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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69 - 날 보는 곱지 않은 시선

by 프라우지니 201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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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파크의 이용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은 하루, 길게는 이틀정도 머물고 바쁘게 떠나는 여행자.

보통 1,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휴가객?

 

바쁜 여행자들은 서로 안면 트기가 무섭게 다시 길을 나서지만,

휴가객들은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며칠 지나면 이웃이 되어버립니다.

 

주방에서 만나서 웃고, 떠들고 무슨 요리를 해 먹는지도 서로 확인하는 휴가객들!

그중에 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이가 한명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다른 휴가객? 과 주인장)에서 모아들은 정보로는...

이곳에 2주 휴가를 온 할매이시라는데..

매번 나에게 던지는 시선만은 절대 곱지 않습니다.

 

길 위에서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거지만..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 가 맞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거죠.

(물론 이것이 100%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때로는 동성이 더 다정할때도 있죠.)

 

홀리데이파크의 주방이나 길 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봐도 마눌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 남편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여자들입니다.

 

남편에게는 친절한 여자들이 마눌에게는 유난히 도끼눈을 뜬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많고,

나에게는 친절한 남자들이 남편에게는 조금 삐딱하게 구는 것도 본적이 있고...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느낌이나 행동들은 다 해결이 되고,

나중에는 다 친해지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편과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는 그 할매는 내가 주방에 나타나면 나만 쳐다봅니다.

그것도 절대 곱지 않는 시선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남편이 맨날 주방에서 요리한다고 살아서 그러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남자들이 주방에서 서성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하죠.

 

더군다나 동양인 마눌을 둔 서양인 남편이 (할매가)볼 때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마눌은 손 하나 까닥 안하면서 남편이 해 주는 음식만 받아먹기만 하니..

(물론 남들 눈에 이렇게 보인다는 이야기죠.)

 

아무리 남의 일이라고 해도 절대 곱게 봐줄 수 없는 상황인건가요?

 

사실인 즉은 남편보다 마눌이 주방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내내 남편은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시간을 보냈고,

마눌은 그런 남편의 세끼를 챙기느라 하루를 바쁘게 살았었거든요.

 

남편이 주방에서 뭘 하는 것도 마눌이 등 떠밀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이었고 말이죠.

 

문제는 남편이 주방에서 뭘 하는 시간이면 “내가 다 한다” 식으로 엄청 수다를 떨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저 사람이 항상 요리를 하나봐!”

뭐 이런 식으로 이해를 하게 된다는 말씀이죠.

 

볼 때마다 날 째려보듯이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시던 그 할매가 왠일로 저에게 말을 걸어오십니다.

 

며칠 동안 남편이랑 수다를 떨면서 나에 대한 정보는 대충 들으셨을 테니..

내가 한국인 인 것은 기본적으로 아시는 거죠.

 

 

 

 

그날 점심으로 비빔 파스타를 먹으려고 준비중이였습니다.

 

웬일로 내 옆으로 할매가 오시더니 말을 걸어옵니다.

 

저도 남편에게 들어서 그 할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성명도 하지 않는지라 “로스”라는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서?”

“네.”

“나 한국음식도 좋아하는데...”

“이거 비빔 파스타인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그런데 조금 매울 거예요.”

“난 매운 것도 잘 먹는데...”

 

평소에는 봐도 안 보이는 척 하시더니..

오늘은 비빔국수가 드시고 싶으셔서 말을 걸어오신 건 아니겠죠?

 

 

 

 

오늘 남편의 점심은 어제 남았던 치킨카레.

 

빵, 치즈, 햄, 토마토를 곁들어서 거나한 한 끼를 챙겨줬음에도..

남편은 마눌의 비빔파스타를 “안 먹어”가 아닌 “나중에”로 미뤄뒀습니다.

 

남편도 은근히 매운 것을 즐기거든요.^^

 

 

 

 

간만에 나한테 말까지 걸어온 할매, 로스 몫으로 “아기용” 접시에 비빔국수를 덜어드렸습니다.

 

비빔국수가 드시고 싶다고 말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말을 걸어오셨고, 관심을 보이셨고,

“안 먹는다.” 하지 않으셨으니 “달라”는 신호로 알아들었죠.

 

로스 할매께 비빔국수를 드린 건 “잘 봐 달라” 뭐 이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홀리데이 파크를 혼자서 어슬렁거리시고..

개 2마리를 데리고 해변 산책이나 하는 어떻게 보면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시는 외로운 분이신거 같고..

 

어쩌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신 건 아니었나? 하는 착각도 들었습니다.

이것이 저만의 착각 이였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는 절대 가까이 갈 수 없고,

친해질 수 없는 인간형이라는 것을 이 할매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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