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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 결혼 12주년 공식행사, 시어머니와 공연보기.

by 프라우지니 201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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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어머니 날” 선물로 시어머니께 오페라를 보여드리겠다고 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다는 작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가능했던 선물이죠.

 

물건이 아닌 공연을 선물로 선택한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컬투어파스(무료 문화카드)도 한 몫 했습니다.

 

무대 앞자리에서 시어머니가 공연을 보실 수 있게 해드리려고요.

시어머니 몫으로는 저렴한 티켓을 사서 내 일등석 좌석을 티켓을 바꾸면 되죠.

 

저는 시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다던 작품을 이미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 앉아서 봐도 상관이 없죠.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니!

 

 

 

시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다던 Operette 오페레테

“Der Vogelhaendler 데어 포겔핸들러(새장수)”

 

오퍼레테는 정통 오페라보다는 조금 가벼운 작품입니다.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다 아리아로 하지만, 오퍼레테는 대사를 말로 하기도 하고, 노래로 하기도 하고! 뮤지컬과 오페라의 중간정도여서 초보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죠.

 

특히나 새 장사는 작품 속 배경이 오스트리아 티롤지역.

외국산 작품이 아닌 국내산 작품인거죠.

 

시어머니랑 함께 갈 수 있는 날짜를 맞추려고 했었는데..

그것이 자꾸 미뤄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공연이 코 앞이라 서둘러야 했습니다.

 

마지막 공연 일을 놓치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날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이 우리 결혼 12주년 기념입니다.

 

네, 우리는 2007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7월7일에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그날은 이미 20쌍의 예약이 걸려있어서 3달전에 한 예약임에도 밀렸었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해도 별다른 행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날 시어머니라 보내고 싶지는 않은디!

 

어쩌다보니 결혼기념일을 시어머니랑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긴, 아들 내외의 결혼기념일 따위는 기억 못하실 시어머니!

내가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르실 날입니다.^^;

 

결혼기념일이니 공연은 남편이랑 봤으면 좋겠지만..

그냥 시어머니만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온다고 해도 시어머니와 함께 데이트는 사양하고 싶거든요.

시어머니는 아들이 며느리에게 하는 행동만 관찰하시는 특징이 있으셔서요.^^;

 

 

린츠 란데스테아터 웹사이트에서 캡처

 

시어머니를 위한 좌석은 고민에 또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가진 ‘컬투어파스’로야 아무 좌석이나 선택이 가능하지만..

일단 시어머니와 내가 같은 구역에 있어야 하니 좌석 선정에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오페레테 새장사의 좌석 가격은 이렇습니다.

1등석 67,50 유로, 2등석 63 유로, 3등석 59 유로,

4등석 51,50유로, 5등석 39유로, 6등석 30유로, 7등석 17,50유로

 

일단 나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젤 앞자리!

시어머니께 양보할 자리죠.^^

 

 

 

린츠 란데스테아터 웹사이트에서 캡처

 

좌석 선정에 제가 공을 엄청 들였습니다.

 

남편은 엄마 것도 일등석 좌석을 사서 나란히 앉으라고 했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은 공연에 몰입하게 되니 혼자여도 상관이 없죠.

 

오페라 극장을 잘 모르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좌석을 안내 해 드리고, 공연 중간의 파우제 (휴식)시간에는 화장실도 모시고 가고, 음료도 주문해서 드리는 정도면 훌륭한 거죠.

 

그래서 시어머니와 떨어져 앉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시어머니 티켓을 30유로짜리로 샀죠.

들어가는 입구는 다르지만, 같은 공간이니 합격!

 

내가 저렴한 티켓을 샀다고 해서 어머니가 앉으시는 1등석 가격과의 차액을 남편에게 받지는 않습니다. 그저 남편의 돈을 절약 해 주는 착한 마눌 코스프레중인거죠.^^

 

나는 내 출입구로 들어가고, 엄마는 30유로짜리 티켓을 드리고 출입구로 입장하시라고 한 후에.. 공연장에서 내 자리에 시어머니를 앉으시게 할 예정입니다.

 

공연티켓을 받으러 갔을 때 내(무료)티켓과 더불어 30유로짜리 티켓을 한 장 더 샀지만..

티켓 2장에는 모두 내 이름으로 발급이 됐습니다.

 

그러니 내가 어디에 앉던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죠.^^

 

시어머니는 “오페라”를 보러 가신다고 “살을 빼야겠다”고 하시더니만..

살을 빼는 대신에 오페라에 입고 갈 원피스를 사셨다고 했습니다.

 

일상복 입고 간다고 해서 큰일 나는 곳도 아니지만,

평생 처음인 오페라 극장 방문이라 빼 입고 가시고 싶으신 엄마 마음이라 생각했습니다.

 

 

린츠 주립극장의 웹사이트에서 캡처

 

무대앞 젤 앞자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보이고, 숨이 차서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도 보이고, 노래할 때 침이 튀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좌석!

 

엄마 평생에 잊지 못할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도 잊지 못할 날이 되지 싶습니다.

내 결혼 12주년을 남편이 아닌 시어머니와 함께 해서 말이죠.

 

이건 두고두고 남편에게 써먹을 수 있는 저만의 비장의 카드가 되지 싶습니다.^^

 

어떻게???

 

“당신은 마눌 잘 얻은 줄 알아! 요새 어느 며느리가 시엄마 모시고 공연을 보러가냐?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내가 당신이랑 결혼했지 엄마랑 했냐?”

 

“당신 마누라는 당신에게 로또 잭팟이야! 요새 나 같은 며느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한국인 며느리이니 이렇게 시엄마한테 잘하는 거야! 알지? 당신도 나한테 잘해!”

 

절대 밑지지 않을 장사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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