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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 힘내세요

by 프라우지니 2020.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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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은 이른 퇴근을 합니다.

남편의 회사는 정해진 출, 퇴근 시간이 없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출, 퇴근을 하죠.

 

집이 먼 경우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1주일에 하루 정도 출근하는 동료도 있다고 하지만,

남편은 매일 출근을 합니다.

 

남편이 6시 40분쯤에 집에서 출발을 하면 근무는 대충 7시30분에 시작하는 모양이고,

남편이 집에 오는 시간은 대중이 없지만 오후 5시경에는 퇴근을 하죠.

 

어떤 날은 반나절 만에도 오는 경우가 있어서...

남편 없는 자유를 느끼려고 하려던 아낙이 깜짝 놀랄 때도 있었죠.

 

남편이 출근시키고 나면 오전 7시경!

나도 아침을 챙겨먹고, 글을 조금 쓰거나 영상편집을 하면 금방 정오가 됩니다.

 

그때부터 슬슬 집안을 치우고 점심을 해 먹을까? 하는데..

남편이 들이닥치는 꼴이죠.

 

그렇게 너무 빠른 퇴근 때문에 마눌을 참 불편하게 하던 남편이었는데..

요즘 퇴근이 엄청 많이 늦어집니다.

 

보통 4~5시경에 퇴근하던 사람이 저녁 8시가 넘어서 퇴근을 한다?이건 엄청 늦어도 엄청 늦는 겁니다. 초과근무+야근까지 한다는 이야기니 말이죠.

 

별일이 없는 한 저녁 6시가 되기 전에는 항상 집에 와있던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던 초반에는 걱정도 했더랬습니다.

 

“이 인간에 오다가 무슨 사고가 난건 아닌지? 왜 전화 한 통을 안 하는 것인지..”

 

평소에 무심한 스타일이라 전화도 잘 안하는데 소식 없이 늦으면 걱정이 되죠.

 

그렇게 퇴근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외국 출장 갈 때나 볼 수 있었던 남편의 회사 노트북을 가지고 퇴근하는 남편을 보고 알았습니다.

 

 

 

 

남편이 일에 치이고 있다는 걸!

 

평소에 마눌에게는 회사 이야기는 전혀 안 하던 남편이 뜬금없이 던진 한마디.

 

“이번에 사무실의 직원 책상을 다시 세팅했어.”

“왜?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어? 저번에 러시아 프로젝트는 어떡하고?”

“그건 대충 마무리해서 다른 부서로 넘어갔어.”

“그럼 그 프로젝트 함께한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됐어?”

“그 프로젝트를 따라서 다른 팀원이랑 합류한 사람도 있고...”

 

그 프로젝트가 어찌되가건 간에 중요한건 지금 남편은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프로젝트인지 또 다른 종류의 일을 시작했다는 거죠.

 

뭐든지 처음은 힘이 든데...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또는 새로운 일).

 

“남편이 이중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남편의 저녁!

 

남편은 하루 세끼를 다 집밥으로 해결하죠.

아침 먹고 출근해서, 점심은 마눌이 싸준 걸먹고, 저녁도 집에 와서 먹습니다.

 

퇴근하고 헬스장가서 30여분의 운동까지 하고 집에 오면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샤워 끝내고 남편이 저녁을 먹는 시간은 저녁 10시.

 

저녁을 먹기는 늦어도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점심에 싸간 간단한 간식만 먹었을 남편을 위해서 뭔가를 준비합니다.

 

어떤 날은 전화를 해서 묻기도 합니다.

 

“몇 시에 와? 저녁은 뭘 먹을래? 토마토 치즈 토스트 먹을래?”

 

남편이 먹겠다는 것과 먹고 싶다는 것은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해놓죠.

 

나도 출근하는 날이면 못해주지만..

내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은 남편의 저녁에 신경을 씁니다.

 

남편이 대놓고 힘들다고 안 해도 남편이 힘든걸 알기 때문이죠.

 

우리 집에는 “아빠, 힘내세요.”를 혀 짧은 소리로 불러줄 아이도 없고,

“아빠, 힘내세요!”를 불러준들 한국어를 모르는 남편이 이해도 못하겠죠. ㅋㅋㅋ

 

남편 앞에서 티 안 나게 이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남편, 힘내세요! 마눌이 있잖아요! 남편, 힘내세요! 마눌이 있어요. ^^”

 

티 내나 마다 어차피 한국어는 못 알아들으니 마눌이 뭘 또 흥얼거리나 했겠죠.

 

 

 

 

얼마 전 주말에는 이케아 근처에 있는 쇼핑몰을 오전에 갈일이 있어서,

가는 김에 이케아에서 훈제연어 아침을 먹었었죠.

