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병동의 책임자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병동의 전화번호가 찍히는 전화라면
대부분은
“근무를 해 줄 수 있냐는 부탁!”
역시나 예상대로 “내일 근무가
가능하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근무할 직원이 없으니
나에게 전화를 해 온 거죠.
누군가 부탁을 해오면 바로
대답하지 말라는
남편의 조언이 있었으니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죠.
남편에게 “내일 근무를
가야할 거 같다”고 하니 결사반대!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근무도 아닌 날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하루라도 더 늦게 근무를
가는 것이 좋은 거 아니야?”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병동에 근무할 직원이 없으니
나에게 부탁을 해온 것일텐데..
하는 마음에 근무를 가겠다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3주하고 이틀 만에 그것도
내 근무가 아니라 아픈 직원 대신에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3주 동안 시간이 있었다고 하니
“휴가였나?” 싶으시겠지만..
그동안 모아두었던 보너스 시간에
동료와 근무를 바꾸니
3주 정도의 시간이 만들어졌고,
10월은 첫 근무가 10월 9일에 있어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이었죠.
지난 9월 12일,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를 할 때는
병동 내의 확진자들 때문에 보호복이라
이름이 붙은 비닐 옷을 입고,
보호 안경도 쓰고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3주가 지난 시간!
오늘 아침 근무에 들어가면서 했던 생각!
“지금쯤은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다 완치를 했겠지?”
“설마 돌아가신 분들이 더 있는 건 아니겠지..”
다시 건강하신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없었던 시간 동안
세분이 더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총 5분이
우리 병동에서 돌아가신 거죠.
다섯분중 두 분은 코로나로 약해진 상태인데
침대에서 내려 오시다가
낙상을 하셔서 돌아가셨고,
나머지 세분은 코로나로
약해져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한 분만 병원으로 이송되어서
그곳에서 돌아가셨고,
나머지 4분은 숨이 끊어진 상태로
침대에 누워계신 것이 발견이 된 거죠.
내가 없을 때 돌아가신 분중 한 분은
전립선암이 뼈로 다 전이된
상태이셨던 분이시라
(코로나 확진자로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별로 놀랍지 않은 소식이었는데..
나머지 두 분은 꽤 건강하셨던 분이시라
더 놀랐죠.
W부인은 매일 따님이 방문을 와서
오후에는 요양원 앞 공원을
산책하시곤 했었는데..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시지만
건강하셨던 분이셨죠.
40대에 과부가 되어서
소시지 임비스(간이식당)을 하면서
딸 둘을 키우시며 사셨다는 W부인.
“그렇게 젊으셨으면
다시 결혼을 하셨어야죠?”
나의 말에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사셨는지
설명을 하셨던 W부인.
“그때는 어린 딸 둘 건사하면서
장사하느라 정신없이 살았어.”
그렇게 키운 딸 중에 큰딸이
근처에 살면서 매일 오후에 엄마를 찾아와서
3~4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니
농담처럼 W부인에게
“자식 농사는 잘 지으셨다”고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하셨던 말씀.
“그렇지? 내가 인생을 잘 산거지?”
그렇게 건강하셨던 W부인이
돌아가신것도 나에게는 쇼크인데,
그보다 더 쇼크는 전 직원에서
큰 선물을 주셨던 A할배.
돈이 얼마나 많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3번 하셨던)
할배의 전 부인이 돌아가셨다고
그분의 친척이 장례식 치를 돈을
A할배에게”달라”고 왔었고!
그후로도 전 부인의 자식이
시시때때로 요양원에 전화도 하고
찾아와서는“돈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http://jinny1970.tistory.com/3441
A할배가 주신 돈중
일부만 직원들에게 나눠가졌고,
나머지는 연말에 나눠주겠다고 했었는데..
그 돈을 주신 A할배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습니다.
A할배는 코로나 백신 주사을
안 맞겠다고 거부하신 분들중 한 분이셨고,
병동내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시기에 있었던 PCR테스트로 거부하셔서
정말로 코로나로 돌아가신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갑자기 쇠약해지셨고,
음식을 드시지 못하셨고,
침대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이
다른 (코로나 확진을 받고 돌아가신) 분들과 같았죠.
병동 내에 더 이상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돌아가셔서 벽에 사진으로
남아 계신 분들을 보니 씁쓸합니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5명이 돌아가셨습니다.
누군가는 “아흔 넘어 백 살을 바라보고
사셨으니 이제 돌아가셔도
억울하지 않겠다”할 수도 있지만!
살만큼 산 인생이라고 해도
코로나로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급하게 떠나신 것이 그
분들의 팔자는 아니었을 텐데…
병동내 코로나 확진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직원들은 FFP2 (KN95)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합니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불러온 참사는
한 번으로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근무에 들어갔다가
우리 요양원에 코로나를
퍼뜨린 직원을 봤습니다.
그녀는 다섯 분의 어르신이
코로나로 빠르게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성격상
아무도 그녀에게
“너 땜에 병동내 코로나가 돌았고,
그 일로 다섯 분이나 돌아가셨어.”
하지 않았을 테니
그녀도 모를 수 있겠지요.
그녀도 본의 아니게 일어난 일이라
어쩔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자신의 부주의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죠.
저는 3주간의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를 벗어나
크로아티아로 여행하면서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 감염이
됐을까 살짝 걱정을 했습니다.
캠핑장에서 타인과의 거리도 유지했고,
화장실 사용할 때도 가능한 출입문 바로 앞이라
공기도 잘 통하는 곳만 이용 했었고,
그외 가게를 갈 때는 PPF2 마스크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감염이 됐는데 건강한 나는 무증상일수도 있으니
오늘 근무를 들어가면서 근무 시간보다 30분
더 일찍 출근해서 코로나 항원테스트를 하고,
음성인 것을 확인하고 근무에 임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근무에 들어오면서
조금씩만 신경을 쓴다면 병동내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 거 같은데..
우리 요양원, 우리 병동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고,
코로나로 급하게 하늘을 가신 다섯 분들의
영혼이 지금은 편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M부인, M할배, A할배, W부인, P할배!
당신들을 만나서 좋았습니다.
당신들의 마지막이 요양원이었지만,
그래도 직원들과 많이 웃고 생활하셨던
즐거운 기억만 챙겨 가셨음 좋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보신분들도 있으실) 요양원 근무 10시간!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기적인 내 남편의 행동 (8) | 2021.10.30 |
---|---|
시어머니도 모르는 내 요리의 비밀 (7) | 2021.10.24 |
오스트리아 슈퍼마켓에서 만난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 (2) | 2021.10.22 |
위험한 페이스북 중고 거래 (2) | 2021.10.18 |
퇴근 길, 기분 좋은 나눔 (8) | 2021.10.13 |
한국에서 언니가 보내준 택배 상자 (13) | 2021.10.09 |
존경스러운 부모로 살기 (4) | 2021.10.07 |
바빴던 나의 이틀 (4) | 2021.10.05 |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4) | 2021.10.01 |
크로아티아의 럭셔리한 난민촌 (1) | 2021.09.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