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Fish&Game 피쉬엔게임“이라는 곳에서는 뉴질랜드 전국에 있는 강들의 낚시포인트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낚시꾼들이 강으로 접근 할 수 있게 그 길을 열어주는 거죠.
강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사유지인지라,, 땅주인을 만나서 낚시꾼들이 그들의 땅을 지나서 강으로 갈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거죠.
어떤 곳에서는 공개적으로 “캠핑”을 허락하지만,
굳이 “캠핑 허용”이라고 쓰여 있지 않아도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강변에 캠핑을 합니다.
강주변의 사유지를 낚시꾼에게 열어준다고 해서 농장주들이 수고비를 받는 건 없습니다.
“피쉬엔게임” 직원 말을 들어보면 아직 뉴질랜드는 인심이 좋은 나라인지라, 새로운 길을 트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100%다 허락을 받는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땅주인들은 흔쾌히 허락을 한다고 합니다.
주인이 기분 좋게 낚시꾼들에게 내준 길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차들이 강변까지 진입이 가능하게 그냥 길을 뻥 뚫어주는 경우가 있고,
“차들은 안 되고 사람만 들어와“ 하는 경우도 있죠.
차는 사유지의 입구인 게이트에 세워도 강까지 그리 많이 걷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강 근처까지 차량의 출입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갔던 낚시 포인트는 우리가 가 본 중에 강까지 가는 길이 제일 먼 곳이었습니다.
나루루로 강에서 총 3마리의 송어를 잡은 남편.
다시 도시로 복귀 할 줄 알았었는데, 투타에쿠리강의 낚시 포인트 중에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도시로 오는 중에 길을 휙 틀어서는 투타에쿠리 강의 상류로 달려갑니다.
옆에 앉은 마눌은 차의 방향이 틀어져도 그냥 그러려니..하면서 갑니다.
“왜? 어디로?”
뭐 이런 질문은 어차피 남편의 귀에는 안 들릴 테니 말이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농장으로 보이는 곳의 입구.
주차한 남편은 내려서는 낚시갈 준비를 합니다.
게이트 입구에 우체통이 2개 있는 것 봐서는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집이 2채 있다는 거 같습니다.
보이시나 모르겠는데, 우체통 옆으로 하얀 바탕에 파란 줄이 있는 팻말이 “낚시꾼 입장을 허용”하는 낚시 포인트입니다.
가끔 이런 게이트도 잠가놓지 않으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게이트가 잠겨있으면 차는 두고 몸만 입장합니다.
우리가 주차를 하니 울타리 옆의 양들이 신기한 볼거리라 다가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편이 옆에 가보지만 인간과 양은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그냥 서로 멀뚱거리면서 쳐다보는 정도만 가능하죠.^^
남편이 주차한 이곳이 도시 같으면서 좀도둑을 지켜야하니 마눌이 차 안에 앉아있지만,
사람보다 양이나 소들이 많은 변두리에서는 차를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낚시 가는 남편을 따라 산책을 나섰습니다.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뭉실뭉실하면 떠오르는 노래.
“하늘엔 뭉게구름 떠있고, 강물에 유람선이 떠있고~~”
남편 뒤를 따라가면서 노래를 고래고래 질러댑니다.
어차피 듣는 사람은 남편뿐이니 말이죠.^^
제 노래는 보이는 풍경에 따라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됩니다.
초록의 잔디밭을 걸어가면..“저 푸른 초원위에~~”
남편이 바다의 바위섬에서 낚시를 하면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남편 뒤를 따라가면서 노래만 하냐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강의 반도 안 되게 내려오는 물을 보면서는 또 이 나라 가뭄을 걱정합니다.
보통의 강은 이렇게 내려가는 구조가 아닌지라 내려다보는 강의 풍경은 가끔 보는데..
이곳의 풍경은 나름 훌륭합니다.
내려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걱정도 합니다.
“내려갈 때는 내리막이니 좋은데.. 나중에 돌아올 때는 숨이 헉헉 차겠구먼..”
한 20여분 내려오니 드디어 평지입니다.
