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의 나름 최북단에 속하는 곳,
여행자들이 “케이프 레잉가”를 가기위해 들리는 곳.
나인티 마일비치의 시작이자 마지막.
하지만 이곳의 여행자들이 여행을 마치는 곳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곳에서 바로 오클랜드의 공항으로 가서 출국을 할 준비를 하는 여행자들을 꽤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남겨주는 선물 또한 쏠쏠했었죠.^^
어느 날 아침, 내 옆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동양아가씨가 식빵에 열심히 땅콩버터를 바르는 걸 봤습니다. (한쪽에는 땅콩버터를 다른 한쪽에는 쨈을 발라서 합체를 해야 맛이 있는디..)
식빵봉지에 있는 빵을 다 바르고 있기에 물었습니다.
“오늘 케이프레잉가 쪽으로 가나 봐요?”
“아니요. 오늘 출국해요. 그래서 빵에 땅콩버터를 다 바르고 있어요.”
출국을 앞두면 쪼매 맛있는 걸 사먹을 만도 하구먼..
출국하면서도 남아있는 음식을 해치우고 가겠다는 젊은 여행자입니다.
1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출국한다는 아가씨 2명은 이곳에서 여행보다는 일한 시간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일했던 곳을 나열합니다.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온 사람들은 다 꿰고 있다는 정보도 알려줍니다.
그리고 자기가 어디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 묻지도 않는데 이야기합니다.
“크롬웰에서는 체리를 포장했었고, 모투에카 에서는 사과를,
그리고 애쉬버튼 에서는 백합을 포장.”
나도 크롬웰캠핑장을 아는디..
그 난민촌에서 몇 달을 버텼겠구나..하는 생각에 조금 안쓰러웠습니다.
난민촌이 궁금하심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090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73-광고와는 너무 다른 크롬웰 난민촌 캠핑장
뉴질랜드에 오면 이런 농장의 일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거 같지만..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도 절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그 지역에 도착해서 농장마다 전화해서 일손이 필요한지, 그렇다면 인터뷰날짜를 잡아서 인터뷰를 한 뒤에 합격을 해야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면접을 보러 하루에 열댓 군데를 다녀야 하는데,
이것도 차가 필요한지라 차가없음 힘들다는 이야기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아가씨는, 자기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나에게 뭔가를 내밉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샌드플라이 약”
Sandfly샌드플라이가 궁금하신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8
낚시하며 뉴질랜드 남섬에서 보낸 4달-60회 Te Anau (Control gate)
http://jinny1970.tistory.com/745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9회-나만의 샌드플라이 해결책
http://jinny1970.tistory.com/1190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468-거대한 샌드플라이가 있는 Pukukura 푸케쿠라
나에게는 샌드플라이에 대응할만한 비장의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주는 걸 사양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그냥 받았지요.
나중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죠.^^
쓸데없는 걸 받았다고 남편에게 구박 받은 물건도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 없음 남 줘도 되는데, 왜 받았다고 구박을 하는 것인지...^^;
뉴질랜드의 북섬의 최북단 끝에서 남섬의 최남단까지 걸어서 가는 트랙이 있습니다.
3,000km가 넘는다나? 까먹었습니다.
나중에 이 루트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뉴질랜드를 걸어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짐이 너무 무거우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여행자들은 매번 쓸데없는 것을 버리고 길을 떠납니다.
제가 받은 이 램프도 그 “도보여행자”가 저에게 주고 간 선물이였습니다.
비가 와서 이틀 동안 우리 캠핑장에 발이 묶여있던 여행자는 결국 비가 오는데 다시 길을 나섰고,
이틀 동안 조금 안면을 튼 저에게 자기는 필요 없으니 나에게 준다나요?
“나도 이건 필요 없는데...”
이런 말은 하나마나였습니다.
주면서도 부탁을 한다니 그냥 받아야 하는 거죠.^^;
그냥 받았다가 3박 4일 이어지는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결국은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배낭을 메고 하는 여행도 아니고, 차에 다 몽땅 싣고 다녀서 아무 구석에나 처박아 놓으면 되는데, 왜 그리 잔소리를 해대는 것인지 원...
결국은 이 문제의 램프를 우리 아히파라 홀리데이파크의 매점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곳이 캠핑장의 안내데스크이자 작은 매점이기도 하며, 캠핑장 관계자(직원)들이 상주하는 곳이죠. 저곳에 낮동안 앉아있는 사장(의)어머니께 드렸었습니다.
“이거 우리는 필요 없는데, 혹시 필요한 사람 있음 주세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매점 안에 “무료로 드림”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으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제가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죠.
이 문제의 램프는 이틀 후에 매점 안에서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드림”이 아닌 “10불”이라는 가격표와 함께 말이죠.
혹시나 싶어서 몇 번을 오가면 보고 또 보고 했지만,
제가 사장의 어머니께 드린 그 램프가 맞습니다.^^;
이런 기가 막힌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아낙이 아닌 거죠.
바로 남편에게 뛰어갔습니다.
“남편, 내가 매점에 갖다 준 램프 있잖아. 그걸 글쎄 가격표 붙여서 팔려고 내놨다. 웃기지?”
“그래서?”
“아니, 내가 필요한 사람 주라고 그냥 준걸 파는 건 아니지. 안되지.”
“그렇다고 돌려달라고 할래? 어차피 말 못할꺼잖아.”
“우쒸,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빨리 처리하라고 구박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아니 왜 내 핑계를 대누?”
이렇게 부부는 별일 아닌 일 때문에 작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주라고 했던 물건을 팔려고 내놓은 업주의 태도보다는 그걸 업주에게 준 저의 태도를 탓하면서 한 가지 배웠습니다. 다음에는 그냥 직접 물어보고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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