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
첫 번째인 2005년에는 단순한 여행자로서 3개월 동안 뉴질랜드 남,북섬을 겁나게 달렸었고,
두 번째는 2009년~2010년에는 뉴질랜드에 취업해서 먼저 들어가 있던 남편보다 몇 달 늦게 들어가서 웰링턴에서도 살았었고, 뉴질랜드 남섬의 길 위에서 낚시꾼의 마눌로 지냈었습니다.
지금은 세 번째.
2012~2014년의 앞의 절반은 남섬에서도 꽤 오래 (길 위에) 살았었고,
후반인 지금은 북섬의 구석구석 변두리까지 찾아다니고 있죠.
오늘도 비포장도로의 완전 변두리인지라 지도를 봐도 현재 위치도 찾기 쉽지 않은 곳.
모하카강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강인 것도 같고, 상류도 갈수록 더 인기가 없을 텐데..
변두리 중에 변두리인 이곳이 마눌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번 와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죠.
남편은 항상 그렇듯이 차를 세워놓고는 아무런 말없이 낚싯대만 챙겨서 갑니다.
언제 온다는 말도 없고, 언제 온다고 말을 한다고 해도 지켜지지 않는 말들이기에,
마눌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저 남편이 사라지면 주변을 돌아 볼뿐이죠.
남편이 사라진 후 주변을 돌아보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강 상류의 막다른 길에 있는 이 다리는 상당히 낯익습니다.
처음 왔던 2005년에는 이 강의 이름도 모르고,
낚시 갔던 남친(그때는)을 하루 종일 기다렸었는데..
그때는 다음날 오클랜드에 면접을 잡아놓고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안와서 속이 탔었습니다.
결국 한밤에 빈손으로 나타난 남편은 면접시간에 맞춰야 했던지라.. 한밤에 오클랜드 방향으로 달리다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전화로 미리 예약한 해밀턴의 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새벽 5시에 다시 일어나서 오클랜드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이곳은 더워 죽을 거 같은 한여름 땡볕을 양철박스가 된 차 안에서 고스란히 받으면서 언제 올지도 모를 남친을 하루 종일 기다렸던 별로 즐겁지 않는 추억속의 그 곳입니다.^^;
차에서 내린 남편은 초반에는 다리 아래서 낚시를 하는가 싶으면 강을 걸어서 상류로 사라지고..
상류로 사라졌나 싶으면 또 다리 아래서 낚시하는 남편을 발견하곤 합니다.
걸어 다닐 만한 깊이가 아니면 강 옆의 따라 걷다가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에서는,
강을 건너서 그렇게 강으로 걸어갑니다.
언제 온다는 말도 없고, 강을 걸어 다니면서 낚시를 한다고 뭘 잡으라는 보장도 없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
남편이 강으로 사라지고 난 후, 차를 지키던 마눌이 주변을 돌아봅니다.
남편은 낚시로 잡은 생선을 끼니로 먹으면서 생활비를 절약하고,
마눌은 야생과일이 보일 때마다 따 모아서 생활비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합니다.
강변에서 만나는 야생과일들이 내가 봤을 때 딱 먹기 좋은 상태이면 좋겠지만..
간만에 만난 야생과일인데 따지 못할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복분자야 강변에서는 자주 만나니 이곳에서 못 딴다고 해도 쪼매만 아쉽지만,
복숭아는 안 익어도 너무 안 익어서 아주 심히 서운했습니다.
과일도 비싼 뉴질랜드이고, 특히나 복숭아는 자주 먹을 수 있는 아이템도 아닌지라,
한 번 나무를 만나면 왕창 털어놔야 한동안 걱정이 없는디..^^;
전에는 어딘지 모르고 남편을 따라왔던 이곳이 어디쯤인지 9년이 지난 지금에야 확인이 됩니다.
모하카강의 상류, 막다른 길이라 인적도 드문 곳.
남편은 그때도 모하카강의 낚시안내 팸플릿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온 이곳이 낚시 포인트 4번과 5번이었네요.
이번 모하카 강에 남편의 낚시 실적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우리가 먹을 송어가 있을 때는 잡아도 그냥 놔주고,
잡아도 1인분이 혹은 2인분이 안 되는 아직 어린 송어도 그냥 보내준다는 남편.
낚시 포인트 4,5번은 모하카 강의 상류에 속하는 지역인지라,
커다란 송어보다는 아직 어린것들이 많았고, 꽤 많이 잡히기는 했지만..
작아서 다시 놔줬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미뤄봐서 이곳에서의 낚시는 성공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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