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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이제는 내가 듣는 말, 고마워

by 프라우지니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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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직원 1년차”지만, 실습부터 요양원에 발을 들여놓은지라..

지금은 경력 3년을 넘어 4년차에 들어서고 있는 요양보호사 입니다.^^

 

애초에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입문했던지라

저는 모든 걸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저에게 모든 직원들은 동료이면서 선생님이기도 했죠.

 

그래서 근무가 끝나고 집에 퇴근 할 때쯤이면 저는 항상 그날 저와 근무한 직원들에게

“오늘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고 했었습니다.

 

열심히 근무하고, 어르신들도 싹싹하게 돌보는 직원과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나도 나중에 저렇게 열심히 하는 직원이 되어야지.”

 

일하는 시간보다 담배 피우는 시간이 더 많고, 기저귀 갈면서 궁디 제대로 닦지 않고 그냥 새 기저귀를 채우거나 어르신들을 윽박지르는 직원과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나는 나중에 저렇게 일하지 말아야지.“

 

참 다양한 직원들과 근무를 하고 저녁에 퇴근할 때 동료들에게 내가 항상 했던 인사

 

“고마워!”

 

나는 정말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모든 것이 나에게는 다 “배움”이니 말이죠.

 

정직원이 된 지금은 동료직원에게 “고맙다”는 전처럼 많이 하지 않습니다.

나 또한 그들만큼 더 부지런히 일하고, 가끔은 그들보다 더 바쁘게 하루를 보내니 말이죠.

 

 

우리병동 사무실

 

조금 한가해지는 오후쯤이 되면 담배 피우는 직원들은 수시로 흡연실에 가서 근무시간에 휴식을 즐기지만, 난 흡연자도 아닌지라, 어디 가서 앉아있을 때도 없습니다.

 

비 흡연자인데 담배냄새 풀풀 나는 흡연실에 앉아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다 보는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도 없고!

 

잠시 시간이 나면 요양원 어르신들이 앉아계신 그 중간에 같이 앉는 건데..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어줘야 하는지라 이것도 근무의 연장이지,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은 아닙니다.

 

팀으로 일하는 근무인지라,

함께 일하는 직원이 나만큼 열심히 일하면 일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상대적으로 동료직원이 일을 제대로 안하고 퇴근하면 나머지는 다 내 차지가 되는 거죠.^^;

 

나는 저녁 6시에 퇴근하지만, 내 동료는 저녁 8시까지 근무.

적당히 노는 직원들은 대충 시간만 때우다가 저녁 6시가 되면 그냥 퇴근합니다.

 

다들 퇴근하면 혼자 남아서 어르신들의 저녁 잠자리를 봐드려야 하는데..

다른 직원이 대충 일하고 가면 혼자 남는 직원은 뺑이를 쳐야하죠.^^;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퇴근하기 전에,

되도록 많은 어르신들을 침대에 모셔다 드려야 혼자 남는 직원의 근무가 수월합니다.

 

저녁 식사는 오후 5시.

내가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6시.

 

저는 4시부터 어르신들의 잠자리를 준비합니다.

 

방에만 계신 어르신들은 잠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무릎이나 허리에 바르시는 연고가 있으면 챙겨서 발라 드리고,

이렇게 저녁이 나오기 전에 각방을 다니면서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죠.

 

그리고 저녁이 나오는 5시.

 

혼자 못 드시는 어르신들 식사를 먹여드리고는.. 이미 식사를 끝내신 어르신들과는 화장실에 가서, 이도 닦아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는..얼른 침대로 모시고 갑니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많은 어르신들을 방으로 모셔다 드리는 일을 합니다.

내가 많이 일을 해놓고 가면 혼자 남은 직원이 덜 힘들 테니 말이죠.

 

어르신 중 몇 분은 저녁 10시가 넘도록 시간을 보내시다가 잠자리에 가시는 분들이 계시지만,그분들을 제외한 어르신들은 저녁 6시경에는 잠자리에 드십니다.

 

나도 저녁 8시까지 일하는 근무가 종종 걸리는지라,

내가 6시에 퇴근하는 날도 나는 혼자 남는 직원을 위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내가 부지런하면 동료직원이 조금 수월하게 일할 수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해 놓고 퇴근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내 노력을 동료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퇴근하면서 짤막하게 근무인계를 하고 돌아서면 내 등 뒤에서 들리는 한마디.

 

“고마워!”

 

혼자 남아서 근무를 해도 남은 일이 많지 않으니 감사하다는 이야기죠.

그들이 이야기에 “진심”이 느껴져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내가 부지런을 떠는 건 아니지만..

나의 부지런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동료들이 나에게 하는 인사 “고맙다”가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습니다.

늘 내가 하던 말을 듣게 되니 너무 생소한 단어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이도 듣다보니 익숙해지네요.^^

지금은 내가 더 많이 듣는 인사

“고마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로 들리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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