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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17-알뜰한 당신

by 프라우지니 201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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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눌인 저보다 손이 더 부드럽습니다.

일명 “고생 안한 손”이죠.

 

아시죠? 만지면 완전 부드러워서 계속 잡고 싶은 손.

 

남편 손은 럭셔리해서 설거지 한번하면 난리가 납니다.

 

주방세제 알러지라고 하는데, 손가락의 여기저기 두드러기 같은 것이 납니다.

일상에서는 남편이 요리를 했음 했지 설거지 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는데..

 

 

 

곱던 손이 뉴질랜드에서는 다 망가졌었습니다.^^; 한

 

동안은 남편의 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이것도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가면서 남편의 손을 봐도 무덤덤해졌습니다.

 

전에는 남편이 뿌리쳐도 계속해서 잡고 싶은 남편의 부드러운 손이였는데, 이제는 남편이 손을 잡자고 해도 내가 뿌리칩니다.

 

남편의 손이 지금은 공사판 막노동을 하는 거친 인부의 손이거든요.^^;

생선을 잡느라 다치고, 다듬느라 다치고, 갈라져서 찢어지고..

 

이때쯤에는 손끝이 너무 아프다고 낚시를 갈 때 손끝에 반창고를 잔뜩 붙였다가,

낚시가 끝나면 떼어내곤 했습니다.

 

남편이 불쌍한 손에 저녁마다 발라줬던 것은 식용유.

이때쯤에는 남편의 손뿐만 아니라 남편의 모든 것이 불쌍한 시기였네요.^^;

 

 

 

남편이 낚시하러갈 때마다 신고 다녔던 양말.

얼마나 걸어 다녔는지 떠날 때가 된 지금에는 양말 뒤꿈치가 다 구멍 난 상태입니다.

 

웬만하면 버리고 새로 사라고 사정도 해 봤지만,

“조만간 낚시가 끝나는데..”로 마눌의 의견을 묵살하곤 했었습니다.

 

구멍이 난 양말도 말랐으면 다행이였네요.

 

차에 걸어놔서 아직 제대로 마르지도 않는 구멍 난 젖은 양말을 다시 신고 낚시를 갈 때는 “꼭 저렇게 낚시를 해아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양말 하나에 몇 푼이나 한다고 버리고 새로 사면 될 것을..

마눌이 사준다고 해도 거절하는 남편의 알뜰함에 불쌍함을 느꼈습니다.

 



하도 신고 다녀서 중간 고무가 빠져버린 슬리퍼.

단돈 몇 달러면 새것을 살 수 있는데, 남편은 이것을 꿰매는데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한 달여 만 있으면 다 버리고 떠나면 되는데, 또 새것을 사서 짐을 만들고 싶지는 않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남편의 슬리퍼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불쌍한 것이 남편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였네요.

 

“남편, 이 샌들 버려야 되겠어. 신발 밑창이 자꾸 두 겹으로 나눠져.”

 

마눌이 이 말을 한 날 남편은 시간을 투자해서 마눌의 샌들을 완벽하게 꿰맸습니다.

꿰매기 쉽지 않는 꽤 두꺼운 샌달이였건만, 드릴을 막아낼 고무는 세상에 없죠.^^

 

출국 할 때까지 신어야 한다고, 드릴로 구멍을 내고 낚시줄로 꼼꼼하게 샌달 주위를 꿰매는데 그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뉴질랜드를 떠날 때까지 이 샌들을 신었었습니다.

 

남편이 알뜰하기는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때는 알뜰함이 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불쌍함”이였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이리 불쌍함의 극치였고, 남편도 나에게는 불쌍하게만 보였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것을 넘어 “꼭 해야 하는 일”이였으니 말이죠.^^;

 

우리가 다시 뉴질랜드의 길 위의 삶을 산다고 해도 또 이리 불쌍하게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튼튼한 제품을 골라봐야겠습니다.

 

2년이 지나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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