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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81 - 우리들의 시어머니 로즈할매

by 프라우지니 2017.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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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사는 우리부부에게 가족은 달랑 남편과 아내인데,

 

가족이 가끔씩은 둘이 아닌 셋이 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로스할매가 우리에게 가족같이 붙어있는 존재이면서 시어머니 같습니다.

 

시시때때로 남편과 마눌을 찾아와서 뭘 하는지 묻고, 마눌이 주방에서 뭘 하고 있음..

묻는 것도 부족해서 이미 대답을 들었음에도 요리 하는 것의 뚜껑을 열어서 확인을 합니다.

 

어제는 스콘을 굽고 있는 주방에 와서는 뭘 하냐고 물으시길레,

스콘을 굽는다고 두 번이나 말했음에도 기어코 오븐을 열어서 확인을 하신 다음에 가셨습니다.

 

물론 직접 당신의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 가신 스콘은 구워서 나중에 갖다 드렸습니다.

 

인상도 고약하고, 말 또한 조금 퉁명스럽게 하시는지라...

우리부부가 로스할매의 유일한 말동무인 듯 했습니다.

 

홀리데이파크의 안내데스크를 낮에 보는 주인청년의 어머니나,

저녁에 보는 젊은이들이나 로스할매랑은 말도 섞지 않고 슬슬 피하는걸 보니,

 

홀리데이파크의 캐빈(방)에 장기 투숙하는 고객임에도 기피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아히파라 홀리데이파크의 편의시설 건물.

남편은 이 공간에서 하루 종일 보내죠.

 

아침, 점심, 저녁은 지금 보이는 식탁에서 먹고!

 

그 외 시간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탁구대 뒤에 보이는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에 머리를 묻고 보냅니다.

 

이곳에서 하룻밤만 머물고 가는 사람들은 남편을 모르지만,

한 이틀밤 이상을 머무는 여행자들은 남편을 잘 알게 되죠.

항상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붙어있으니 말이죠.

 

언젠가는 어떤 여행자가 남편에게 질문을 했었습니다.

 

당신은 여행자가 아니냐고?

왜 여기서 하루종일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냐고?

 

남편은 나름대로 농담을 섞어서 대답을 했습니다.

 

“나 Working holiday 워킹 홀리데이(일하면서 여행을 하는 비자-만 30세 미만의 젊은이만 받음) 잖아. 그래서 지금은 일(프로그램) 하는 중이야.”

 

물론 사람들도 알죠. 남편의 외모로 봐서도 절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없는 나이라는 걸.

하지만 남편이 하는 농담이니 그냥 웃으면서 받아 넘기는 거죠.

 

사실 남편은 (남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뉴질랜드 영주권자거든요.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한 곳에 살던가, 뭘해도 뉴질랜드에서는 합법적인 사람입니다.

 

저희부부가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항상 테이블의 반은 비워둡니다. 공간이 부족할 때는 함께 앉아야 하니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비워두는 자리에 시시때때로 우리들의 시어머니인 로스할매가 등장하십니다.

 

 

 

간만에 슈퍼에 장보러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홍합을 샀었습니다.

 

오늘 부부의 점심은 홍합에 마늘빵 그리고 누군가가 놓고 간 보리쌀로 만든 밥까지!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샐러드에 마눌은 홍합국물을 곁들어서 먹었습니다.

 

부부가 맛있게 홍합요리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하신 시어머니 로스할매!

우리 옆에 빈자리에 앉으셔서는 당당하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먹는 홍합 나도 한번 먹어보자, 한 개만 줘봐!”

 

저는 “뭐 이런 이상한 명령이 다 있노?”했지만, 남편은 접시에 홍합 한 개를 덜어드렸습니다.

드시고 나서 할매는 하나 더 달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전 로스할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었습니다.

 

“나는 로스할매가 싫어. 날 쳐다볼 때면 얼굴에 ”난 너 싫어!“ 써 있다니깐,

아무래도 로스할매가 당신을 좋아하나 베, 그러니 나는 못 마땅할 수밖에..”

 

“로스할매는 왜 그래? 내가 주방에서 뭐하면 와서 묻고는 대답을 해줘서 기필코 요리하는 뚜껑을 열어서 확인하고 간다.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왜 남의 요리를 열어봐도 되냐고 묻지고 않고 여는데?”

 

“로스할매는 왜 그래? 왜 뜬금없이 와서는 남의 홍합을 달라고 그래?

당신이 항상 양을 부족하게 사서 둘이 먹기에도 부족한 양인데..^^;”

 

“로스할매도 가끔 우리한테 먹을 것을 주시잖아. 초대도 해 주시고!”

“여보세요. 우리가 로스할매한테 드리는 것도 더 많고, 초대도 더 많이 했거든. 그리도 당신은 로스할매 요리 맛없다고 안 좋아하잖아. 초대하셔도 좋아하지 않음시롱!”

“....”

“난 그냥 마음 편하게 누구 간섭 없이 우리부부만 편하게 먹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사실 저는 제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안하는 며느리였는데..

그런 제가 엉뚱한 곳에서 시어머니 노릇을 하시는 할매를 만나고 보니 참 그랬습니다.

 

로즈할매는 해마다 이곳으로 휴가를 오신다니..

올해도 아마 다녀가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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