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곳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죽어서야 떠날 수 있는 곳,
요양원입니다.
인간이 삶이 끝나가는 지점쯤에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 생각했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진리가 하나 있죠.
“사람이 악하면 죽어서 지옥 간다.”
착한 일을 했다고 천당에
간다는 확신은 없지만..
악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걸
죽어봐야 아는 건 아니죠.
그래서 삶의 마지막에 서있는
사람들은 더 선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혹시나 다른 문화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것들이
있을 때는 질문을 해야죠.
그래서 저는 동료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합니다.
어느 날 뜬금없이 동료 직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은 사람이 선행을 하면 천당에 가고,
악행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니야?”
“아니야, 여기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왜 우리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은
끝까지 나쁜 짓을 해?”
“그러게 말이야.”
낼 모래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산다면
조금 더 착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중증 치매였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계신 할배 방에는 담배가 가득합니다.
할배의 부인이 서랍마다
담배랑 과자 같은 걸 채워놓으셨었죠.
자기 돈으로 담배 사서 피우기는
아까운 P 할배(70대 중반)는 시시때때로
그 방에서 담배를 가져다가 피우십니다.
도둑질인거죠.
P할배는 자기보다 10살은 많은 할매랑도
친하게 연인(?)사이로 지내면서 그 할매의
담배를 다 빼앗아 피우십니다.
일종의 삥인거죠.
오죽했으면 P할배의 연인이었던 할매가
P할배랑 어울리는 것을 살짝
피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답배 값이 너무 많이
들어서.”였습니다.
담배 한 값에 5유로인데
하루에 두 세갑씩 피워 대는 걸
감당하시기 힘드셨던 거죠.^^;
P할배는 휠체어에 앉아서는
두발로 휠체어를 운전하십니다.
(장애가 있어서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고, 걷는 것도 자유로우신 분이죠)
그렇게 휠체어에 앉아서는
두발로 열심히 걸어서 가시는 술 쇼핑.
P할배는 알코올 중독에 골초라
폐도 않 좋아서 방에서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시죠.
그런 양반이 술 쇼핑을 끝낸 후에
숨 넘어가는 기침 한방이면
구급차 출동.
P할배는 술 쇼핑을 나가시면 매번
택시가 아닌 구급차를 타고 귀가를 하십니다.
구급차는 택시처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이용하시는 거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던 P할배!
침대에 누우면 죽는다고 3일 동안이나
휠체어에 앉아서 밤을 세우시더니만..
결국 가셨습니다.
죽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 세상은 살만 하셨나 봅니다.^^;
직원들 사이에 찍힌
할매가 한 분 계십니다.
M할매는 직원들을 때리기도 하고,
또 막 말을 해서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죠.
어느 날 M할매가 크로아티아 출신의 L할매가
같이 요양원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 가셨습니다.
요양원에 같이 살아도 외국인들은
현지인들과는 조금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현지인들의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또 끼려고 하지도 않죠.
현지인 M할매가 크로아티아 출신의
L할매와 카페에 갔다?
평소에 둘이 어울리지도 않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카페 동행이라니..
웬 뜬금없는 일인가 했었는데,
M할매의 행동을 잘 아는 직원이 하는 말.
“M할매가 이번에는 L할매한테 붙은 겨”
“뭘 붙어?”
“M할매는 카페에 갈 때마다 누군가에게 얻어먹거든.”
“왜? 돈이 없어?”
“아니, 돈이 있는데도 그렇게 돈 있는 사람한테 붙더라고!”
요양원에 사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서류상으로 재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라(의료보험 조합)에서
2,500유로 정도 되는 요양원 비용을 내주고 있죠.
어르신들은 당신들 앞으로 들어오는 연금이나
장애 등급에 따라 나라에서 지금 되는 간병비도
다 나라(의료보험 조합)에서 관리를 하게 되고,
어르신들에게는 당신들이 받으시는
수입의 20%정도가 매월 용돈으로 지급되죠.
그러니 한 달에 적어도 200 유로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이야기죠.
이제 돌아가시면 싸가지도 못할 돈인데,
그 돈으로 카페에 가서 맥주도 사서 드시고,
커피나 맛있는 케이크도 사서 드실만한데
왜 매번 남에게 신세를 져서
손가락질을 당하시는 것인지..
당신도 이 사실을 아시는지
어느 날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지갑을 안 가져가서 L부인이 맥주 값을 냈거든.
내가 나중에 돈 갚았어.”
조금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당신이 고맙다고 생각하시면
팁을 주겠다고 5유로를 들고 나오시는 m할매.
m할매는 거식증이 있으셔서 몸무게 37kg정도로
뼈만 남은 어르신이십니다.
이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649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주는 돈을 받으면
안 되니 주셔도 매번 거절하지만..
m할매가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니 그 마음만 받죠.
어느 날 m할매가 감사함을 표현하던
그 5유로를 N할매한테 줬다고 합니다.
돈을 주니
N할매는 날름 받아버린거죠.
“아니, N할매는 돈이 많잖아.
그런데 왜 돈 없는 할매의 돈을 받아가?”
“그러게 말이야.
사람이 왜 그리 탐욕스러운 것인지..”
N할매는 몸무게 100kg가 넘는
큰 덩치로 하루 종일 먹는 대식가죠.
자신이 받는 연금이 꽤 되고,
그걸 자신의 아들이 관리한다고 했었고,
엄마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엄마의 전화 한통이면
아들이 항상 바리바리 싸들고 옵니다.
이 분의 이야기의 여러분이 이미 아시지 싶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938
m할매가 아무리 가지라고
내밀었다고 해도 N할매가
그렇게 넙죽 받아갈 돈이 아닌데!
m할매가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5유로의 용도였는데,
그걸 가져가버리다니..
잠 자다가 (너무 뚱뚱해) 코마 상태에 빠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가 3박 4일만에 돌아와도
전혀 변하지 않는 N할매의 욕심.
언젠가는 그 넘치는 욕심을 내려놓는
날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어르신도 있네요.
낼 모래 100살을 앞두고 계신 할매.
심심하면 직원을 중상모략하시는
거짓말을 하십니다.
분명히 그 방에 직원이 들어가서
오전 간병을 다 마치고 나왔는데 하시는 말씀.
“아무도 내 방에 안 왔다.”
그 방에 들어간 직원이 확실하게 있다고
말씀을 드리면 하시는 말씀.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나갔다.”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이 직원이 아니고
실습생 같은 경우는 큰일입니다.
실습생은 일하는 동안 평가를 받게 되는데,
근무 태만으로 찍히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죠.
심한 경우는 잘릴 수도 있습니다.
직업 교육 중에 실습 요양원에서 잘렸다?
이렇게 되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 외 여러 어르신을 봐도
“내려놓은”분은 안 계십니다.
악행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데..
하늘 갈 시간이 다가오니 그런 것이
무섭지 않은 막가파가 되는 것인지!
사람은 선행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야
다음 생이 조금 더 편하다고 하던데..
이건 한국인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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