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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4 - 안녕, 가스통

by 프라우지니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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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히파라에 2주째 머물고 있는 우리 부부만큼이나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아르헨티나 청년인 가스통이 드디어 이곳을 떠나는 날입니다.

 

3달간의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중에 이곳 아히파라에서 한 달간 서핑을 하면서 그간 자전거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어준다고 하더니만...

 

이곳 주인장의 헌 서핑보드를 얻어서는 매일 서핑 하러 다니면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서핑을 할 때 입는 잠수복도 주인장의 헌옷을 얻어 입었다고 자랑도 했었습니다.

 

잠수복이 낡았다고 서핑실력도 낡은 것은 아니니 헌옷이여도 상관은 없죠.^^

말만 잘하면 이렇게 얻어서 사용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홀리데이 파크 주인장이 가지고 있는 서핑보드를 무료로 빌려서 해변에서 서핑을 배우는 3명의 독일청년들도 있었습니다. 

 

해변의 서핑학교에서 강의하는 거 옆 눈으로 살짝 컨닝 한 뒤에 서핑보드 하나를 3명이 번갈아 가면서 타고는 파도랑 싸우는걸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테크닉 하나없이 물 마시면서 배우는 막무가내 서핑이였거든요.^^

 

가스통이 이곳에서 얻은 서핑 보드로 처음 서핑을 배운 것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아히파라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파도가 좋은 곳으로 서핑을 다닌다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곳의 파도도 정말 좋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그가 떠나는 이유는 오클랜드 옆쪽에 있는 파도가 좋은 곳을 발견해서라고 합니다.

 

오늘 오후 늦게 이곳을 출발해서 카이타이아의 도서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한 다음에 버스를 타고 해밀턴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Raglan 래글런까지 간다는 계획을 어제 갑자기 세웠다고 합니다. 미리 알았다면 한 끼 식사를 거나하게 했을 것을..

 

래글런의 파도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네이버블로거인 "홍쿤님"께서 래글런의 멋진 파도사진을 올리셔서 링크 걸었습니다.^^

http://blog.naver.com/hong7088/220628278492

 

 

가스통 기억하시나요?

 

잘 생긴 가스통^^

 

아르헨티나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우리와는 호박스프를 먹으면서 안면을 텄고 친해진 청년이죠!

하루 16불의 숙박비 대신에 2시간 일을 해 주고 홀리데이파크에서 무료로 머물렀었죠.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월급을 더 주는 브라질의 호텔에 취직을 했고, 그곳의 호텔 (인테리어 계통) 에서 매달 월급 300불을 받으면서 일을 했었다는데..

 

뉴질랜드행 항공권을 사기위해 오랫동안 절약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절약하면서 여행하는 그가 더 짠하고 뭐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였습니다.

 

내 나라가 가난하고, 내 소득이 적다고 해서 내 꿈도 작아야 하는 건 아니니 말이죠.

 

 

 

 

아히파라의 해변으로 서핑을 하러갈 때 가스통은 항상 이렇게 다녔습니다.

 

자전거의 한쪽에 플라스틱 파이프로 걸쇠를 만들어서 걸어가면 2시간 걸린다는 해변까지 왕복 30분에 주파한다고 자랑도 했었습니다.

 

 

 

 

떠날 준비를 마친 가스통의 자전거입니다.

 

재활용의 진수를 보여주죠, 자전거의 앞, 뒤, 옆을 크고 작은 석수 병으로 무장했고, 뒤쪽의 짐들도 멋진 자전거용 가방이 아닌 보따리를 검정 플라스틱봉투에 싸서 비올 것을 대비했습니다.

 

어찌 보면 참 열악한 환경인데도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으니 보는 사람 역시

 "아, 이렇게 해서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싶습니다.

 

 

 

 

가스통이 떠나기에 앞서서 남편이랑 기념사진 한 장을 찍겠다고 하니 어디선가 나타난 로스할매가 자기도 찍겠다고 얼른 두 남자 옆에 나란히 서십니다.

 

단 며칠 동안 만났고, 두어 번 함께 밥을 먹은 사이지만, 가난한 여행자로 용감하게 여행을 하는 그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가진 것 없지만, 얻어먹은 건 자기가 줄 수 있는 것(차파티 피자?)으로 되돌려주는 그의 마음도 멋지고, 사람들과의 친화력도 뛰어났고요.

 

저보다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날 볼 때마다 활짝 웃어주면서 인사를 해오던 가스통은 "아히파라 홀리데이 파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 중에 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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