이제 쑥 가면 강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이곳은 조금은 특이한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보통 강변에는 농장인지라 소들이 노니는데, 소는 안보이고 웬 울타리들만..
이곳은 지금까지 봐왔던 양이나 소농장이 아닌 조류농장입니다.
“넌 뭐냐?”
닭보다는 많이 작은지라 내가 아는 메추리로 대충 찍어봅니다. 이 녀석들이 겁나게 잘 날아다녀서 그런지 농장은 사방과 지붕까지 다 망이 쳐져있는 상태입니다.
낚시를 가는 남편은 빨리 낚시하고픈 마음에 겁나게 빨리 걸아가고,
천천히 남편 뒤를 따라가는 마눌은 남편 뒤통수에 대고 대답 없는 질문을 마구 해댑니다.
“남편, 여기 메추라기 농장인가 봐, 우리 이따가 메추리알이나 사갈까?
그런데 왜 사람이 안보이지?”
게이트 넘어 또 게이트입니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이 메추리농장의 사유지인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강은 나라나 지역관청의 땅이거든요
사유지의 땅주인이 막아놓은 게이트도 문의를 하면 열어줄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일단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사람이 안 보여서리...^^;
이곳의 강변에서 노숙을 할 예정 이였더라면 아마도 주인을 찾아서 물어봤지 싶습니다.
사유지에 있는 2개의 게이트만 열어주면 강변까지 차량이 입장이 가능하니 말이죠.
강에 도착하니 뒤에 따라오는 마눌은 쳐다도 안보고 남편이 물속을 걸어갑니다.
저렇게 강을 건너서는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는 거지요.
강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한 강 같은 큰 것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뉴질랜드는 우리가 “개천” 혹은 “시냇가”라고 불릴만한 규모를 가진 강이 엄청 많습니다.
같은 강이라고 해도 위치에 따라 깊이가 다양해지는 경우도 있는지라, 남편인 자신이 건널 수 있는 얕은 물에서 건너가 깊은 곳에서는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낚시를 합니다.
(이렇게 사라진 남편은 약 3시간 후에 제법 커다란 송어를 한 마리 잡아서 차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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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강으로 사라지고 마눌은 다시 차로 돌아오는 길.
길가에 잡초도 그냥 흘려보면 안 되는 거죠.
“여기도 딜이랑 오레가노(맞나?)가 지천이네?”
허브들은 잡초처럼 번식력이 좋은지라 꽃도 씨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뉴질랜드의 들에서는 항상 냄새를 맡아보셔야 합니다.
그냥 보기에는 잡초(풀)같이 보여도 냄새를 맡아보면 대충 짐작되는 녀석들이 꽤 있습니다.“
진한 향기를 풍기는 것들은 ‘풀’이 아닌 ‘허브’거든요.^^
낚시꾼 남편을 따라다니는 마눌이라고 하니 심심하고,
지루해서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도 이 생활을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꽤 바쁘게 지냈습니다.
남편을 강에 버리고 혼자 다시 차로 돌아오는 오르막.
숨이 차면 뒤를 돌아보고는 숨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잠시 쉬어갑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횟수가 증가하지만 그만큼 혼자서도 잘 논다는 증거겠지요.^^
놀며 쉬며 길가에 핀 허브도 봐가면서 올라오다보니 다 왔습니다.
저기 우리 집은 게이트밖에 주차중입니다.
이제 남편이 올 때까지 차 안에 앉아서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아먹고, 글 쓰고 싶으면 노트북의 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도 있고, 주변에 (야생) 과일나무가 있으면 과일을 따기도 하고, 독일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래도 남편이 안 오면 낮잠도 한숨 때립니다.
절대 심심할 시간이 없는 낚시꾼 마눌입니다.^^
나는 혼자인데 이렇게 날 지켜주는 눈들이 많으니 절대 혼자일수 없죠.^^
내가 차 밖으로 나 갈 때마다 뭔 구경거리인가 싶어서 나를 보던 아직은 울타리 안의 어린 소들과 양. 날
빤히 쳐다보다가 내가 다가가면 먼 산을 보는 척, 얼른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수줍음 많은 동물들도 남편을 따라 뉴질랜드 변두리를 다니면서 알게 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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