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싼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지만,
극장의 매상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공짜 관객입니다.
그 비싼 공연을 무료로 보러
다니면서 내가 했던 생각은..
“어차피 남는 좌석이니 나 같은
공짜 관객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대극장의 경우) 천석이 넘는 좌석이
매진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빈자리는 언제나 있는 것이고,
빈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즐기는 것이니
돈을 안 내고 본다는 죄책감은 없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니
가능할때 즐기자!”였죠.
내가 어떻게 무료로 비싼 공연을 보는지
궁금하신분들은 아래에서 정보를 찾으시길..
http://jinny1970.tistory.com/2681
작년 초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죠.
린츠의 주립 극장은
거의 1년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코로나 초기에 예술인들에게
월 천 유로의 보조금이 6개월 준다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었고,
또 린츠 주립 극장은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정상적으로 월급을 줬다나?
하는 것도 읽은 적이 있었죠.
주립 극장은 연방정부에서 관리를 하는
기관인데, 국민들이 낸 세금을 일도 안한
직원들에게 차감된 금액의 월급이 아닌
100% 다 지급됐다는 것에
약간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나 봅니다..
코로나도 조금 잠잠해지고 주립극장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하면서 나는 엄청난 양의
공연 관련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공연을 오랫동안 못해 재정상태에도
문제가 있을 테니 아무래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듯 했지만,
나는 공연 홍보물을 받으면서도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은 안하고 있죠.
공짜 관객인데 왜 홍보 공연물이
나에게 오냐고 물으신다면..
무료 관객도 주립극장에서는
관리를 합니다.
내 전화번호와 주소는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내 돈으로 극장 공연티켓을
산적도 있기는 하니
100% 무료 관객은 아니지만,
나는 99% 무료 관객입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016
무료 관객인 내 이름이 주립 극장에
등록이 되었던 이유는 혹시나 티켓 검사를 할 때
내가 본인 임을 확인하는 용도?
무료티켓이지만, 티켓에는 내 이름이
프린트 되어서 나옵니다.
혹시나 공짜로 받은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먹을 까봐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티켓을 받을 때 직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해야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듣죠.
하지만 지금까지 신분증을 보여준 일은 없습니다.
공연장에는 문마다 지키는 직원들이 있지만,
입장하는 관객의 표를 스캔하는 것도 바쁜 시간에
내 티켓을 자세히 보고 “당신은 0유로를 냈으니
신분증을 제시하시오”하지는 않거든요.
한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린츠 주립 극장은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같은 구역의 자리라고 해도
가격이 아주 다양합니다.
정가를 주고 샀다면 티켓에 87유로라고 쓰여있고,
할인 받는 사람들은 정가보다 더
저렴한 금액이 쓰여있고,
나 같은 공짜 관객이 티켓에는
0유로가 찍혀 있죠.
같은 공연장이라도 해도
공연마다 가격대가 다양합니다.
가장 저렴한A급은 32,50유로부터
가장 비싼 D급은 78유로까지의 가격에
특별 공연은 특별가인 87유로.
여기에 주말(목~일)에는 3유로가 추가로 붙고,
첫 공연은 9유로가 추가됩니다.
가장 비싼 D급(78유로)의 공연을 주말에 본다면
3유로가 추가된 81유로를 내야하고,
이걸 또 처음 무대에 올리는 날 본다면
9유로 추가된 90유로.
한국에 비해서는 이곳의 공연료가 싸다고 하지만,
아무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극장을 찾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고가의 자리는 말이죠.
나는 공짜 관객이면서 내가 보고싶으면
주말에도 추가요금 없이 보고,
첫 공연도 추가요금 없이 맘대로 봤었죠.
어차피 나는 0유로짜리 티켓이니 말이죠.
전보다 보내오는 홍보물이 많아서
극장 측의 마케팅이 전보다는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건 알았는데,
9월의 공연 스케줄에서
전과는 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1세일.
보통 슈퍼마켓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세일을 연극 공연에서는 가끔 봤었는데……
9월에는 뮤지컬에도 이 1+1 세일을 합니다.
67,50유로짜리 티켓을 사면 2명이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보통 50% 할인은 오페라에 비해서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연극에서나 있는 일인데,
오페라도 아니고 뮤지컬에 50%세일이라니
전에 없던 일입니다.
그만큼 극장 측에서 관객을 끌어 모아보겠다고
공격적으로 배팅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유럽의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을 한번쯤은
꼭 보시라 추천합니다.
오페라가 조금은 지루하고 가끔은 졸리기도 한
공연이라면 뮤지컬은 춤추고 노래하면서
바쁘게 바뀌는 무대가 있습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내가 오스트리아 대극장의
뮤지컬을 보면서 했던 생각!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이런 것이겠구나!”
유럽의 대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은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무대의 아래쪽에서 연주를 해주는
오케스트라와 함께라 웅장한 음악이 특징입니다.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조금 더 고가인 것을 봐도
역시 뮤지컬이 조금 더 볼만하다는 이야기죠.
최소한 공연을 보다가
조는 일은 없습니다. ^^
정말로 오페라 보다가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냐? 하시면 있습니다.
저도 오페라를 보다가 지루해서
졸아본 적이 몇 번 있었고,
공연 중에 코고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죠.
웅장하면서 조용한 음악에 맞춰서
주인공이 슬픈 아리아를 부르는데,
이것이 정말 잠자기 딱 좋은 음악이라
저절로 잠에 빠져들죠..
무대 위는 슬퍼 죽겠는데,
코고는 소리에 사람들은 키득키득.
한마디로 슬픈 코미디가 됩니다.
몇 달째 엄청난 양의 홍보물을 받고 있고,
그 중에 흥미가 있는 작품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저는 공연 보러 가는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한다고 해도 전과는 달리
객석을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관객 간의 간격을
유지해야할 테니 전에 입장했던 관객의
50%정도만 받을 수 있겠지요.
막힌 공간에 2시간 넘게 앉아있는 것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나를
노출시키는 일 같아 꺼려지지만
그보다 내가 공연장 가는 것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나는 극장의 매상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관객이니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습니다.
팔 수 있는 좌석의 수가 전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데 그 좌석을 돈도
안내고 차지하는 것이 괜히 민폐인 것 같거든요.
좌석이 천 석 이상이라면 남는 좌석이 많을 테니
나도 떳떳하게 공연을 보러 가겠지만,
팔 수 있는 좌석이 한정되어 있는 지금은
최대한 고가의 티켓을 많이 팔아서
극장의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
팔 수 있는 좌석을 돈도 안 내고 차지하는 것이
내 양심에는 상당히 찔립니다.
나는 공연을 멋지게 해 준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열렬하게 박수를 쳐줄 두 손만 들고
가는 공짜 관객이라 (내 박수보다는)
돈 내고 공연을 보면서지원 해 주는
관객들이 지금 그들에게 더 필요한 존재죠.
공연 조금 안 본다고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니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공짜 관객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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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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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린츠 시내를 오가는 전차뒤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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