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역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굳이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라면서 보고 습득한 것도 가정교육 일테니 말이죠.
1남 1녀중 장남인 아들.
시어머니가 “아들 바보”이기도 하지만,
아들 또한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라 절대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남편의 마음을 읽는 마눌이 보는 관점이죠.
엄마 아들인 남편은 외모도 성격도 엄마를 빼다 박았습니다.
특히나 뭔가를 꾸밀 때 보면 천상 엄마의 모습이죠.
나보다 더 여성스럽고, 나보다 더 꾸미는 걸 잘하는 남편.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이번에 여러분께만 살짝 공개합니다.
부활절이 오면 우리 방에 부활절 소품들이 여기저기 장식됩니다.
크리스마스가 올 때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소품들이 보이죠.
이 모든 것은 가정주부인 내가 아닌 남편의 하는 거죠.
살기 바쁜 엄마 밑에서, 청소년기에는 엄마와 떨어져서 언니와 살았던 나.
예쁘게 집안을 꾸미는 등의 장식 같은 건 내 인생에 없었습니다.
반면 남편은 계절마다 집안을 꾸미시는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마눌보다 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죠.
12월에 여러 산을 갔다가 남편이 주어왔던 것들을 걸어 놨습니다.
한 곳에서는 누군가 베어버린 나무에서 줄기 하나를 꺾어 왔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솔방울을 주어왔었죠.
나무 줄기에 솔방울 걸고, 거기에 도자기 천사를 하나 걸어주니..
돈 하나 안 들이고 만든 크리스마스 소품이 탄생했습니다.
도자기 천사는 몇 년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남았던 것.
저렴한 소품을 만나면 몇 개 사놨다가 선물로 사용하곤 하죠.
이 천사는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워서 함께 주려고 샀던 제품이죠.
산에 가서 나무를 봐도, 솔방울을 봐도 주어올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잘 넣어둔 도자기 천사는 어디쯤 있는지 생각도 안 나는 마눌인데..
남편은 계절이 맞게 이런 소품들로 예쁘게 장식을 합니다.
문 앞에 소품을 달면서 방안 장식도 책임진 남편.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크리스마스 소품 선물들을 꺼냈습니다.
큰 별+ 작은 별 3개는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누이에게 받았던 것.
이걸 받으면서 속으로 궁시렁거렸던 선물이었죠.
“아니 이런 걸 왜 주냐고???”
받아서는 꺼내지도 않고 그냥 잘 넣어뒀던 엄마 별과 아기 별 3형제.
좁아터진 방 한 칸짜리에 살아서 어디 꾸밀 곳도 없는 방의 전등에 달렸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남편이 직접 꾸미고,
또 1월 중순쯤이 되면 남편이 알아서 치우죠.
원래 이런 건 아내의 몫인데..
우리 집은 아내가 워낙 터프하고 또 인테리어를 모르니 남편이 대신합니다.
아! 아내도 할 말은 있군요.
“좁아터진 집구석 꾸밀 데가 어디 있다고?”
지금 남편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한마디죠.^^
사실 마눌은 꾸미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심플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죠^^
(뻥입니다. 사실은 귀찮은 겁니다. 아니, 할 줄 모르는 거죠. ㅠㅠ)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주고 남았던 날개 속에 잠자는 아기천사.
남편이 우리 방의 한 귀퉁이에 크리스마스 데코라고 놓아둔 것 중에 하나죠.^^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들은 아빠를 보면서 배우고 자란다”고!
아내를 패는 아빠를 보면서 자란 아들은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하면서 크지만,
나중에 결혼해서는..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나는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했던 생각들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간 후죠. 보고 자란 것이 있으니 그걸 보고 나중에 그런 상황이 오면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인지..
반면에 “엄마를 여왕처럼 받들어주고 사랑 해 주는 아빠”를 보고 자란 아들들은 나중에 자신의 아내에게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이건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평소에 아빠가 엄마에게 다정하고 엄마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까지 하는걸 보고 자란 아들들이 성인이 돼서도 “엄마”에게 아빠가 하듯이 대한다고 하더라구요.
창가에 내놓은 크리스마스 용품들중 일부인 유향세트.
아기예수의 탄생에 동박박사 세 사람이 가지고 왔던 것은..
“황금, 유향, 몰약“
거기에서 나오는 유향!
이곳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에서 많이 피웁니다.
하. 지. 만!
아들의 가정교육은 “아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계절마다 집안을 꾸미고, 식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하고, 집안 살림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란 아들이 여자 같은 섬세함으로 집안을 꾸미는걸 보면 말이죠.
남편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 모든 것이 몸에 배어 “잘 받은 가정교육”으로 보여 진다는 걸!
(뭐시여? 당신 남편 가정교육 잘 받았다고 자랑하는 겨?)
-그건 아닌 거 같은디..남자가 이러면 여자한테 잔소리는 얼마나 하겠어???
이렇게 세심하고 섬세한 인테리어 수준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랑 사는 섬머슴아 같은 마눌이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은..“그러려니”와 “그러거나 말거나”입니다.
남편이 집안을 꾸미면 “그러려니..”
“너는 왜 이렇게 못해?”하면서 잔소리 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잔소리 대마왕인 남편의 이런 숨은 모습을 보는 것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이지 싶습니다. 여러분의 남편은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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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영상은 위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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