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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20-허브밭에서의 하룻밤

by 프라우지니 2018.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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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백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문화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런 “인심”은 모를 거 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키위들(뉴질랜드 사람)의 인심은 우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도시의 키위들도 인심은 후하지만, 시골의 인심은 더 후한 편입니다.

도움을 청하면 당연하게 들어주고, 청하지 않은 일까지 해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투타에쿠리 강의 변두리, 아니 상류로 들어와 있습니다.

집들도 뜸하고, 사람보다는 동물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더 많습니다.

 

오늘밤 우리가 계획 없이 노숙한 곳은,

투타에쿠리강 낚시 포인트 16번, Dampney Road 사유지.

 

우리가 노숙을 하려면 강변으로 내려가야 하는디..

잘못 내려갔다가는 올라 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지라 모험은 안 하는 남편.

 

우리 차는 사륜구동도 아니고 봉고를 캠핑카로 개조를 한지라 무겁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차가 못 올라오면 트랙터라도 불러야 하는데,

하루 종일 사람하나 만나기 힘든 곳에서 이런 도움은 요청 할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름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어중간한 위치에 주차하고는..

남편은 강으로 내려가서 낚시를 했었습니다.

 

차가 강변까지 내려갔다면 노숙하기는 수월한데..

강변을 조금 벗어나면 사유지이므로 마음대로 노숙 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강변으로 내려가면서 지나쳤던 농가 하나.

Tahora Station 타호라 농장.

 

낚시를 끝낸 시간이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라 다시 낚시 포인트를 찾아가기도 애매한 상태이고, 캠핑이 가능한 (사유지 밖의) 강변으로 차를 몰고 가지도 못하는 상태인지라.

 

농장주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주차한 곳이 꽤 근사했던지라 그곳에서의 캠핑을 허락받기 위해서 말이죠.

 

 

 

강으로 가는 길의 양쪽으로 따로 게이트를 더 만들어서 “집”임을 알고 있었고,

아이들이 있으니 시속을 줄이라는 안내를 보고서 아이들도 있는 집이라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이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캠핑허락“을 위해서 방문해서야 알았습니다.

 

 

 

오늘 남편이 아래의 강에서 잡은 두 마리의 송어 중에 큰놈을 골라서 싸들고 갔습니다.

 

농장소유의 사유지에서 캠핑을 해도 되냐고 물으러 가면서 빈손으로 가면 쪼매 그렇죠?

 

농부는 자기도 “낚시꾼”이라고 했지만, 송어는 받지 않았습니다.

 

두 마리 잡아서 한 마리는 나눠먹어도 된다고 사정을 해 봤지만,

송어는 됐고, 캠핑은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해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을 해줬습니다.

 

이 농장은 Angus앙구스 소를 키우는 농장이라고 했고,

주말에는 태풍이 올 거라니 대비(?)를 하라는 정보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강으로 내려갈 때 우리차를 주차해두었던 그곳에서 캠핑을 합니다.

 

쭉쭉 빵빵한 유칼립투스 나무만 볼거리인줄 알았었는데,

우리가 머문 이곳이 완전 허브 밭이었습니다.

 

발밑의 허브는 우리가 걸어 다니면서 스치면, 스치는 족족 향내를 품어댑니다.

 

“남편, 여기 앙구스 소는 오레가노를 먹으니 고기에서 향내가 날거 같아. 그치?”

 

누런 풀밭인데 뭔 허브냐구요?

누런 것이 다 허브입니다. 잡초 같은 오레가노입니다.

 

 

캠핑 허락을 받았으니 자리를 잡고 저녁준비를 합니다.

오늘 저녁메뉴는 남편이 오늘 잡은 송어 한 마리.

 

와일드캠핑에 익숙한지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도 주방은 차려지고,

뚝딱하면 샐러드도 나오고, 생선도 굽고 나름 기술이 많이 늘었습니다.^^

 

 

 

잘해서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가능한 주방세제는 조금만 쓰고 끝냈습니다.

 

그렇게 고양이 세수에 이도 닦고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으니 바람이 불때마다 오레가노 냄새가 차안까지 나는 듯 하고..

이날 마눌은 아주 만족스런 밤이었습니다.

 

"남편, 우리가 오레가노 밭에서 캠핑 하는 건 처음이다 그치? 냄새 좋지?“

 

 

그렇게 행복하게 오레가노 밭에서의 밤은 지나고..

“둥근 해가 떴습니다.~”

 

붉은 해가 또 다른 새날을 밝혀줍니다.

 

바다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보는 것과, 산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보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바다보다는 산에서 뜨고 지는 해가 더 붉어 보이고, 더 진한 색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밤새 닫아두었던 차문을 다 열어서 환기를 시킴과 동시에 아침을 준비 중입니다.

 

 

 

아침, 저녁은 쌀쌀하지만 주방은 항상 밖에 차려지니 밖에서 먹죠.^^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서는 바로 출발하나 했었는데..

남편이 가위를 들고는 부산하게 갑니다.

 



원래 허브를 모으는 건 마눌의 일인데, 이날은 남편이 더 열을 냈습니다.

 

이곳은 농약 같은 걸 뿌리는 곳이 아니니 오레가노를 수집해서 잘 말리면 파스타 소스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죠, 허브가루도 사려면 비싼데, 이곳은 유기농이니 바쁘게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남편이 모은 오레가노는 남편의 성격답게 가지런합니다.

잘 씻어서 저렇게 질서정연하게 잘 말리는 거죠.

 



이날 아침을 먹고도 저는 발밑에서 스칠 때마다 나는 오레가노 냄새가 좋아서,

차 주변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이곳 또한 이 농장에서 키운다는 앙구스 소들의 놀이터인지라,

여기 사는 소들은 참 사는동안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오레가노 냄새를 맡을 테니 말이죠.^^

 

 

 

지금 남편은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위를 들고서 오레가노를 따 모으느라 정신집중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정신집중 하는 것이 낚시뿐인 줄 알았는데,

오레가노앞에서도 저렇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향긋한 오레가노 초원을 제공 해 준 농장주에게는 남편이 먹겠다고 잘 감춰둔 초코과자를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남기고 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캠핑이었고,

의외의 곳에서 만난 오레가노 밭이어서 우리부부에게는 ”허브 밭“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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