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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에게 생긴 새로운 고객, 시아버지

by 프라우지니 201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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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자격증 중에 “미용사”자격증이 있습니다.

이 자격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돈을 벌지는 않지만, 가끔씩 용돈벌이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죠!

 

그동안 저는 두 명의 고정 (유료)고객이 있었습니다.

 

둘 중 한명은 제 남편입니다. 마눌이 달라고 하는 커트요금은 5유로지만, 이 가격은 마눌이 자르고 싶을 때 자른다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잘라 달라고 해도 마눌이 자를 의지가 없으면 안 한다는 얘기죠! 단, 요금이 2배로 뛰면 아무 때나 마눌은 일할 의지를 불태웁니다.^^

 

최근에는 커트비용을 자꾸 외상으로 하려는 남편에 대한 특단조치로!

 

“머리를 자르기 전에 지불하면 5유로, 자른 후에 지불하면 10유로!”

 

그래서 5유로를 머리 자르기 전에 챙겨서 받고 있습니다.

 

남편 외에 저의 유료고객은 남편의 회사동료입니다.

이 친구에게도 “공식 커트요금 5유로”를 받고 있지만, 항상 “10유로” 를 내미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10유로를 받냐구요? 그럼 주는데 고맙게 받아야죠!^^

 

단, 이 불법 미용사는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머리를 자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기가 개인적으로 약간 짧은 상고머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의 요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스타일로 만들어 버린답니다.^^

 

남의 머리를 자기스타일로 만들어버리는 미용사가 나름 하는 변명은..

 

“그 사람한테는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나이도 젊어 보인다.”

 

머리를 자르고 나면 그 다음날 회사 동료들이 멋있어졌다고 한마디씩 한다니깐 미용사의 말이 맞기는 한 거 같은데, 머리를 자를 때마다 남편의 동료는 항상 하얗게 얼굴이 변하곤 합니다.

자기 생각에는 머리가 너무 짧아지는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제게는 내맘대로 스타일을 결정하는 두 사람의 고객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그라츠에 살고 있으니 린츠에 살게 된 지금은 한명의 고객만 남았네요.^^;

 

 

 

남편이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남편이 머리를 잘라주었습니다.

 

정원에 자리를 잡고, 충전한 기계를 들고 머리를 자르다보니 시아버지의 삐져나온 뒷머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빠, 머리 자르는 김에 같이 자르실래요?”

 

시아버지의 머리는 항상 시어머니가 가위로 자르신 것을 알고 있길레, 정말로 머리를 잘라드리 생각은 아니였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쭤본 것이였는데, 시아버지가 흔쾌히 자르시겠다고 하십니다.^^

 

괜히 시엄마가 하시는 일을 뺏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러웠지만, 항상 뒷머리를 제비꼬리처럼 남겨서 자르시는 것에 불만이 있었던지라 이때다! 하고는 얼른 머리를 잘라드렸습니다.^^

 

역시 시아버지여서 그런지 만만한 고객이 아니였습니다.

너무 짧게 될까봐 조심스럽고, 혹시나 맘에 안 드실까 조심스럽고..

 

원래 공짜로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가 아닌디..

(이 미용사는 외칩니다.“프로는 절대 공짜로 일을 하지 않아!”)

시아버지는 흔쾌히 무료 봉사를 해드렸습니다.

 

머리를 자주 자르는 것이 아니여서 이제는 자신감보다 불안감이 더 커진 미용사지만, 그래도 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열심히 기술을 써먹을 생각입니다.^^

 

이곳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미용 봉사를 다녔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제 실력이 이제는 너무도 녹슬어서(녹슬기 전에는 조금 나았나?) 남의 머리를 망칠까봐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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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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