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처음은 두렵습니다.
온몸이 긴장을 하고, 가슴은 콩닥거리고 얼굴도 벌게지면서 어쩔 줄을 모르겠죠.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네요.
20대 중반쯤에 뜬금없이 “미용사 자격증”을 따서 미용사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용실에 “보조”로 들어가서 열심히 청소 해 가면서 기술을 하나하나 배웠겠지만,나는 학원에서 기술을 배웠고, 미용사 자격증을 딴 다음에는..
안양 어딘가의 “연구반”이라는 학원을 또 다녔더랬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연구반이란?
자격증은 땄지만 아직 “초보”인 미용사들이 손님들의 머리를 만지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고,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직 “초보”인 미용사들에게 공짜로 머리를 하는 곳이죠.
예, 맞습니다. 공짜로 머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마루타”가 되는 곳이고..
초보미용사들은 이곳에서 마루타들을 상대로 그곳의 강사에게서 미용을 배우는 거죠.
이렇게 “연구반 (학원)” 몇 달을 마치고, 초보이지만 초보는 아닌 상태로 연대 앞의 미용실에서 근무를 했었더랬습니다.
연대 앞의 미용실이기는 한데, 연대에는 남학생만 있는지 고객들은 전부 남학생이었죠.
초보지만 초보 아닌 나는 그곳에서 남학생들의 머리를 잘랐더랬습니다.
직원이래야 달랑 두 명.
실장님이라고 불리는 나름 경력 있는 미용사과 초보지만 초보티 안 내려고 노력했던 나.
초보지만 연구반에서 나름 몇 달 동안 머리를 자른 덕에,
나는 “실장님”과 나란히 손님을 받았습니다.
실장님이 한 명 자르면, 그 다음에 오는 손님은 내차지.
사실 남자머리는 자르는 법만 알면 그리 어렵지는 않거든요.
같은 상표의 바리캉(한국어로는 이발 기계? 영어로는 Clipper클리퍼?)을 사용해도 기술의 차이가 있어서 완전 다른 스타일의 머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거기서 나는 나름 중상(남자 머리정도는 손질하는 미용사) 대접을 받으면서 근무를 했었죠.
한국인의 직모와는 달리 곱슬하고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진 외국인이 찾아오기도 했었지만,
영어까지 되는 미용사이다 보니 별로 어렵지 않게 외국 손님까지 받았었죠.
여기서 잠깐!
원래 통역 공부를 했었는데, 거기서 만났던 아는 언니 하나가 “외국에 가서 웨딩샵을 차리자”고 꼬시는 바람에 훌라당 넘어가서 그 계획으로 일환으로 내가 미용사 자격증을 땄던 거죠.
나를 꼬셨던 지인은 자기도 배우겠다고 해 놓고는 나중에는 흐지부지가 됐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20대 중반에 뜬금없이 미용을 배우느라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고,
또 배운 기술이 아까워서 실제로 미용실에서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다시 “통역”으로 돌아갔지만 말이죠.
그렇게 초보이면서도 중상이라 우기며 연대생의 머리를 잡아먹던 시절!
날 땀나게 했던 손님 하나가 있었습니다.
덩치가 있는걸 봐서는 운동선수 같은데, 내가 손님을 받을 차례가 내 차례라 받았던 젊은이.
원래 실장님 손님이었던 모양인데, 실장님이 손님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서 내차지가 됐죠.
요새는 고객이 미용사를 지정하고, 수당을 받고 뭐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모양인데..
20년도 훨씬 전인 그때, 그 작은 미용실에서 직원들은 월급을 받았었습니다.
월급을 받으니 네 손님, 내 손님의 개념이 없었죠.
내가 놀 때 오면 내가 손님을 받고, 내가 일할 때 오는 손님은 놀고 있던 실장님 차지.
내 차지가 된 젊은이는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날 보는 눈초리가 매서웠습니다.
실장한테 머리를 맡기도 싶은데, 온지 얼마 안 된 초보가 내 머리를 맡겠다니..
손님이 이렇게 까탈스러우면 일단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죠.
이 운동선수는 “깍두기 머리(일명 각진 머리)를 요구했습니다.
짧으면서도 위의 머리들이 잔디밭처럼 일정해야 하는 거죠.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이 젊은이가 옆머리를 지적합니다.
“이쪽이 어쩌고~ 저쩌고~”
전 그날 식은땀으로 목욕을 했습니다.
얼굴은 벌게지고, 손도 떨리고..
위의 잔디밭(?)이 고르지 않다고 여기저기를 지적 하면서 짜증을 내던 젊은이!
결국 실장님이 맡고 나서야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그 운동(체대?) 학생.
“너 그때, 왜 그렇게 나를 잡았니? 네가 내 인생에 가장 진땀나는 순간을 선물했구나!”
오늘도 나는 오늘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 인생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지금 요양보호사!
지금은 익숙한 것들이 처음에는 정말로 땀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걱정이 됐던 것 하나는 바로 “면도”
나는 여자이면서 다리도 밀어본적이 없어서 “남자 면도”는 가장 겁나는 과정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실습”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반 샘은 “날라리”로 가르치셔서리,
그 과정을 살짝 건너뛰셨죠.
