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쇼핑 하는 걸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쇼핑가서도 지름신이 강림하는 일은 없는걸 보면..
물건을 사들이는 것보다는 그저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맞는 단어인거 같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시댁 근처에는 엄청나게 큰 쇼핑몰이 있습니다.
느긋하게 걸어가면 5분, 자전거타고 열나게 페달을 밟으면 1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죠!
린츠(오스트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 가 포함된 연방주에서 제일 큰 쇼핑몰이다 보니 오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쇼핑몰이 집 가까이에 있다보니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요리하던 중에 필요한 것을 사러 수퍼마켓에 가는데,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지라, 쇼핑몰 안에 들어서야 내 옷차림이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는 걸 종종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쇼핑몰에 온다고 완전 차려입고 오는데, 저는 집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이니 참 비교가 되지만, 그렇다고 동네 수퍼마켓 가면서 옷 차려입고 가는 것도 우스워서 얼굴에 철판 깔고는 그냥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네 시장 나오듯이 나다니는 쇼핑몰도 차려입고 올 때가 가끔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나오면 일단 차려입게 되더라구요.^^
이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신발을 사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몇 년을 잘 신었던 검정 가죽단화 밑창의 생고무가 너덜너덜해져서 버리는 걸 보신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 말씀하신 모양이였습니다.
얼마 전에도 시어머니가 신발을 두 컬레 사주셨는데..
그때 며느리는 정말 곤욕스러웠습니다.
시어머니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젤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버린 신발의 디자인을 이미 알고계신 시어머니는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이 있는 쪽으로 가시는데.. 가죽재질의 신발은 가격이 100유로를 훌러덩 넘습니다.
제가 버린 가죽신발은 재질은 훌륭한 가죽 단화인데, 덤핑으로 처리되서 저렴하게 판매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닌 녀석을 동대문 일요시장에서 단돈 삼 천원에 건진 보물이였습니다.
단돈 삼천원이였지만, 가죽 단화였고, 백유로짜리보다 훨씬 더 품위있는 디자인이였습니다.
(제가 좋은 품질의 비싼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아주 비상한 재주가 있는 아낙입니다.^^)
며느리한테 비싼 신발을 사주시려고 작정하신 모양인데, 그렇다고 그걸 받을 며느리는 절대 아닌거죠! 며느리가 직접 신발을 사서 신을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앞서 가시는 어머님의 뒷모습
결국 며느리 신발 사 주시는 걸 실패 하신 어머니 이번에는 옷가게로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쇼핑몰 안에서도 젤 비싼 브랜드만 파는 가게로 들어가십니다.
옷 살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는 며느리지만, 일단 시어머니 뒤를 따라는 다녀야 하는거죠!
어머니는 이 옷, 저 옷을 자꾸 며느리 몸에 갖자 대십니다.
“이 옷의 색이랑 디자인이 너랑 잘 맞는 거 같다. 한 번 입어볼래?”
시어머니가 내미시는 옷의 가격표를 한번 살짝보고 며느리는 옷을 얼른 제자리에 갖다 걸어놓습니다. 시댁이 갑부여서 유명브랜드 옷을 마구 사 입을 수 있는 수준의 아니고!
몇 백 유로 주고 옷을 산다고 해도 그 옷을 입고 갈만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쇼핑몰 두어시간 도는 동안에 “NO" 만 외치는 며느리가 미우셨나봅니다.
“너는 며느리가 왜 시어머니 말은 하나도 안 듣니? 나 화났어!”
그렇게 말씀하시고 돌아서서 가시는 시어머니!
“엄마, 옷이나 신발이나 제가 필요하면 살께요!”
“왜 나는 니 신발이나 옷 사주면 안 되냐?”
며느리 뭐라도 사 주시고 싶으신 시어머니의 그 마음은 잘 알지만, 얼마 안 되는 연금 받아서 생활하시고, 저금하시고 알뜰하게 사시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며느리인데, 사 주신다고 넙죽넙죽 받을 수 만도 없는 것이 며느리 마음입니다.^^;
쇼핑 나왔다가 토라져서 빠른 걸음으로 몰을 나서시는 시어머니의 뒤를 며느리는 오늘도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따라가면서 오늘의 쇼핑을 마칩니다.
엄마, 당신이 며느리를 생각 해 주시는 그 마음만 받아도 며느리는 행복하답니다.
하지만 쇼핑은 오지 말자구요! 시간 낭비에 체력낭비이니 말이죠!
며느리는 주시고 싶어 하시는 그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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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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