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 실습생이 한명 왔었습니다.
코소보에서 왔다는 오스트리아 생활 3년차의 20대 아가씨,M
가을에 시작하는 카리타스 학교 입학을 앞두고 실습을 왔었습니다.
학기기 시작하기 전에 “실습요양원”을 확정지어야 하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 요양원에서 실습생으로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사실 요양원에서는 거의 공짜인력이라 마다할 일이 없죠.)
M이 실습요양원이 필요해서 실습을 왔다고 했을 때 잠깐 얼굴을 봤었습니다.
실습은 4일(40시간)만 하는지라, 학기가 시작하는 가을쯤에 다시 볼게될 줄 알았는데..
그녀가 다시 나타나서 웬일이냐고 물었더니만..
“요양원에서 한 달 동안 알바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하겠다고 했어.”
여름방학동안에 (고등)학생들이 “알바”를 하러 요양원으로 오는데..
올해는 그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간병관리자가 직원들에게도 묻기도 했었습니다.
“네 주변에 요양원에서 알바할 아이들이 있으면 추천 해”
전 직원에게 알렸음에도 알바는 못 구했나 봅니다.
그러니 실습 왔던 M이 한 달간 알바 제안을 받았겠죠.
M의 마지막으로 근무한 날의 직원근무표
M도 학기가 시작 전이니 아직 시간이 있고, 또 실습요양원 직원이랑 친해 놓는 것도 좋고,
일하는 것도 많이 보면 도움이 되니 좋고, 또 돈도 벌수 있다니...
그러겠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M이 한 달간 근무를 하면서 그녀를 조금 더 알게 됐죠.
그녀가 다른 직원보다 나에게 조금 더 친절했던 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해줬던 조언때문인듯 했습니다. 나도 외국인이고, 그녀가 가게 될 학교를 졸업한 선배이니 말이죠.
그녀가 처음 실습을 왔을 때 내가 해준 말이 있었습니다.
요양원에서도 몸을 아끼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직업교육 중간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교육과정 중에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 요양원에서 1년차 실습생을 2번이나 잘라버린지라, 제대로 하라는 의도였습니다.
(물론 짤린 실습생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절대 태만해서는 안 되죠.)
코소보에서 오스트리아로 시집왔다는 그녀의 독일어 실력은 절대 3년차가 아닙니다.
너무나 훌륭한 그녀의 독일어 실력인지라 안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난 TV로 독일어를 배웠어, 남편도 도움이 됐고!”
“네 남편 오스트리아 사람이야?”
“아니 코소보 사람인데, 아주 어릴 때 이곳에 와서 거의 원어민 수준이야.”
그렇군요. 저느 이곳에 살아도 TV는 잘 안보고 살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직업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공부에만 열중하느라 따로 독일어 문법을 공부할시간이 없었고, 직업교육이 끝난 후에는 집에서 한국 드라마 DVD 보고 산지라..
혼자만의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이래저래 제 독일어실력이 많이 딸린다는 이야기죠.^^;
요양원 근무를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건강상태나 피부상태등을 기록해야하는데,
가끔은 이것이 문법적으로 맞는지, 혹은 스펠링이 맞는지 헷갈리기도 하는지라..
내가 직접 기록하기보다는 우리병동 간호사에게 살짝 떠넘기기도 합니다.
내게 자극을 준 또다른 실습생은 루마니아 출신 아낙,C
모든 루마니아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참 잘난 체 아주 심하게 하는 타입들입니다.
한동안 안 보여서 다른 곳에 실습을 갔거나 학기 공부중인가부다 했었는데..
갑자기 노트북을 가지고 나타나서는 어르신들에 대한 기록을 합니다.
아마도 직업교육 중에 있는 과목중 하나의 과제물 이였던 모양입니다.
이 아낙이 잘난 체를 심하게 해도 어쩔 수 없는 외국인일거라고 생각한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아낙은 직원 휴게실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서 독일어로 과제물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르신들의 변동사항을 적을 때도 이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더 많은데..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독일어 실력은 심히 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스트리아 정착 3년차 코소보 출신 아낙보다 말도 딸리고,
간호사 직업교육중인 루마니아 아낙보다 글쓰기도 딸리고..^^;
명색이 나는 요양보호사, 정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실습생보다 독일어 실력이 더 못하면 안 되겠죠.^^
요즘 저는 집에 있을 때 유튜브로 열심히 독일어 문법을 찾아가면서 공부중입니다.
문법이나 단어들을 익혀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상태를 제대로 기록하고 싶고,
어르신들과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위해서는 독일어 공부는 필수인거 같습니다.
시간이 남아도는 마눌이 집에서 한글로 글 쓰고,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사는걸 아는 남편이 시시때때로 마눌의 독일어실력을 구박해도 끄덕 안하던 마눌의 요양원에서 만난 두 명의 실습생에게 받은 충격 때문에 공부를 하겠다니 남편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열심히 문법 챙기고, 단어 챙기고, 이런저런 독일어사이트를 찾아다니며 공부를 하다보면 어디에 내놔도 절대 쫄지 않을 독일어실력을 갖출 수 있겠지요?
그날을 위해서 읽고, 보고, 쓰고, 듣고를 반복 해 볼 생각입니다.^^
(작심삼일 성격인지라 이것이 얼마나 오래 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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