 정말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한식을 사랑하고, 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하면 줄줄이로 이름을 대면서 “한 가지만 말할 수는 절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이럴 정도라면 정말로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 남편처럼 “좋아하는 음식 이름 하나 정도도 말하지 못하는 외국인 남편”이라면 어디에 가서 “내 남편은 한식을 정말 좋아해요!”는 못하는 거죠. 설령 제 남편이 앞에 차려진 한국음식을 잘 먹는다고 해도 말이죠.
제 남편은 한식사랑을 외치는 다른 외국인 남편처럼 한식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눌이 하는 음식이 냄새난다고 타박하지 않고, 차려놓은 음식은 맛있게 먹어주는 마눌을 사랑하는 외국인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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