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온 지 8년차(이제 새해이니^^)에 들어가는 한국며느리인 저는 지금까지 시부모님께 해 드린 한국음식이 다섯 번도 채 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몇 년 전에 시댁주방 테이블에 전기그릴기를 놓고 삼겹살 쌈밥을 대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한테 어떻게 쌈을 싸는지도 알려주면서 말이죠.
그렇게 거나하게 한끼를 대접한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한 끼를 만든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하긴 그전에는 저희가 멀리 떨어져 살았고, 명절 연휴에 시댁에 오면 시어머니가 음식을 해서 저희에게 “손님대접”을 하시느라, 손님인 며느리는 음식을 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한다고 해도 두손 벌려서 만류를 하셨고 말이죠.
“아니 우리 집에 온 손님이 무슨 음식을 한다고..”
네, 서양에서는 시댁에 온 며느리는 손님입니다.
시어머니의 주방이니 시어머니가 허락을 해야 뭐라도 만질 수 있는 거죠.
다른 건물에 살고 있지는 하지만, 시댁에 살고있는 지금은 제 마음대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도 있습니다. (시누이의 주방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원래부터 시부모님께 대접할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세일하는 돼지고기를 사다가 썰어서 간장 불고기 양념을 했는데, 양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뛰어가서 엄마께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낼은 제가 제가 점심을 할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일단 며늘이 내일 점심을 차린다고 말씀을 드리기는 했는데..
밥이랑 돼지불고기, 김치만이 확실하게 접시위에 올라갈 메뉴입니다.
그 다음날 급하게 조달한 시부모님을 위한 점심입니다. “조금만!”을 외치시는 시부모님인지라, 밥은 한 주걱씩만 푸고, 밥의 양에 맞게 다른 반찬들도 조금씩만 놓았습니다.
돼지불고기에 김치가 너무 빈약한거 같아서 얼른 계란말이하고 감자조림을 했습니다.
웃기는 건, 제가 평소에 감자조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했다는 사실입니다.
김치가 매우니 담백한 감자조림이랑 매운맛을 중화시키려고 달걀말이까지!^^
물론 밥은 윤기가 흐르는 압력솥의 밥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냄비에 한 퍼석한 밥이죠!^^;
주방이 좁다보니 음식 한번하면 온 주방에 난리가 납니다.^^;
아무튼 완성한 접시 2개를 들고서 얼른 시댁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아빠,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제 시부모님은 한평생 오스트리아 음식만 드시고 살아오신 분들이신지라, 외국음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십니다. 그러니 며느리가 “한식을 한번 하겠다”고 해도 두 손을 들어서 결사 반대를 하시죠. 하지만 결사반대 한다고 안할 며늘이 아니죠.
제가 시부모님 말을 잘 안 듣는 조금 멋대로인 며늘입니다.^^;
“한식은 배 부르면 남겨도 상관없으니 그만 드시라”고 한국인 며늘은 설명을 해 드리지만, 그러면 음식을 한 사람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하시는 두분 이신지라, 음식접시는 항상 깨끗이 배우십니다.
제가 갖다드린 돼지불고기 정식(?) 접시를 두 분이 깨끗하게 비우셨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맛있다는 말씀은 안하신다는 것! ^^;
내가 한 요리에 아무말씀 안 하시는 시부모님
아! 제 남편도 같은 메뉴의 접시를 받아서 먹었으면서 맛있다는 말은 안하더군요.
맛있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집안내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니면 정말로 제가 한 것이 맛이 없었던가 말이죠.^^;
앞으로도 아주 가끔씩 저는 시부모님께 한식을 대접할 생각입니다.
어떤 음식으로 시부모님을 고문하게 될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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