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직원으로 일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파티입니다.
2년간 실습생일 때는 전혀 몰랐었는데, 정직원이 되니 이런 행사에 동원이 됩니다.
이날 근무가 있는 직원 외에 모든 직원이 이날 행사를 위해 오후에 출근을 해야 했죠.
이날 근무가 아닌데 행사 때문에 출근한 직원들은 각자 1층,2층,3층으로 위치가 정해졌습니다. 전 2층인지라, 2층 어르신들을 모시고 행사장에 가야했습니다.
우리 요양원은 두 병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오늘은 우리 병동의 크리스마스 파티입니다.
두 병동을 다 합치면 100여분이 넘는지라, 그 분들을 다 모시고 파티를 하기에는 행사장이 조금 작은지라, 우리 병동의 어르신들 50여분과 그분들의 가족들이 초대가 됐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공짜인 저녁이지만,
초대된 가족들은 음료가 포함된 저녁에 14유로를 내야합니다.
물론 저녁을 안 드시면다면 돈은 안내셔도 상관이 없지만, 남들 다 먹는데 안 먹기는 쫌 그렇죠?
오늘의 행사에 요양원이 소속된 시의 시장님이 초대가 되었고,
이날 흥거움을 더해줄 연예인 대신에 지역 유치원생들이 출동했습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행사는 저녁까지 먹고 대충 6시 무렵에 종료가 됐습니다.
이날 근무하는 직원들이 병동내 어르신들을 다 행사장에 모시고 가는 것이 버거운지라,
오후에 행사 때문에 출근한 직원들이 그 임무를 맡았던 거죠.
어르신들 옷 갈아입혀서 행사장에 모시고 가서 저녁을 드리고,
다시 방으로 모셔가서 잠옷을 갈아입혀서 침대에 눕혀드리는 것까지!
대부분은 휠체어를 이용하셔야 조금 먼 거리까지 이동이 가능하시고,
걸어 다니시는 분들은 아주 천천히 옆에서 보조를 맞춰서 함께 걸어야 합니다.
혹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옆으로 넘어지실 수도 있는 지라,
옆에서 함께 걸으며 잘 살펴야 하거든요.
제가 정직원이 되면서 받았던 5벌의 유니폼과 한 벌의 파란색 폴로셔츠.
이 파란셔츠를 오늘 처음 입었습니다.
파란셔츠는 오늘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직원들이 함께 입는 용도로 쓰이거든요.
행사에 어르신을 모시고 가기 전에 잠시 모인 직원들과 인증 샷을 날리고 있습니다.
저 뒤에 털보는 아직 20대 후반인 간호사입니다.
이미 2~30년씩 근무한 직원과는 다른 나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 요양원에 온 친구죠.
같은 실습생으로 만나서 나는 직업교육을 마치고..
지금은 저는 “요양보호사”로 저 친구는 “간호사”로 근무를 하고 있죠.^^
내가 실습생 일 때부터 날 봐온 직원 소냐와 안드레아.
다른 직원들보다 날 더 잘 알고, 내 질문에 나름 현명한 대답을 해주는 직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직원이란 이야기죠.^^
행사에 초대된 지역 유치원생들의 공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치원에서 하는 행사라고 해도 모두 옷 맞춰 입고 선생님은 무대 아래서 아이들일 마주보고 율동을 해서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하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선생님도 모두 무대에 올라갑니다. 관중들이 보고 싶은 건 아이들의 율동인데, 다 큰 성인은 왜 아이들 옆에서 그러는 것인지...^^;
노래도 율동도 선생님이 옆에 서서 하니,
아이들이 곁눈으로 흘깃거리면서 선생님의 율동을 훔쳐봅니다.
여기는 선생님이 무대아래서 아이들을 마주보고 율동을 해야 아이들이 쉽게 따라한다는 걸,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무대 위에 올라간 아이들이 노래가 율동이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쉬는 시간에도 내내 무대 위에 서있거나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참 지루한 한 시간이었지 싶습니다
앞에서 시장이 나와서 축사를 하고, 요양원 원장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은 왜 계속 무대 위에 그렇게 세워놓는 것인지..
아마도 행사에 관한 노하우가 많이 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치원 행사도 완전 폼 나게 하는데 말이죠.^^
아이들이 왜 제각각 다른 옷을 입고 왔는지 궁금했었는데..
연극을 할 때야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아기예수가 태어난 그 날을 연극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한 여관을 문을 두드려서 숙박이 가능하지는 묻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전부 웃었습니다.
유치원생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인형을 안고 부모 흉내를 냅니다.
아직 엄마 젖에 시시때때로 찾을 나이의 아이들이 마리아와 요셉이 되어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것이.. 아무리 인형이라고 하지만,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표정이 너무 리얼할지라 웃을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났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하셨던 어르신들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셨다고 합니다.
별일이 없이 제가 이 요양원에 계속 근무를 한다면 내년에도 이런 행사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매년 같은 레퍼토리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양원에서 하는 행사는 매년 같은 내용인지라 지루해지기도 하거든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리아 요양원에서 본 죽음에 대한 자세, (14) | 2018.03.22 |
---|---|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직업, Heimhilfe 하임힐페 (18) | 2018.03.03 |
참 쪼잔한 오스트리아 회사의 선물 (16) | 2018.02.22 |
날 떨게 하는 그 (4) | 2018.02.19 |
돈 많이 드는 내 동료들 (0) | 2018.02.15 |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초콜릿 두 상자. (12) | 2017.12.27 |
생각과는 많이 다른 유럽의 발관리, 푸스플레게, Fussplfege, (2) | 2017.12.25 |
오스트리아 요양보호사는 얼마의 월급을 받을까? (6) | 2017.12.21 |
내가 무심코 휘두른 권력 (16) | 2017.12.03 |
내가 90대 노인에게 해드린 충고 (16) | 2017.08.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