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휴가를 냈다고 목요일에 왔었던 시누이는 일요일까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 긴 주말을 즐기고 다시 비엔나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다행히 근무가 있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집을 떠나 있었죠.^^
일요일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시누이도 돌아가고 남편도 출근하는 월요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퇴근해서 목욕을 하려고 준비하는 마눌에게 남편이 던진 한마디.
“내 동생 다음 주에도 온다네!”
“왜?”
“내 동생이랑 싸웠어?”
“아니.”
“근데 왜 그래?”
“오면 내가 불편하니까 그렇지."
남편이야 방에서 사니 잘 모르지만,
주방에서 하루를 사는 저에게는 시누이의 방문이 참 불편합니다.
주방 테이블을 턱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살짝 눈치가 보이고, 시누이가 커피를 만든다고 주방을 서성일 때는 내 의자를 테이블에 바짝 붙여야 뒤에서 뭔가를 할 수 있거든요.
어정쩡하게 시댁에서 살다보니 시누이가 오는 것도 반갑지 않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 느끼게 된 감정도 하나 있네요.
전에 이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이것이 내 반응이었는데..
요새는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것이 일종의 소외감이었지 싶습니다.
끼고 싶은데 끼지 못하는 마음.
전에 언니랑 외국에서 단 둘이 살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각자 남친이 있었는데..
언니가 남친이랑 혹은 내가 내 남친이랑 싸우면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
“너희 사이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나랑 언니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 때문에 엄청 싸웁니다.
쫀쫀한 아빠를 닮은 내 성격과 화통한 엄마를 닮은 언니의 성격.
평소에 잘 붙어있지도 않고, 싸우기도 자주 하는 우리 자매의 사이에 들어갈 틈이 없다니??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자매가 이런 상대방의 하소연에 했던 반응이라면..
‘장난 하냐? 우리가 뭘 어쨌다고???“
지금 생각 해 보면 ..
외국에서 데리고 사는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 맘은 남달랐지 싶습니다.
내가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 일 테니 말이죠.
나에게는 언니 둘과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사실 내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입니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하죠.
내 동생에게는 뭐든지 줘도 안 아깝고 애뜻하다고 해야 할까요?
나한테 맞고 살던 남동생이 사춘기 지나며 나보다 키도 더 커지고.. 지금은 내 남편보다 훨썬 더 큰 장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여전히 귀여운 내동생이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우리 자매에게 있다는 그 (보이지 않는)울타리?
그 사이에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가 없다던 우리들의 전 남친들.
그들이 말하는 그 느낌을 요새 내가 알게 됐습니다.
나는 시댁에 사는 며느리!
거기에 언어와 문화도 다른 외국인 며느리!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은 시부모님과의 사이인데..
나는 늘 “그들의 리그”에 끼지 못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들인 남편은 시부모님과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무심한 듯 보내는데 반해,
며느리는 나는 시부모님과 시시때때로 대화를 엄청 자주합니다.
대화라고 해서 별 대단한 내용 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래도 나만 느끼는 이 소외감!
남편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가족”임을 느끼면서 사는 거 같은데..
나는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서성이는 그런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나에게 가족은 남편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차갑게 대하는 이곳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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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지고 있는 차표가 아까워서 할일없이 시내에 나갔던 날의 영상을 업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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