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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시키는 세뇌 교육

by 프라우지니 2018.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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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근무를 갔다가 동료직원이기도 한

남편의 외사촌 형수 R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녀가 요양원 입주민 중에

한 분인 K부인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있었다고 말이죠.

 

K부인은 저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 한분이십니다.

연상연하 커플로 할매는

올해 95살, 할배는 90살이 되셨죠.

 

이분들께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제가 칫솔 선물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일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393

 

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칫솔

60여분이 넘는 우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 중에, 제가 딱 두 분을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두 분은 부부이십니다. 95살 할매와 90살 할배) 선물이라고 하니 대단한 것은 아닙니

jinny1970.tistory.com

 

K부인은 조용하게 말씀하시고,

항상 웃으시는 분인데..

 

그분이 R이랑 목청을 높이셨다니

뭔일인지 궁금해서 그 방에 들어갔습니다.

 

저녁에 다리가 아프신 K부인의

다리에 오일도 발라야 하고, 

다른 종류의 연고도 발라야 해서

들어가서 다리에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하면서 여쭤보니

“어제 일“을 말씀하십니다.

 

K부인은 R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계셨습니다.

 

“어제 R이 우리 방에 왔는데
목청을 높이면서 이야기를 해서
(성질냈다는 이야기죠.)
나도 맞받아쳐서 같이 해줬어.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어제는 그랬어.”

할매는 기가 죽으셨습니다.

“R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항상 그렇게 당당해.”

 

사실은 당당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윽박지르는 겁니다.

 

간호사도, 요양보호사도 아닌

요양원 말단인 하임힐페(도우미)가

뭘 그리 하는 일이 많다고

어르신들 방에 들어와서 어르신들을

윽박지르는 것인지..

 

 

 

K부인의 말에 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R은 그냥 도우미예요.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저번에는 화장실에서
내가 호출 벨을 눌렀더니만,
들어와서는 한다는 말이
”뭐요?“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라구”

“아니 호출 벨을 눌렀으면 도움이
필요해서 눌렀을 텐데 ”뭐요? “라니요?”

“항상 그런 식이야.
그런데 어제 내가 소리 지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니, 사과를 왜 하세요?
R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면서요?”

“그랬지.”

“그러실 필요 없으니 하시지 마세요.”

“그래도 되나?”

“당근이지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K부인은 이 요양원의 고객이에요.

여기에 공짜로 사시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2,000유로 이상 되는 비싼 요양원
비용을 지불하고 (물론 직접이 아닌 나라에서
내는 거지만..) 사시고 계신 거예요.”

“....”

 

 

“필요하시면 직원을 부르시고,
R이 계속해서 그런 태도로 나오면
우리 요양원 인사과장을 불러서
”R이 내방에는 안 들어 왔음
좋겠다.“
고 하실 수 있어요.”

“정말 그래도 되남?”

“물론이지요.

자꾸 문제가 생기는 직원은

인사 과장을 불러서 바로 이야기 하세요.

이 직원이 이런 태도로 나를 대하는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물으시고 따질건 따지시고..”

“그래도 되남?”

“당근이지요. K부인은 우리 요양원의 고객이예요.”

“이런 말을 해주는 직원은 당신이 처음이야.
아무도 이런 말을 안 해 주더라구.”

“직원들한테 절대 주눅 들지 마세요.

K부인은 그럴 권리를 갖고계신

분이시니 말이죠.”

 

 

병동 근무표

 

K부인은 연세가 95세이시라

여기저기 아프신 데가 많습니다.

 

오전 간병을 끝내고 직원회의를 할 때마다

직원들은 이 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오늘도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셨지~”

 

아프다고 하시는 곳에

오일이나 연고를 발라드리면,

한동안 통증이나 가려움증에

대해서 말씀을 안 하시는디..

 

한가한 오후에 K부인 방에

들어가니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이곳 저곳 불편한 곳을

하소연하듯이 말씀하십니다.

 

“왼쪽 다리랑 허벅지가 아파오고...”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는 4번 귀를 가진 한국인입니다.

 

뭔 4번귀? 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포스팅을 읽으셔야 할 듯.^^;

http://jinny1970.tistory.com/1577

 

우리와는 다른 서양인들의 이해력 혹은 말귀

저에게는 조금 벅찬 독일어실력으로 하는 직업교육이 버거울때도 있지만,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갈 때마다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구만리처럼 보였던 24개월(2년)의 기간 중에 2달을

jinny1970.tistory.com

 

 

그 말을 듣자마자 방에 있는

“통증 오일”을 갖다가 K부인의

다리에 발라서 문질렀습니다.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여기도 불편하고,
저기도 아프고
..하시지 마시고,
호출해서 직원이 오면 “통증오일로
왼쪽 다리를 문질러 달라!”
고 하세요.“

 

K부인은 뭘 발라달라고

하시는 말씀이신 듯 한데..

 

직원 1번~3번 귀를 가진

직원은 이해를 못하는 거죠.

 

요양원 입주민들은

항상 조심스러워 하십니다.

 

직원들에게 뭘 해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하니 해 달라는 대신에,

 

“여기가 어쩌고, 저기가 어쩌고..”

하시는 거죠.

 

입주민의 뭘 말하는지 알면서도

일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 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냥 대놓고 “해 줘!”해야

마지못해 해 주는 거죠.

 

인생의 마지막을 사는 요양원에서

보내시는 분들은 불쌍하신 분들입니다.

 

요양원의 직원들 눈치를 봐야 하지만

어디에 털어놓을만한 곳도 없죠.

 

K부인에게도 항상 이런저런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시켜드리는 일종의 세뇌교육이죠.

 

“당신은 고객이니 당당하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직원을

불러서 ”해 달라“하세요.”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K부인이

그렇게 하실 거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매번 K부인을 붙잡고 (세뇌)교육을

시켜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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