 

내가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남편에게 “아침은 내가 쏠께!”고 꼬셨겠지만..

이날은 남편이 가고 싶지 않는 마눌을 끌고 나간 날이었죠.

 

그러니 아침은 당근 남편이 쏴야 하는 것이 정답!

그렇게 나란히 이케아에 가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케아에 가면 충청도 양반인 남편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마눌이 음식을 사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죠. 그럼 마눌이 음식을 고르고, 계산까지 한 후에 남편 앞에 갖다 바칩니다.

 

남편이 돈을 내는 날은 당연히 얻어먹는 마눌이 사오는 일을 해야 하지만..

마눌이 내는 날도 마눌은 직접 음식을 사다가 남편 앞에 갖다 바칩니다.

 

내가 아는 현지인은 “남편 버릇 잘 못 들인다”고 뭐라고 하던데..

내가 조금 움직여서 내 남편이 편하고 나 또한 그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면 괜찮습니다.

 

“마누라 잘 얻는 남편 복”이니 말이죠.

 

남편에게 마눌은 “로토 잭팟”같은 존재라는 걸,

이런 사소한 일을 하면서 또 다시 세뇌 시키거든요.^^

 

원래 남편이 사야하는 이케아 아침인데 남편이 은근슬쩍 마눌을 떠봅니다.

 

“이거 당신이 살래?”

 

보통 때 같으면 턱도 없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둘이 먹은 아침 5유로에 내 남편이 행복하고 힘이 난다면 그거 하나 못 쏠까요?

 

 

 

남편이 해달라는 요리와 전혀 다른 것이 나오기도 한 날.

 

남편이 주문한 것은 생선가스와 감자퓨레(메쉬 포테이토)

생선은 잘 튀긴 거 같은데, 감자퓨레는 실패작!

 

남아있는 감자퓨레 가루의 약이 적어서 조금 질퍽한 감자퓨레 완성.

기본메뉴는 감자퓨레 때문에 약간 거시기 했지만 이걸 샐러드로 만회!

 

데친 컬리 플라워에 샐러드드레싱+ 호박씨 오일.

거기에 생선가스에 뿌려먹을 레몬주스까지 완벽한 한상입니다.^^

 

매일 마눌이 저녁을 준비 해 놓으니..

이제는 당연한 듯이 퇴근하면 “(내) 저녁은?”이라 묻는 남편.

 

퇴근이 늦을 정도로 일에 치이는 거 같아서,

위로와 힘을 주려고 시작한 “남편 저녁 챙기기 프로젝트“인데..

 

남편 버릇만 나빠지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됩니다.

자꾸 해 줘 버릇하면 나중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죠.

 

 

 

저녁을 다 먹은 남편이 주문 해 오는 디저트 커피와 버터+꿀 바른 빵.

 

너무 대놓고 다 해주는 마눌의 매력을 잃을까 싶어서..

디저트 갖다 바치고는 가끔씩 “팁”을 달라고 요구도 합니다.

 

아시죠? 저는 남편한테 팁 받는 아낙입니다.^^

 

“남편에게 팁을 받는 아낙이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이 궁금하신 분은 클릭하시라~^^

 

 

피곤에 지친 남편을 위해 그 작은 서비스도 못해주냐고 남편이 투덜거릴 때도 있지만!

마눌의 한마디에 남편은 더 이상 투쟁하지 못합니다.

 

"그 돈 벌어서 나 주냐? 나는 주 20시간 일해서 돈 조금 벌거든!“

 

현지인 동료들의 말대로 “남편들은 가족을 벌어 먹이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번다”가 맞지만, 이건 제 남편에게는 해당이 안 됩니다.

 

우리 집은 남편은 집세/ 마눌은 식료품으로 나눠서 각각 생활비를 내지 않거든요.

내 남편은 “나를 벌어 먹이는 남편”이 맞습니다.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죠.

 

나에게 모든 것(스트레스도 포함)을 제공하고 있는 남편이 힘든 시기를 보낼 때는..

마눌된 도리로 퇴근한 남편을 위한 따뜻한 저녁 한 끼는 챙겨야 하는 거죠.

 

남편은 마눌이 챙기는 저녁을 아무렇지 않은 듯이 받아들이고 !

 

마눌 또한 “당신이 요새 이따만큼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 나는 요따만큼 당신을 챙긴다”고 생색도 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편의 퇴근은 전처럼 다시 빨라지겠죠?

 

결혼 13년차, 남편의 퇴근이 이렇게 늦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더 걱정스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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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팁”에 관한 영상입니다. 두 손을 모아 남편 앞에 내밀고 남편이 주는 팁을 기다리는 마눌의 손 구경을 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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