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면 받는 것이 사람 사는 인정입니다.
한때는 이런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만 있는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 살아보니 외국 사람들도 인정이 있습니다.
받으면 줄줄도 알고, 자신이 넉넉하게 가진 것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정도 내 나이또래에서나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40대 중반인 중년여성이 20대의 젊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없거니와 한국을 떠나서 살고 있으니 신세대들은 어떻게 주고받는 인심을 받아들이는지도 몰랐었지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에 온 20대 중반의 부산아가씨 두 명을 만났습니다.
하루 9시간씩 서서 양파를 선별하는 작업을 근처 농장에서 하고 있는지라,
우리가 숙박하러 들어갔던 홀리데이파크의 방을 세내서 살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이곳에 들어간 첫날 저녁에 만나서 간만에 한국말로 엄청 수다를 떨었었습니다.
한국아가씨들(A. B)은 둘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니 항상 한국어로 대화를 하겠지만, 남편과는 독일어로, 뉴질랜드 사람과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 저에게는 한국어가 많이 그리운 언어였습니다.
뭔가를 주고 싶은데 줄 것이 없는지라 낚시 가는 남편의 뒤통수에다가 주문도 했었습니다.
“남편, 오늘은 꼭 송어를 잡아와. 한국 아가씨들한테 뉴질랜드 자연산 송어 맛좀 보여주게!”
이날따라 운이 좋았는지, 남편은 마눌의 주문대로 커다란 송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4명이 먹기에 충분한 크기였던지라 송어 반을 갈라서 두 아가씨에게 반 토막씩 나눠주고,
나머지는 우리부부가 한 끼 식사를 했습니다.
항구의 도시인 부산에서 온 아가씨들이라 바다생선은 익숙하겠지만, 민물고기인 송어는 해 먹어 본 적이 없을 거 같아서, 다 손질해서 프라이팬에 굽기만 할 수 있게 주면서도 요리법을 설명했습니다.
“소금, 후추만 살짝 쳐서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어요!”
얼떨결에 뉴질랜드산 자연산 송어를 얻어먹는 아가씨들이야 이것이 뉴질랜드에서는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귀한 물고기임을 알 리가 없는 주는 사람만 아는 값어치입니다.^^;
송어를 주면서 방금 삶은 옥수수도 반쪽씩 나눠줬습니다.
말 설고 물선 나라까지 나라에 와서 열심히 농장 일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자랑스럽기도 했던지라 뭐라도 주고 싶었는데,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들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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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이라 내가 뭔가를 주면서도 이 친구들이 나에게 뭔가를 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양파 농장에서 일을 하니 맘대로 가지고 올수 있는 건 양파뿐인 친구들이였거든요.
다음날 A가 저에게 뭔가를 내밀며 한마디 합니다.
“저, 이거 우리 집에서 겨울옷 보내면서 건어물들을 보내왔거든요.
김이 넉넉해서 조금 나눠드릴려구요.”
웬만하면 사양을 했을 텐데, 윤기가 좔좔 흐르는 김을 너무 오랜만에 보니 사양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 20장이면 김밥을 스무 줄이나 만들 수 있는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김입니다.^^
남편은 옆에서 “다시 갖다 주라”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못 들은 척 했습니다.
나에게 김을 나눠준 A에게는 내가 한국 공항에서 사서 읽고 잘 넣어둔 “좋은 생각”책을 선물로 줬습니다. 원래 주고받는 것이 한국인심이니 말이죠.
그리고 하루 밤을 강변에서 노숙을 하고 다시 찾아들어가서 만났던 두 아가씨.
남편이 잡은 송어 중에 1인분은 더 되는 작은 놈으로 두 아가씨에게 한 마리씩 나눠줬습니다.
과일 비싼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럭셔리하게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우리가 먹는 아침과일에 관심을 많았던 아가씨 B.
황도, 백도 그리고 배는 야생나무를 만나서 따 모은 것들이고, 복분자도 넝쿨을 만날 때마다 따 모으고.“
A. B 둘 다 감사하게 송어를 받기는 했는데, 아가씨 B는 우리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일도 나눠줬음 하는 눈치였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송어는 남편이 매일 잡을 수 있으니 나눠줄 수 있지만,
과일나무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니 아껴야 하거든요.
나에게 김을 준 A가 과일이야기를 했다면 한두개 정도는 흔쾌히 줄 수 있는 마음은 있었습니다만, B가 과일 이야기를 했던지라, 들어도 안 들리는척 했습니다.^^;
양파농장에서 하루 9시간 서서 양파를 선별하면 하루 120불을 벌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일도 안하는 부부인지라 지출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절약인지라, 과일을 달라는 눈치를 받았음에도 모른척 해야만 했습니다.^;
두 아가씨가 머무는 이 홀리데이파크를 떠날 때 남편은 나에게 연락처를 받았는지 물었습니다.
“연락처는 뭐하게? 내가 젊은 아가씨들과 만나서 뭔 이야기를 한다고?”
아무 말도 안했지만 남편은 조금 아쉬운 모양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만났다가 헤어질 때 적어도 페이스북 연락처라도 묻는데..
왜 한국아가씨들에게는 연락처를 묻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은 세대를 초월해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는 세대를 초월 하는 것이 조금 힘들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난 그들의 엄마랑 연배가 비슷한 “중년의 아줌마”일뿐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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