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요양원에 돌아가신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곡기를 끊으시면서 “때”가 됐음을
알리고 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이 가신 경우도 있죠.
내가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계셨던 M부인.
숨 쉬는데 문제가 있으셔서
항상 “아, 아”하는 소리를 내셨었죠.
처음에는 지층에 있는 식당에 식사도 하러 다니시고,
친구는 없지만 혼자서 밖을 자주 다니셨었는데..
조금씩 활동이 줄어들고, 병원의 입, 퇴원을
몇 번 반복하면서 건강 악화가 왔죠.
돌봐야 하는 어르신이 많은 직원들이라
어르신 개개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합니다.
아침에 간병을 들어가서 잠시 짧은 대화를 하고,
시간이 조금 비는 오후에 그 어르신의 방으로
일부러 찾아들어가야 조금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죠.
내가 아는 M부인은 크로아티아 출신이십니다.
완벽하지 않으신 독일어와
대화할 사람이 없는 그녀의 모국어.
요양원에 같은 언어를 쓰시는
어르신이 몇 분 계시지만,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죠.
자식은 없고, 크로아티아에
오빠들이 사신다고 하셨었는데,
M부인이 우리 요양원에 머무시는 동안
방문을 했던 친척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볼 때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시고,
어떤 옷들은 직접 꿰매서 입고 다니셨죠.
친,인척도 방문을 안 오신다고 하니
가난하신 분 인줄 알았습니다.
하긴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당신 맘대로 돈을 쓰지도 못하네요.
당신 계좌의 돈이라고 해도
당신은 이제 은행에 못 가시니
자식이나 법적 대리인이 관리를 하죠.
M부인이 돌아가시고 알았습니다.
그 분이 꽤 부자이셨다는 사실을..
M부인의 방에 돈도 쫌 있고,
또 그 분이 남기신 집도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던 M부인의 친척이
돌아가신 시점부터 불이나게 연락을 해온답니다.
그냥 “조카”도 아니고,
“사돈의 팔촌 식으로 얽히고 섥힌 조카”라는
사람이 요양원에 전화를 해 와서는
M부인의 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서
우리 병동책임자가 “나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친,인척인지도 확인이 안되는
사람이 전화를 해오는 이유는 돈 때문이죠.
평소에 방문을 와서 요양원 직원하고도
얼굴을 익혀놓고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평소에 돈이 있으시면 옷도 사 입으시고,
지층에 있는 카페에 내려가서 커피에
맛난 케이크도 매일 사드실수 있었을 텐데...
M부인은 날씨가 좋은 날은 매일
혼자서 요양원 앞 공원을 걸으셨습니다.
집이 있으셨는데 M부인은
어쩌다 요양원에 오셨던 것인지..
직원들의 도움은 거의 끝까지 받지 않으시고
혼자서 다하시던 분이셨는데!
청소나 요리를 못한다면 방문요양(청소)나
음식배달 서비스도 있었는데..
그러면 집에서 사는 것이
요양원보다는 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자식이 없어서 Sackwalter 작발터
(법정대리인)을 가지고 있던 M부인.
여기서 잠깐!
대부분은 법정대리인을 “자식”을 지정하지만,
자식이 있어도 남보다 못한 경우에는
친적이 법정대리인이 되기도 하고,
친척마저 없거나 모른 척 하는 사이라면,
친구나 지인이 되기도 합니다.
법정대리인은 “공짜”로 해 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의 수입에서
정해진 만큼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예를 들어서 매월 나오는
연금의 20%를 가져가는 그런 식인 거죠.
자식이 신경을 안 쓰는 경우는
오히려 법정대리인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법정대리인은 “어르신이 XX가 필요하다”고 하면,
직접 사오거나 돈을 보내서
살 수 있게 신속한 조치를 취합니다.
자식들은 자신의 부모에게 사오는 물건인데도
제일 저렴한 물건을 사오거나,
아예 요양원의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꽤 있고,
때로는 매달 부모에게 나오는
용돈을 털어가기도 합니다.
M부인의 방에서 나온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병동책임자의 말의 의하면
“꽤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끔 요양원내 “절도”사건이
일어났던 모양입니다.
어르신들이 돈을 숨겨둔 곳은
어떻게 찾아내는 것인지 원!!!
M부인이 방에 남기고 가신
돈과 집 한 채.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자식도 없으셨으니
누구에게 주실 생각은 아니셨을 텐데..
이렇게 많이 남기고 가신 분을
보면 참 씁쓸합니다.
“당신이 조금 더 즐기시고,
쓰시다 가셨으면 덜 억울하셨을 텐데”
하는 마음에 말이죠.
M부인이 불쌍하신 것은 그분이
자식 없이 사시다 가신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때는 방문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친,인척들이 돌아가시자마자
요양원에 전화를 해와서는
“우리 고모(?)가 남긴 재산 다 내놔!”
하는 것이죠.
줄 사람이 없었다면 화끈하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쓰라고 “기부”라고 하셨다면..
M부인의 재산을 바라던 친인척들에게
통쾌한 한방이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옆집 생각이 나네요.
옆집에 사시던 (나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어르신이 요양원에 들어가시고,
“조카”라는 여자가 집을 물려받았다고 와서는
헌집을 헐어버리고 새 건물을 올려서는
이사 들어왔거든요.
“부모도 아닌 “고모/이모/”가
집을 물려주는 수도 있네, 좋겠다.“
그때는 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보면
당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신들의 집이
가장 가까운 친인척(대부분은 조카)에게
“승계” 절차 없이 바로 넘어가버립니다.
나는 준적이 없는데, 조카가
내 집을 가져가 버린 거죠.
아낀다고 평생 집 하나 안고 있어봐야
나중에 엉뚱한 사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물론 조카와 관계가 돈독했다면
집을 물려 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서로 연락 없이 살다가 내 집을 강탈 해가듯이
가져가는 건 조금 억울할 거 같은데 말이죠.
M부인이 그런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가시지 않으셨겠지요?
마지막까지 누릴 것 누리시고,
충분히 시간을 즐기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M부인은 혼자 사실 여력이 충분하신데도
요양원의 구석방에서 사시다 가셨습니다.
이럴 때 “복지국가“의 어두운 면이 보입니다.
“당신은 혼자 살수 없으니
요양원으로 가시오.”
이렇게 결정이 나면..
그 다음부터는 내 인생임에도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결정되니 말이죠.
끝까지 내가 결정권을 쥐고 내 삶을 살아가려면..
지금부터 현명해져야 할 거 같습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내 삶의 결정권이 타인에게 넘어 가는 걸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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