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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출장 갔다

by 프라우지니 2018.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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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간다고 하던 4주간의 러시아 출장을 오늘 갔습니다.

 

4주씩 가는 출장은 처음인지라 가는 남편도 출장을 보내는 마눌도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추운 겨울에 혹시라도 얼어버린 길을 마눌이 자전거타고 다닐까봐 걱정이 되는지 마눌 얼굴을 볼 때마다 잔소리에 또 잔소리를 하면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마눌은 마눌대로 남편이 없는 4주가 잔소리 없는 세상이니 은근히 기다려지면서도 남편 없는 기간을 혼자 보낼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남편이 마눌에게는 베프인데...^^;

 

 

 

이번에도 남편의 가방 속에서 남편의 티켓을 직접 보는 걸로 실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정확한 출입국 날짜와 시간을 말이죠.

 

항공권, 기차표, 호텔 숙박권을 다 확인했으니 남편은 출장기간동안에 내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남편이 출장 간다는 날이 15일(월요일) 인줄 알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항공권을 포함한 모든 티켓”을 가방에서 찾았지만 계속해서 가져오지 않는 남편.

결국 언제 출국을 하게 되는지 물어보니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일요일에 출국을 해.”

“왜? 월요일에 근무라고 회사에서 일요일에 이동을 하래? 그럼 일요일에 일한 수당은 주남?”

“아니, 그런 건 없어.”

“뭐 그런 경우가 있어. 그럼 월요일에 출국을 해야지.”

 

그렇게 일요일에 출국을 한다고 투덜거리고 지나갔었는데..

요양원에서 뜬금없는 “대체근무 요청”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니, 혹시 일요일에 근무 가능해?”
“내가 금, 토 근무라 3일 연속 근무는 조금 힘들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오전 7시~오후1시까지 6시간 근무는 어때?”

(요양원은 아침에 모든 어르신들을 씻겨드려야하니 오전에 젤 바쁘거든요.)

 

“오전 근무? 그럼 그건 내가 해 볼게!”
“고마워, 정말 고마워! 네가 나의 구세주다~”

 

이렇게 통화를 하고 끊고 나니 생각나는 것 하나!

 

“앗, 그날 남편 러시아 출장가는디..”

 

아침 7시 근무시작이면 집에서 6시30분에 나가야 하는지라 요즘은 매번 남편차를 타고 출근을 했었는데, 남편이 출장 가는 날이니 일단은 날 데려다줄 남편이 없고, 그럼 차가 없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디..

 

그것보다 남편이 출장을 간다는데, 돈도 시원치 않게 버는 마눌이 그날 근무를 간다고 남편 배웅을 안 하는 건 웃기는 거죠.  애초에 예정된 근무도 아니고 땜빵 근무하러 가면서 말이죠.

 

그래서 얼른 다시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미안한데, 일요일 근무는 힘들 거 같아. 그날 남편이 한 달간 출장 가는 걸 깜빡했네.”

“그냥 근무하면 안 돼?”

“출장 가는 남편 배웅은 해야지. 4일도 아니고 4주나 간다는디..”

“....”

“미안해, 웬만하면 해 주려고 했는데.. 남편이 출장 가는 걸 깜빡했었어.”

“알았어. 할 수 없지 뭐.”

 

아픈 직원 대신해서 근무해준다고 했다가 그거 취소하면서 괜히 “미안하다”만 하다 끊었습니다.

 

 

 

요양원 근무를 끝내고 집에 와보니 남편이 출장 준비를 끝냈습니다.

 

남편은 20대에 처음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매번 “배낭”만 메고 다니는 인간형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커다란 배낭만 있죠.

 

회사에서 가는 출장은 길어봤자 1주 내외였던지라 기내용 트렁크를 가지고 다녔는데.

4주씩이나 가는 출장은 처음인지라 남편이 가져갈만한 가방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커다란 배낭에 와이셔츠들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하니

마눌의 트렁크를 가져가기로 한 모양입니다.

 

 

 

남편은 새벽5시 50분 집으로 온 택시를 타고 출장을 갔습니다.

밖에 춥다고 못나오게 해서리 2층 주방 창을 통해서 택시타고 가는 남편의 뒷모습만 봤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렸습니다.

 

저는 남편이 없을 때, 해야 하는 일들을 슬슬 시작했죠.^^

이불빨래도 해야 하고, 사골국도 끓여놓으면 좋고, 김치랑 깍두기도 하면 좋고..

 

아직 끝내지 못한 뉴질랜드 여행기도 이번기회에 끝내놔야 하는디..

 

일단 묵직하게 해야 할 일들만 뽑아놨는데 하루 이틀 지나가면 할 일이 또 생각이 나겠지요?

 

 

 

오늘은 이불빨래 하면서 인터넷 서핑 하다가 본 비빔밥.

갑자기 비빔밥이 땡기는 바람에 비빔밥 해 먹으니 하루가 다 갔습니다.^^;

 

오늘은 소고기에 야채 넣어서 찹스테이크를 해 먹을 생각이었지만..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낙인지라..

 

오늘은 비빔밥을 해 먹었으니 낼은 오늘 못 해 먹은 찹스테이크를 해 먹어야 할 거 같습니다.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내려놓은 소고기가 낼쯤은 완전 해동 되어있을테니 말이죠.^^

 

남편 출장 보내고 혼자라고 외롭거나 우울해 할 시간 없이 보낸 남편 없는 자유부인 1일차입니다.^^ 이렇게 하루 이틀 일도 나가고 혼자서 잘 놀다보면 남편이 돌아오는 날은 금방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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