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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85-낚시꾼만 아는 모하카강의 숨은 캠핑장,

by 프라우지니 201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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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편은 모하카강의 상류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때쯤부터 남편이 하는 낚시질이 힘들어보였나 봅니다.

마눌의 일기장에 이런 기록들이 있네요.

 

“남편의 낚시질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해야 해서 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류의 고기들이 잡하고, 또 크기는 어떤지, 각각의 포인트에서는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루어들이 먹히는지,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는 낚시인지라,

 

숙제하듯이 이곳저곳을 다니는 남편이 안쓰럽다.“

 

처음에는 낚시가 좋아서 했지만, 이제 1년을 넘어 2년이 다 되 가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강의 상류까지 찾아다니면서 하는 것이 항상 즐거워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쯤 남편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명 "테니스 엘보우“, 보통 테니스 치는 사람들이 겪은 증상인데..

낚시꾼도 비슷한 증상입니다.

 

여기서 잠깐!

 

"테니스 엘보우 Tennis Elbow" 란?

팔을 급격히 뒤튼 탓으로 인한 팔꿈치의 통증[염증].

 

낚시는 팔을 뒤틀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같은 팔을 규칙적으로 사용하다보니..

팔에 무리가 간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모아놓은 정보들은 아직 다 남편의 웹사이트에 올라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스트리아에 돌아와서 한동안은 저녁마다 미친 듯이 사진을 추리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듯이 보였지만, 이것도 시간이 길어지니 시들해져서 요새는 저녁마다 인터넷으로 뭔가(게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니 남편이 낚시중인 뉴질랜드 북섬의 모하카강.

 

우리는 따로 “캠핑”정보가 없는 강가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상류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동 중인 방향으로는 2개의 캠핑장이 있네요.

캠핑장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강가이다 보니 물은 강물을 떠다 사용할 테고,

냄새나는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정도겠지요.

 

보기에는 꽤 가까운 거리에 캠핑장 2개가 자리하고 있지만.. 낚시라는 것이 한 곳에서 하루 종일을 보낼 수 있는지라, 2곳 중에 한 곳에서 오늘 밤을 보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강의 상류 쪽으로 갈수록 드문드문 양을 키우는 농가들이 보일 뿐이고,

길도 비포장인데, 이곳에서는 운전을 특히 조심해야 했습니다.

 

 

 

이 지역의 산에서 밴 통나무를 싣고 달리는 커다란 트럭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지라,

가뜩이나 좁은 도로인데 더 바싹 한쪽으로 붙어서 달려야했고..

 

 

 

트럭이 지나가고 나면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지라 서행을 해야 했습니다.

 

처음(2005년) 뉴질랜드에서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는 것을 봤을 때는 참 신기했었습니다.

 

내가 아는 한국의 산은 항상 그 나무 그대로였거든요.

나무를 베어내는 일도 없으니 당연히 새로 심을 일도 없었죠.

 

여기서 내가 아는 산이란?

우리 (큰)집에 있는 선산과 서울에서 보는 남산, 우리 동네의 (구릉에 가까운)산.

(제가 시야의 폭이 상당히 좁은 아낙이였습니다.^^;)

 

 

 

 

남편이 낚시할 포인트로 정한 곳은 오늘 지나가게 될 2개의 캠핑장 중에 한곳입니다.

무료캠핑이 가능하고 보기에는 엄청 넓은 곳입니다.

 

 

 

사진으로 본 캠핑장과 차이가 약간 있기는 하지만, 일단 넓은 잔디밭은 맞습니다.

 

바로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으니 낚시꾼에게는 썩 나쁜 캠핑장도 아닙니다.

 

 

 

주차와 동시에 남편은 낚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신는 양말은 구멍이 나서 발가락이 보이고, 뉴질랜드 처음 도착해서 낚시용으로 100불고 산 샌달형 신발도 옆이 다 터졌습니다.

 

양말도 구멍이요~ 신발도 구멍인지라 안쓰러운 마음에 “사줄까?”를 해도 사양하는 남편입니다. 있을 때까지 쓰고 버리고 가면 된다나요?

 

 

 

남편은 낚시에 정신이 팔리면 배가 안 고프지만, 차를 지키고 있는 마눌은 정시에 배꼽시계가 울리니 항상 끼니에 신경 써야 합니다.

 

끼니라고 해도 따로 뭘 하지는 않고 항상 남는 재료를 짬뽕합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훈제송어 스프레드.

어제 구워서 먹다 남은 송어 살을 발라내고 복숭아, 양파를 다지고 케첩, 마스터 소스면 끝.

 

 

 

복숭아도 사면 겁나게 비싼 가격이지만 제가 야생복숭아 나무를 한번 털었던지라,

꽤 오래도록 우리 집 모든 메뉴에는 다 복숭아가 들어갔었습니다. ^^

 

 

 

다시 길을 달리다가 발견한 안내판.

 

사유지이니 들어가기 전에 허가를 받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캠핑도 불가하다는 나름 친절한 안내입니다.

 

일단 사유지라고 하니 전화를 하려고 시도를 했었습니다.

근디.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눌이 살짝 찾아본 모하카강 낚시정도 팸플릿.

 

 

 

우리가 가려는 사유지는 낚시 포인트 7번.

하지만 안내된 전화로는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남편, 여기 사유지 그냥 들어가도 돼,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강둑에서 캠핑도 가능하다네.

전화하느라 애쓰지 말고 그냥 달려.”

 

일반인들은 “허가를 받고 들어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낚시꾼들은 그냥 입장& 캠핑도 가능한 멋진 사유지입니다.^^

 

 

 

테니스 엘보우 증상으로 팔이 아픈데도 남편은 끊임없이 낚싯대를 던져댑니다.

 

오늘 하루 동안 거의 7시간동안 강을 걸어 다니면서 낚싯대를 던졌다 감았다를 반복하던 남편이 이제 돌아옵니다.

 

오늘 하루는 그래도 아침나절에 잡은 송어 한마리가 있어 저녁이 든든합니다.^^

 

 

 

낚시가 끝났다고 남편의 하루가 끝난 건 아니죠?

 

피곤한 몸을 시원한(?) 강물에 씻은 후에 남편이 저녁을 준비합니다.

마눌은 하루 종일 차에서 놀아놓고 저녁도 남편이 해주는 걸 먹습니다.

 

그리고 마눌은 절대 자신이 놀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 안에 앉아서 독일어공부도 했고, 성경도 읽으면서 차까지 지키는 일까지 했거든요.^^

 

 

 

사실 마눌이 아무것도 안하는 건 아니지만, 송어는 남편이 잡아서, 죽이고 요리까지 합니다.

 

남편은 자신이 한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특이한 인간형이기에,

요리는 남편이 샐러드와 설거지는 마눌이 책임지고 있죠.

 

 

 

낚시 다니면서 입은 젖은 옷은 밖에 널어놓고,

저녁 후에 간식을 먹으면서 남편이 하루를 마감합니다.

 

여기서는 안 보이지만 차의 앞쪽으로 강이 보이는 나름 근사한 잠자리에,

밤새 강물이 흐르는 소리는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공짜 럭셔리 캠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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