내 주변의 남자는 “남편”뿐이니 남편에게 부탁을 해봤었습니다.
“남편, 나한테 마루타 한번만 돼 줄래? 면도 연습하게?”
초보인 마눌을 못 미더워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마눌에게 절대 얼굴을 맡기지 않았죠. 그래서 경험 없이 요양원에 일하러 갔습니다.
그렇게 처음 해 본 면도!
몰랐었습니다. 싸구려 1회용 면도기와 비싼 4~5중 면도기의 차이점을!
가끔 면도하다가 얼굴을 베었다는 사람들!
저렴이 면도기를 쓰는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비싼 제품들은 살이 베는 그런 기능은 없더라구요.^^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도 등급(?)에 따라서 사용하시는 세면도구가 다릅니다.
(물건을 살)돈이 있는 경우나 가족들이 물품을 사다주는 경우는 비싼 고급품이고, 돈도 없고, 사다주는 가족도 없는 경우는 요양원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을 사용하게 되죠.
요양원 실습생 시절 환자를 면도 해 줄때마다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곤 했죠.
얼굴에 뼈만 있는 상태에 면도기까지 싸구려이니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그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든 것이 내 잘못 같아서 내내 미안했던 시간들!
실습생 2년을 거치고 정직원 3년차!
이제는 노하우가 제법 있다고 해야 하나요?
일단 고객의 면도기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찾아보고 없으면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저렴이를 사용하지만.. 저렴이 중에서도 1~2중이 아닌 3~4중인 면도기를 찾아서 사용하죠.
그리고 면도하는 중간 중간에 칼날사이에 낀 수염들을 바로바로 제거합니다.
그러면 피를 보는 횟수가 많이 줄더라구요.
나는 요양보호사로 이렇게 간병에 대한 것에 익숙해지는 사이..
요양원에 입주한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진다는 것”이 보입니다.
처음 요양원에 입주한 사람들.
웁니다.
처음 맞닥뜨린 상황이 무섭거든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입학식에 간 아이?
아님 말 안 통하는 외국학교에 처음 전학 간 날?
아마 그거보다 더한 스트레스일겁니다.
“요양원 입주=배우자를 잃는 스트레스“라니 말이죠.
처음에는 모든 것이 무서워서 집에 가고 싶다고 울어대던 사람들.
시간이 지나고 직원들이 얼굴도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얼굴이 편안해집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렵고, 자기의 벗은 몸을 쳐다보는 직원들이 눈길이 부담스러워서 모든 것에 짜증스럽게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짜증이 사라지면서 편한 웃음기가 돕니다.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먹고는 하루 종일 앉아있는 삶이 그런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불안에 떨던 얼굴이 살이 찌면서 웃음도 늘어나고 수다도 늘어나죠.
직원들과는 농담 따먹기를 하기도 하고, 직원들 뒷담화에 같이 사는 사람들 뒷담화까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나이가 들면 여자보다 말이 더 많습니다.
정말 수다스러운 할배들이죠.
거기에 여자보다 남의 뒷담화를 더 좋아합니다.
이렇게 요양원에 익숙해져 가는 사람들과 달리 처음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운 사람도 있죠.
내가 맡은 지층에 2주 정도 단기 간병을 오신 2분.
한 분은 치매 할매, 또 한 분은 말을 못하시는 할배.
“아아~”하면서 팔을 내젓는 걸로 모든 대화를 하시는 할배죠.
웃으시면 기분이 좋으시다는 이야기고, 웃음기가 사라지면 화가 나셨다는 이야기죠.
지난여름에 단기간병을 오셨을 때는 홀딱 벗고 계셔서 그 방에 들어갈 때마다 당황스러웠는데.. 겨울인 지금은 팬티 기저귀에 옷까지 입고 계신 할배.
동거녀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요양원에 2주 맡겨놓고 간 모양인데..
이 할배가 집에 가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셨다고 합니다.
슬프면 배도 안 고프죠.
그래서 식사도 안 하시고!
지층 근무 두 번째 날!
근무에 들어가면서 듣게 된 할배의 상황!
첫날 이미 이 할배를 봤었고, 나랑 같이 화장실에 가서 몸도 씻고, 옷도 갈아입혀드렸었죠.
나를 볼 때마다 웃으셔서 “내가 싫지는 않으신가 부다"..했었는데..
병동책임자는 아무래도 할배의 동거녀를 불러야 할 거 같다고 나에게 언급을 해왔습니다.
일단 상황은 들었으니 살짝 할배방에 가보니 할배는 침대에 누워계셨고 나를 보니 웃으십니다. 일단 웃으시는걸 보니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으로 파악!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든 요양원 생활. 2주의 시간동안 적응하고 직원들과 안면을 익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할배는 다시 돌아가시겠죠.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 있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그걸 힘들게 하시는 분과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시는 분.
유난히 힘들어 하시는 분을 보면서..
이제는 면도하는 것을 익숙해 하는 나를 보면서..
오늘은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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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는 요리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남편이 사다놓은 배추로 샐러드를 해달라고 해서 만들어봤죠.
물론 본적이 있고, 먹어본적이 있기에 만들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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