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별이 여자이면서도
꽃이랑 그렇게 친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살면서 남자에게
꽃을 받아 보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감동을 받았던 일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잘 안 나고!
나는 개인적으로 “꽃다발”보다는
“돈다발”이 더 좋습니다.
몇 만원을 꽃으로 주는 것보다
현찰을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죠.
꽃을 받아도 “주나 부다”하는 성격이라
내가 일부러 꽃을 챙기고 하는 일은
거의 없었죠.
네, 없었죠!
과거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꽃을 봐도 “감동”보다는
“꽃이구나”했었고,
집에 꽃을 사오는 일도 거의 없었던
내가 꽃을 사는 일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장보러 가서
엄마 드릴 꽃을 보던 중에
내 눈에 들어온 미니 화분.
장미는 아닌데 비주얼은 장미 같기도 한
아주 앙증맞은 꽃.
그날 샀던 500ml 컵 안에도 쏙 들어가
업어 오기 딱 좋기도 했지만,
이 화분을 선택한 이유는
이 꽃이 장장 8주나 간다는 것.
화분을 사와서 한번도
제대로 살린 것이 없지만,
그래도 8주씩이나 꽃이 간다니
얼른 이 꽃을 컵 안에 넣어서
카트에 싣고 왔죠.
꽃은 시어머니 선물용으로 사면 샀지,
스스로 한번도 꽃을 산적이 없는 마눌이
꽃 화분을 카트에 넣으니 “웬일?”하는듯한
남편의 표정에 내가 한 한마디.
“이 꽃이 8주나 간다네”
우리 집 창가에 처음으로
꽃이 있는 풍경입니다.
지금까지는 가끔
허브 화분이 있는 정도였는데,
분홍색 꽃이 자리하니 볼 때마다
기분은 조금 업이 되는 거 같았죠.^^
작은 꽃봉우리들은
하나씩 입을 열기는 했지만,
애초에 달려있던 꽃봉오리중에
핀 것보다 말라 죽은 것이 더 많아서
조금 실망도 했었습니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나는 역시 꽃을 죽이는 기술만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꽃이 말라 죽건,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건
둘중 하나는 결판이 나야 하니
계속 신경을 쓰기는 썼습니다.
그렇게 피어있는 꽃들은 시들어서 말라 죽고,
아직 작았던 봉오리들은
말라 죽고 하는가 했더만..
그래도 화분을 봐가면서 말라 보이면
물을 위에도 주고,
화분 아래에도 자작하게
물을 주는 성의는 계속해서 보였죠.
이파리들은 싱싱하게 붙어있으니
물만 신경 써서 줬었는데..
시들고 말라서 사라진 꽃들 사이로
새 잎들이 나는가 싶더니만,
그 사이로 새로운 꽃봉오리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하는가 했더니
꽃이 피웁니다.
젤 위에 솟은 꽃은 아랫 동네의
분홍색보다는 흰색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꽃을 피웠다는 것에 감동 또 감동!
처음입니다.
우리 집에 온 화분 중에
이렇게 오래 살아서 숨쉬며
새로운 꽃을 피운 것은!
옆에서도 꽃들이 계속 올라오니
위에 뾰족하게 올라온 줄기는
잘라낼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랫동네 분홍색 꽃들과는
또 다른 색을 뽐내고 있으니
시들어 알아서 명을 다할 때까지는
두고 볼 생각입니다.
꽃이 8주 간다고 해서 샀는데,
정말 이 녀석은 8주을 버텼고,
그 시간 속에서 새로운 꽃들을
피우고 있으니
내가 처음으로 사본 꽃은
정말 잘 고른 거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 이 예쁜 녀석의 이름도 알았습니다.
“칼란디바”
창가에 쪼맨한 화분에
꽃피운 것이 신기해 하던 요즘.
과일 껍질 버리러 갔다가
퇴비통에서 발견한 꽃 한 주먹.
시어머니가 잘라 버리신 거 같은데,
얼른 주어 왔습니다.
지난번에 아빠가 버리신 열무를
왕창 주어온 적은 있었는데..
2020.06.23 - [일상이야기] - 주운 방울무로 후다닥 담아치운 열무김치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꽃을 주어 오게 됐네요.
한국에서는 파가 꽃을 피우기 전에
다 추수를 해 버리니
파꽃을 보게 되는 기회가 적은데,
이곳에서는 파에 꽃이 필 때까지
먹지 않아서 자주 보게 되는 꽃이죠.
파꽃인데 왜 보라색이냐구요?
혹시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서양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허브인 차이브(Chive)입니다.
영어로는 chive차이브,
독일어로는 Schnittlauch 슈니틀라우흐.
이름이 차이브인데 모양도 향도 맛도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파가 맞습니다.
파는 굵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뉘죠.
대파, 중파(가 있나?), 쪽파, 실파.
차이브는 우리나라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파보다는 훨씬 가늘어,
굵기만으로 보자면 “부추”죠.
우리는 파를 요리를 하는 중에 넣게 되지만,
차이브는 보통 요리가 끝난 후에
위에 고명으로 올리거나,
살짝 넣어서 향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식당에 가면 종종 음식 위에 잘게 썬
차이브를 장식용으로 뿌려 주기도 하죠.
자!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고!
엄마가 사용하시는 차이브에
꽃이 피면서 억세지니
엄마가 꽃이 난 부분을
몽땅 잘라서 버리셨는데,
그걸 며느리가 발견한 거죠.
그렇게 창가의 내 작은 칼란디바 화분 옆에
차이브꽃이 자리했습니다.
꽃을 보려면 창문을 열어서
밖을 보던가 마당에 나가야 했는데..
눈만 돌리면 창가에 자리하고 있는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요즘.
차이브꽃이 시들면
다시 마당에 나가서 꽃봉우리가 잡힌 것들을
잘라오면 될 거 같고..
작은 화분의 칼란디바 꽃은
이제 피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또 8주는 거뜬하지 싶습니다.
창가에 놓은 꽃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니
앞으로는 오며 가며 눈에 보이는
거리의 꽃이나 산책 중 만나게 되는
들꽃들을 종종 가지고 오지 싶습니다.^^
앞으로 내 창가에는 어떤 꽃들이 머물다갈지
여러분께도 종종 알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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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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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집 마당의 꽃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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