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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참 좁은 세상, 요양원에서 만난 시할머니와 손주며느리

by 프라우지니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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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만난 시할머니와 손주며느리.

요양원에 사시는 할머니를 방문하는 손주며느리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요양원에 사시는 시할머니와 요양원에 (직업)실습을 나온 손주며느리.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죠.

 

요양원에 사시는 시할머니와 실습생으로 찾아온 손주며느리.

이것도 조금은 흔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이 두 사람에게는 더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만난 이 특이한 인연의 두 사람을 보면서..

“세상은 참 좁다“라는 걸 절감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할머니는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M부인.

아직은 70대중반이신 나름 젊은 층에 속하는 분이죠.

 

이 분은 정신이 아닌 몸이 불편해서 요양원에 오신 케이스.

직원들과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신 분입니다.

 

언젠가 오전에 M부인의 방에 간병을 하러 들어갔다가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죠.

간병할 때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대충 흘려듣습니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 내가 일손을 놓고 눈을 마주보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손은 계속 움직이면서 대화를 합니다.

 

 

https://pixabay.com

 

M부인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아들 셋을 낳았는데, 하나는 어릴 때 죽었고, 또 하나는 30대 중반에 암으로 죽었고,

지금 남은건 아들 하나 남았다고!

 

그 하나 남은 아들을 꽤, 자주 엄마를 찾아서 요양원에 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엄마의 휠체어를 끌고 앞에 공원도 산책하는 나름 효자입니다.

 

이분의 돌아가신 두 아드님중 내 관심을 끌었던 건 30대 중반의 암으로 죽었다던 아들.

이 아들의 자기보다 나이가 2배가 많은 여성과 결혼을 했었다고 해서 깜놀 했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아들이 결혼한 여성의 나이가 정확히 얼마나 많은지 말씀을 안 하셨지만,

16살 이상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해를 했었거든요.

 

남자가 여자보다 너무 나이가 많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여자가 남자의 돈 때문에 결혼을 했다고!”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더 많다?

이 경우도 또 “돈”이야기가 나오죠.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경우를 보자면..

지금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나이 차이가 16살인가요?

 

고등학생과 선생님으로 만나서 인연이 연분으로 이어져서 평생을 함께 하는 사이.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사랑이죠.

 

M부인에게 들었던 죽은 아들의 나이가 많다던 아내.

그 아내의 며느리가 우리 요양원에 하임힐페(도우미) 실습생으로 찾아왔습니다.

 

실습생이 수다스럽게 말하는 중간에 내가 듣게 된 한마디.

 

“M부인이 우리 시 할머니야, 우리 시어머니가 M부인의 아들이랑 결혼을 했었거든!”

 

 

https://pixabay.com

 

세상이 이렇게 좁네요.

M부인의 아들과 결혼해서 미망인이 된 그 며느리의 며느리라니!

 

그렇게 예전에 주워들었던 이야기의 파편을 이 실습생 며느리와 맞추게 됐습니다.

 

일찍 세상은 떠난 M부인과의 아들과의 사이에 자식은 없었냐고 물었다가 들었던 한마디.

 

“결혼할 때 시어머니 나이가 이미 50살이라 아이를 갖을 수는 없었지!”

 

결혼을 할 당시에 실습생의 시어머니는 50살이었다니..

M부인은 당신이 50살 때 동갑인 아낙을 며느리를 보게 된거죠.

 

시어머니와 결혼을 한 젊은 총각은 결혼생활 10년 만에 암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그의 나이 33살.

 

나이를 계산 해 보니..

이 청년은 23살에 50살 먹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 한 겁니다.

 

그것도 25년 전에 말이죠.

지금도 이 정도의 나이 차이는 사람들이 놀랄 만 한데,

그 당시에는 사람들의 눈총이 더 따가웠지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듣는 말은 하나죠!

 

“내 아들 잡아먹은 X"

 

나이가 두 배도 더 차이나는 여자가 내 아들 홀려서 데리고 가더니만..

잘 살지도 못하고 젊은 아들이 30대 꽃다운 나이에 떠났다니!!

 

M부인의 손주며느리인 실습생이 말하는 M부인의 아들과 자신의 시어머니의 사랑이야기는 이렇습니다.

 

 

https://pixabay.com

 

한 식당에서 50살의 나이에 웨이츄레스로 일했던 시어머니.

그 당시에 이 실습생은 이미 50살의 웨이츄레스 며느리로 살고 있었죠.

 

덩치가 작고 (키는 155cm정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시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쫓아다닌 20대 청년은 나이에 비해서 노숙 해 보이고 키 또한 180cm가 넘었다고 합니다.

 

둘이 같이 다니면 나이 차이보다 키 차이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만나서 결혼을 하고 10년 행복하게 잘 살다가 청년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청년을 먼저 보낸 시어머니는 그 후 그냥 혼자 산다고 합니다.

그 청년의 시어머니에게는 “커다란 사랑”이었다고 하면서 말이죠.

 

50살에 결혼해서 10년 살았음 60살.

그 후 15년을 혼자살고 있다니 지금 나이 75살!

 

M부인과 동갑에 생일만 2달 정도 늦다는 자신의 시어머니.

이야기속의 주인공인 실습생의 시어머니 사진도 봤습니다.

 

M부인과 동갑인 나이라고 하는데 훨씬 젊어 보이기는 했습니다.

젊은 남편은 일찍 보냈지만 지금도 활동적으로 사신다는 그녀의 시어머니.

 

모든 이야기를 듣고 M부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자신과 동갑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인사를 왔을 때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그렇게 나이 많은 여자를 만나서 잘 사는가 했더니 암으로 떠나보냈을 때는 어땠을까요?

 

 

https://pixabay.com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우에 “그 여자”를 탓하죠.

 

하지만 M부인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언젠가 M부인의 방에 호출벨이 울려서 그 방에 갔다가 여쭤봤습니다.

 

나는 도저히 이해 못할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말이죠.

 

"M부인은 대단하세요. 나 같으면 내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나랑 동갑짜리 늙은 아낙을 데리고 오면 “너죽고 나 살자!”하고 이판사판으로 나갔을 거 같은데, 그걸 이해하셨어요?“

“아니야, 나도 처음에는 못 했어! 내 아들이 미쳤나 했다니깐!”

“그래서 결혼은 허락 하신 거예요?”

“허락까지는 아니지만, 지가 좋아서 죽겠다니 어쩔 수가 있나...”

 

이곳의 문화가 한국처럼 부모의 의견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으니..

반대해도 소용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반대하시지는 않으셨던 듯!

 

“아드님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며느리 원망은 안하셨어요?

한국 같으면 아들이 잘못되면 다 며느리 탓이라고 하는데..”

“아들이 암인걸 알고 한 6개월 동안 투병을 했는데, 그때 (동갑)며느리가 잘하더라고!

전부 병실에 있을 필요 없으니 집에 가셨다가 하루건너 한 번씩 오시라고 하고, 자기는 병실에서 밤낮으로 내 아들 곁은 지키는걸 보니 참 사랑하는구나 싶더라.“

 

M부인은 아직도 당신과 동갑인 며느리와 연락을 주고받는 듯 했습니다.

날씨가 풀리면 며느리의 집에 방문도 하고 싶다는 M부인.

 

참 이상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인연이 세상에는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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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이 가기전에 눈구경 하시라고 지난 12월의에 내가 봤던 눈영상을 업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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