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신 동안에 엄마랑 산책을 나갔었습니다.
산책인지 호두 줍기였는지 모를 어정쩡한 시간이었지만,
간만에 엄마와 대화를 했습니다.
아빠가 수술하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남편에 제일 먼저 한일은 우리의 출발을 늦춘 것.
일단 양쪽의 회사에 “휴직/퇴사”를 보류하겠다고 알리는 것이 첫 단추였죠.
뭔일인데? 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셔야 할듯...
이제 좁아터진 집에서 사는 것을 마무리 하는 줄 알았었는데..
휴직/퇴사를 보류하면서 우리는 이곳에 더 머물게 됐습니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사실 온가족이 불편한 시집살이였죠.
시부모님도 아들내외에 들어와서 사니 편한 것보다는 불편한 것이 많으셨을 테고!
시누이는 자기 공간에 오빠내외가 들어와 있으니 올 때마다 마음 편했을 리 없지만!
이 공간에 사는 우리부부도 심히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https://pixabay.com/photos/search/mother%20in%20law/에서 캡처
산책중 엄마랑 대화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생각한 시간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되면 그냥 아파트를 얻어서 나가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고..“
내 동료가 산다는 이 “저렴한 아파트”는 일종의 임대주택 개념입니다.
정해진 금액보다 더 이하로 벌어야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거죠.
남편이 남들보다 조금 더 버는 우리는 자격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부부의 수입을 합하면 마눌이 시간제 근무라 상대적으로 조금버니 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셨던 엄마는 뭐가 그리 불편하냐는 식으로 반응을 하십니다.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것인지..
부모님은 침실 외에 아빠는 2층의 TV방을 가지고 계시고, 엄마도 1층에 TV가 있는 거실을 가지고 계십니다. 취향이 다른 두 분이 각자의 공간에 TV를 하나씩 가지고 계시죠.
시누이도 침실 외에 거실이 있으니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차도 끓이고, TV도 보죠.
이렇게 거실과 침실을 나누어져있는 가족들과는 달리,
우리부부는 침실과 거실의 구분이 없죠.
침실과 거실이 구분이 되어있어야 TV는 거실에서 보고 침실에서는 잠만 자는데,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방이 한 칸이라 침실겸 거실이죠.
그래서 남편이 잠잘 때도 TV를 틀어놓습니다.
전자파 샤워를 하는 거죠.
“내가 다음날 근무를 가려면 자정 전에는 자야하는데,
테오는 TV를 틀어놓고 계속 봐요.”
남편은 평일에도 자정이 넘도록 호작질을 하는 스타일인데,
주말에는 그 시간이 더 길어지죠.
반면에 주말에 근무를 나가야 하면 나는 일찍 자야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남편입니다.
며느리의 푸념에 엄마가 하시는 한마디.
“그럼 네 시누이 거실에서 자면 되잖냐?”
정말 생각을 하시고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기적인 시누이가 올 때마다 죽치는 그녀의 거실에???
내가 죽치고 있는 주방 옆으로 시누이의 거실과 침실이 있습니다. 오빠내외가 지난 5년 동안 좁아터진 집에 살거나 말거나 시누이가 꿋꿋하게 지킨 그녀의 공간이죠.
“엄마, 거실 없는 침실하나에 TV는 항상 틀어져 있고,
주방도 반쪽에 욕실도 반쪽이에요.”
우리는 철지난 옷들을 걸어놓을 공간도 없어서 엄마네 건물 2층에 있는 옷장에 반세기가 지나서 (버려도 이미 버렸어야 할 부모님의) 구닥다리 옷들과 함께 걸려있습니다.
방의 한 벽면이 옷장이면 철이 바뀌어도 옷 정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장식장을 옷장으로 쓰고 있어서 겨울옷과 여름옷을 구분해서 계절이 바뀌면 꺼내놓아야 합니다.
산책중 비닐봉투랑 호도를 주어서 나에게 주셔 어쩔수없이 내가 들고다닌 호두봉투.
며느리가 자꾸 삐딱선을 타니 엄마가 날리시는 최후의 한마디.
“그래도 너희가 그동안 돈을 많이 아꼈잖니!”
“많이 아꼈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집 얻어야죠.”
웃으면서 엄마의 말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공짜로 살았다면 지난 5년 동안 정말 엄청 많이 아낄 수 있었겠지만,
시부모님은 우리에게 월세를 요구하셨죠.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41
월세 요구하시는 시아버지
엄마는 한 달에 300유로만 월세로 지출했으니 우리가 그동안 돈을 많이 아꼈고,
너희도 만족스럽지 않았느냐? 하시는 모양인데 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한 달에 1,000유로짜리 비싼 월세를 얻는 것도 아니고, 집에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월세도 400유로 남짓이었고, 여기서도 집을 얻어 나갔다면 아마도 500유로 선이었겠죠.
그러니 200유로 더 주고 살면서 우리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좋은 선택이었겠죠. 애초에 2년 예상으로 들어온지라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했던 기간이 5년이 되어 버린 거죠.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머물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집을 얻었겠죠.
시댁에서 멀리 떨어진 남편의 회사 근처나 아님 린츠 근처 어디쯤으로 말이죠.
엄마는 “너희가 우리랑 같이 살면서 시시때때로 내가 해주는 음식도 먹었으니 너희도 절약하지 않았냐?”하실 수도 있지만...
엄마 음식을 하는 날에는 내가 주방에 가서 도왔습니다.
(옆에서 일을 도운 며느리는 밥값을 한 것이고, 당신은 아들만 대접하신 거죠.)
내가 음식을 해서 부모님께 갖다 드린 것도 많고,
남편이 마당에서 바비큐를 해서 부모님께 식사 대접을 한 적도 많았죠.
계산 해 보면 엄마가 밥 해 주신다고 생색을 낸 횟수와 우리부부가 부모님께 해드린 음식도 거의 비슷할 거 같습니다.
단지 우리는 엄마처럼 식탁에 차려놓고 함께 한 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스프나 햄버거 등을 만들어서 냄비에 담아서 드리거나 접시에 담아서 배달 해 드리죠.
엄연히 따지면 같이 먹는 한 끼는 아니었습니다. 따로 먹는 한 끼였죠.
시누이가 오면 밥은 당연히 엄마네 서 먹으니 그때는 엄마가 아빠와 시누이를 위해 요리를 하시는 것이고!
시누이가 왔다고 해서 우리부부도 당연히 엄마네 식사를 하러 가지는 않았습니다.
엄마가 부르실 때만 저는 먼저 가서 일을 돕고, 남편은 와서 밥만 먹고 갔죠.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니 우리는 서로가 편한 대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들어와 살면서 우리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시부모님이나 시누이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우리가 불편한 점들만 생각하고, 이야기 했었고!
엄마는 “너희가 들어와 살면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며 돈 아끼고 있잖아!”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아끼려고 시작한 시집살이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들어와 사는 동안 엄마의 말씀대로 돈이 조금 절약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소한 절약과 우리만의 공간중 선택을 하라고 했다면..
당연히 “우리만의 공간”이죠.
그래서 작은 캠퍼밴이나마 우리만의 공간을 갖게 될 뉴질랜드로의 탈출을 꿈꿨던 거죠.
몇 달 미뤄진 우리들의 탈출은 아직 진행 중이니..
그때까지만 이 좁은 단칸방살이를 참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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