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아빠가 마당에 심어놓은 야채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빠가 우리 몫으로 주신 커다란 애호박 2개.
말이 애호박이지 크기로 보자면 남자 팔뚝만한 어른호박입니다.^^
커다란 호박 2개가 며칠 지하실에 있나보다..했었는데,
드디어 남편이 호박크림스프를 했습니다.
남편은 여러 종류의 야채로 크림스프를 하는데, 어느 야채를 써도 남편의 스프는 맛이 있습니다.
가끔 소금을 너무 넣어서 짤 때도 있지만, 맛은 훌륭합니다.
남편의 크림스프에 비밀이라고 한다면..
한 통씩 들어가는 생크림?
허브의 한 종류인 Caraway 캐러웨이(회향/카룸/ 큐멜)?
이유야 모르지만, 매번 맛은 훌륭합니다.
저야 생크림을 너무 넣어서 칼로리가 높아 사양하지만 말이죠.
남편이 한 솥씩 크림스프를 할 때마다 마눌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남편이 해 놓은 요리를 시부모님께 나르는 일입니다.
남편이 스프를 만들 때 도움은 하나도 안 주면서, 만들어 놓은 스프를 퍼 나르는 일은 아주 잘하죠.^^ (아! 있습니다. 남편이 요리하면서 어질러 놓는 그릇들의 설거지는 다 마눌 몫입니다.)
시댁에서는 시어머니가 항상 요리를 하시는지라, 남편은 요리를 할 기회도 없고!
그래서 시부모님은 남편의 요리를 드셔보실 기회가 없었죠.
저희가 시댁에 있을 때라도 “아들이 만드는 요리” 맛을 보시라고, 남편이 요리를 할 때마다 매번 허락 없이 마구 퍼다 나릅니다. 남편은 매번 몇 번 먹을 만큼 넉넉하게 요리를 하니 말이죠.
대놓고 남편의 허락을 받는 건 아니지만, 퍼가는 마눌한테 잔소리를 안 하는 걸 봐서는 무언의 허락인지라 그냥 계속 퍼가고 있습니다.
남편이 만든 완성 단계의 호박스프를 열심히 큰 그릇에 담아서 남편에게 보여줬습니다.
“남편, 이 정도면 두 분이 한 끼 드시겠지?”
“지금 저녁 10시야, 지금 드시라고?”
“아니지. 지금 드리면 낼 데워서 드리면 되지!”
남편에게 보여주고 방향을 틀었는디...
스프를 든 그릇이 가구에 부딪히면서 스프를 손 위에 쏟았습니다.
솥에서 펄펄 끓은걸 담은지라 엄청 뜨거운디...^^;
손이 뜨겁다고 손에 들고 있는 스프그릇(유리 대접)을 떨어뜨릴 수도 없고..^^;
얼른 스프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서야 흐르는 수돗물에 화상 입은 손을 얼른 갖다 댔습니다.^^;
물에서 손을 떼면 덴 부분이 아픈지라, 그 뒤 2시간동안 물행주 2개를 냉동실에 교대로 넣어가면서 열심히 손에 있는 화기를 뺐습니다.
열심히 화기를 빼고 나니 남편이 걱정하는 것처럼 손에 기포는 안 잡혀서 다행인데..
덴 부분과 멀쩡한 부분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손까지 데고 나니 괜히 화가 나서 남편한테 심통을 냈습니다.
“왜 호박스프를 해서 내 손을 데게 만들어.”
마눌이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걸지만, 남편이 그냥 웃고 맙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부모님 갖다드린다며? 얼른 가!”
“내가 지금 데어서 아픈 손을 하고 스프를 가지고 가야 쓰겄냐? 당신이 가!”
“난 안 가!”
“난 오늘 아파서 못 가!”
이날 저녁 부모님께 스프를 퍼 나르는 일은 남편도 마눌도 안 간다고 해서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화상 입은 손은 생각보다 멀쩡해 보입니다.
단지 덴 쪽은 데지 않은 쪽보다 조금 더 붉어 보인다는 정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데, 찬물이 아닌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면 손이 아픈지라, 요양원 근무가 힘들 거 같아서 “가정의”를 찾아 간다고 하니 남편이 던진 한마디.
“손 데웠다고 누가 ‘병가’를 내주남?”
“일단 가서 물어봐야지.”
“뭘?”
“찬물은 괜찮은데, 따뜻한 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아파. 요양원에 일하면 뜨거운 물로 어르신 씻겨드려야 하는데, 손이 아파서 힘들 거 같아. 그리고 빨리 세포가 정상화되라고 연고라도 발라야지.”
남편은 시큰둥한 마눌의 ‘병가’시도지만, 일단은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는 거죠.
그렇게 가정의를 찾아갔습니다.
손의 색의 차이는 잘 봐야 보이는데, 다행이 할배 의사 샘은 잘 알아봐주셨습니다.
“제가 뜨거운 스프에 손을 데었거든요.”
“아이고, 어쩌다가..조심하지!”
“내일 일하러 가야하는데, 따뜻한 물에 손을 넣으면 아파요.”
“당근 아프지.”
“그래서 근무해야 하는 이틀 동안 병가를 내려구요.”
“그래, 병가 내야지. 오늘부터?”
“아니요, 내일이랑 모래요.”
“그래 그래. 그럼 잘 쉬고, 연고도 잘 바르고..”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의사 샘은 “병가”를 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틀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며느리가 데었다고 하니 시어머니는 며느리 손을 잡고 마당에 알로에 화분까지 안내를 해주십니다.
“이거 열심히 갖다가 손에 바르도록 해, 화상에는 으뜸이야!”
아파서 받는 병가보다는 안 아프고 근무하는 것이 훨씬 더 건전하고, 건강한 방법이지만, 이왕에 병가를 받았으니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손등에 알로에를 썰어 바르면서 아직은 조금 벌건 손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병가 이틀내고 나니 다음 근무까지는 5일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이 글도 써놓고 너무 늦게 올리는 관계로..
지금은 손이 다시 멀쩡해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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