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해마다 돌아오는 집안행사.
제사가 있는 것이 아니니 행사라고 해봐야 시부모님 생신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이지만,
그래도 며느리에게는 선물을 선택하는 것이 매번 스트레스입니다.
대놓고 “난 뭐가 갖고 싶으니 해다오~”하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대놓고 그런 말을 못하죠. (부끄러워서)
그래서 선물을 고르는 며느리에게는 매번 힘들 일입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준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시아버지 생신 선물.
올해 시아버지 생신선물은 며느리가 오래전부터 찜해놓은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언젠가 요양원 출근하면서 봤던 것은 바로 “디지털 액자”
출근하면서 다른 병동을 지나서 내가 근무하는 병동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옆 병동의 열려있는 한 어르신의 방에 보였던 것은 바로 “디지털 액자”
사진이 알아서 계속 바뀌니 앨범처럼 일부러 장을 넘기 필요도 없고!
연세 드신 분들은 무거운 앨범을 드는 것 자체부터 무리가 있죠.
전에 시어머니가 보여주신 앨범을 사진 찍어놓았던 것도 가지고 있어서 그것도 넣고!
결혼하고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꽤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결혼식 사진부터 올해까지 12년 정도의 이런저런 사진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다녔던 휴가 중에 찍어놨던 사진들도 두 분께 보여드린 적은 없었는데..
지난 12년간의 사진들을 몽땅 모아서 디지털 액자에 넣어서 두 분이 가만히 앉으셔서 지난 추억들이 고스란히 보실 수 있게 하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남편에게 “디지털 액자”이야기를 하려면 그 안에 들어갈 사진들이 준비 되어있어야 하니!
1박 2일 동안 내 사진 저장소에 있는 제 앨범들을 소환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시부모님의 사진들을 추렸습니다.
저장소에 들어가서 2006년~2019년의 사진들을 파일에(년, 월) 일일이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빠의 생신도 코 앞이고 해서 급하게 후다닥~ 해치웠죠.
열심히 찾기는 했는데, 제 기억 속에 있는 “마라톤 사진”은 찾지를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썼던) 글 (엑셀)목록에 “마라톤”으로 검색을 하니 썼던 글이 있네요.
이렇게 검색하면 찾을 수 있었던 사진이었는데..
아빠께 드린 파일에는 이 사진이 빠진 상태입니다.^^;
찾아놨다가 다음에 업데이트해서 드릴 때 넣어드려야겠습니다.^^
아빠 생일선물로 “디지털 액자”를 하고 싶다고 하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남편.
부모님께 지금까지 이런저런 전자제품을 해드렸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타블렛(시누이는 컴퓨터)까지!
하지만 그걸 사용하시는 걸 별로 본적이 없죠!
시누이가 해드린 스마트폰 전화기도 시부모님은 사용을 잘 안하셔서 매번 배터리가 나가 있고!
상황이 이러니 전자기기인 “디지털 액자”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가죠.
“선물한 디지털 액자 사용 안하고 한 쪽에 처박힐 거야.”
“아니야, 사용할걸?”
“그럼 아빠가 사용하시지 않으시면 당신이 그 돈 그대로 물어대던가..”
이런 위험한 내기는 하면 안 되니 그냥 안 들리는 척으로 위기 모면!^^
내가 한동안 생각해온 “디지털 앨범”을 유일한 선물로 밀고 있었는데..
남편의 제동을 거시면 차선책이 없는 상태에서 난관에 봉착!
마침 3주 휴가로 집에 있던 시누이에게 물었습니다.
“시누이, 난 아빠 생일선물로 디지털 앨범을 해드릴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해?
네 오빠는 그 선물을 안 된다고 하네.“
“그치? 그동안 부모님 모시고 다녀온 휴가 사진들도 다 넣어서 드리면 좋을 거 같지?”
“응, 괜찮은 선물인거 같아.”
이렇게 시누이의 긍정적인 태도에 힘입어서 드디어 남편의 승인이 떨어지고!
마침내 남편이 인터넷 주문을 해서 집으로 배달이 왔습니다.^^
아빠께 드린 디지털 액자의 첫 번째 사진은 두 분의 결혼사진으로 결정했습니다.
두 분 다 어린 시절 이런저런 사진들이 있겠지만..
내 남편이 태어난 역사부터 시작해야하니 선택한 두 분의 결혼사진!
결혼은 남편이 태어난 이듬해에 하셔서 이 당시에 남편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결혼사진을 액자의 첫 번째로 골랐습니다.^^
아빠는 사진속의 젊은 모습도 멋지시지만, 지금도 멋있는 할배이시고,
3남2녀의 형제 중에 가장 잘생긴 둘째 아들이십니다.
엄마가 보여주신 앨범에서 찍어놨던 사진들을 다 올렸지만,
그중에 내 맘에 드는 건 바로 이 사진.
마흔이 넘은 시누이의 얼굴에서 어릴 때 이 얼굴이 보입니다.
아빠 생신날은 이른 출근을 하는 남편은 축하인사를 드리지 못했고, 며느리는 오전 중에 선물을 챙겨가서는 아빠께 어떻게 작동을 하고 어떻게 하면 파일들을 넘길 수 있는지도 설명 드렸습니다.
아빠는 당신의 보지 못했던 휴가사진들을 보시고는 “언제, 어디인지”를 대충 짐작하셨고..
한동안 시부모님과 머리를 맞대고 사진속의 추억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13년 동안의 사진들은 보면서 그때에 일어났던 일이라든가, 장소라든가..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 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아빠는 당신이 가지고 계신 오래된 앨범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그 앨범에 있는 사진들도 이렇게 액자에서 볼 수 있냐고 말이죠.
물론 앨범들을 주시면 스캔해서 파일들을 액자에서 볼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당신의 어릴 적 사진들도 클릭 한 번으로 다 볼 수 있으면 좋죠.
매주말 형제분들이 모여서 카드놀이를 하시니 그때 함께 보셔도 좋을 거 같고 말이죠.
디지털 액자는 매 5초마다 사진이 바뀌니 앨범을 찾아보는 수고 없이도 지난 추억들을 회상할 수 있어 아빠께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당신의 오래된 앨범”이야기를 하시는 거 보니,
역시나 선물을 잘 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빠의 72세 생신 선물을 제대로 고른 거 같아서 참 만족스러운 며느리입니다.^^
(이때는 아빠가 아프시다는걸 몰랐던 아들내외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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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7월30일, 여름의 우리집 마당입니다.
뭐든지 풍성했던 한여름의 마당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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