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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선생님의 비밀격려

by 프라우지니 2016.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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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복도에서 선생님을 만났었습니다.

 

우리학교에서 유난히 절 티나게 많이 예뻐 해 주시는 선생님이시죠.^^

 

수업시간에 저랑 눈을 제일 많이 맞추고 수업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하신 분을 위해서 살짝 이분의 됨됨이를 공개하자면...

 

http://jinny1970.tistory.com/1565

현명하신 선생님

 

저를 이리 예뻐 해 주시니 이 분의 수업은 1등급을 받고 싶지만...

이분의 수업은 우리학교에서 제일 어려운 수업입니다.

 

거기에 매 학기에 배운 것만 보는 시험이 아니라, 매번 총정리 식으로 시험을 보는지라..

제일 버거운 과목이라고 해도 절대 무리가 없는 수업이죠.^^;

 

 

 

 

 

무슨 과목인데 이리 어렵다 투정을 하냐? 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실까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책의 두께는 5cm정도에 무게는 5kg에서 조금 빠지는 무게입니다.

책의 내용은.. "의료백과사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온갖 질병의 대한 것은 이 책 한 권으로 배웁니다.

1학기에 시험 때는 우리 반 50% 정도가 1등급을 받았었습니다.

 

이때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었죠.

 

“처음에는 1등급 받기 쉬워요!”

 

전 이 말이 섭섭했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시험문제들을 보고, 또 보고, 답을 외우고, 또 외워야 했는데..

1등급 받기가 쉽다니...^^;

 

선생님의 그 말은 2학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해했습니다.

 

 

 

처음에는 30개의 문제만 공부하면 되지만, 2학기에 올라가니 30개의 문제가 더해져서 60개를 해야 했거든요.

 

시험문제는 외우고 또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더군다나 의학용어이고, 증상에 관한 단어이다 보니 정말로 낯선 단어들인지라 더 어려웠습니다.

 

2학기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아무래 해도 자신이 안서서 따로 선생님을 찾아갔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리 시험공부를 해도 문제가 60개다 보니 외우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열심히 공부는 하겠지만, 혹시 5등급(낙제)이 나오면..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건 외워서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에요. 이해를 해야지!"

"네? 물론..이해도 하죠...^^;"

 

선생님은 잘 모르십니다. 외국인 학생은 단순히 이해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외국인학생은 뭐든지 일단 다 외워야 시험에 열심히 나열해서 쓸 수 있습니다.^^;

 

2학기 시험을 앞두고는 정말로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미리 선생님께 선전포고(?)를 했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시험에 나온 것이 제가 공부한 범위여서 다행히 시험은 잘 봤습니다.

 

아마 이때부터였나 봅니다.

선생님이 저를 조금 각별하게 보시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2학기를 잘 넘기고..

3학기에 들어서니 1학기문제 30여개+ 2학기 문제 30여개 + 3학기 문제 30여개가 더해졌죠.

 

매 학기 2번의 시험을 보게 되는데..

 

3학기 첫 시험은 다행이 1등급이 나왔지만..

두 번째 시험은 아주 아쉬운 점수로 2등급 이였습니다.

 

두 번째 본 시험에 첫 번째 본 시험을 합쳐서 3학기 총점수가 계산이 되거든요.

 

 

 

우리 반 전원의 점수입니다.

 

첫 번째 시험에는 저는 24점 만점에 22.5점으로 평점 1,5 으로 1등급을 받았었는데..

 

두 번째 시험에서는 48점 만점에 43점을 받아서 평점 1,8 을 받았지만..

 

첫 번째 시험과 합계가 되면서 평점 1,6을 받았죠.

 

저는 우리 반에서 당당히 2등이고, 평점 1,6인데..

저는 2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날 저녁에 남편에게 속상한 맘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 이상해. 평점 1,6인데 2등급이야. 원래 평점 1,9까지 1등급 아닌감?”

“평점 1,6이면 2등급이 맞아.”

“왜?”

“평점 1,5 까지는 1등급이고, 1,6이 넘어가면 2등급이야.”

“에이~ 그래도 내가 완전 노력해서 본 시험인데.. 1점차이로 2등급 되니 섭섭타..^^;

 

3명은 1차, 2차 시험을 다 5등급(낙제) 받은 시험에 2등급이면 감사할 점수지만,

그래도 0,1점 차이인지라 아쉬운 마음만 가득 했었었는데...

 

간만에 복도에서 만난 선생님이 제 손을 잡으시더니만 빈 교실로 들어가십니다.

 

“잠시 와봐, 할 말이 있어.”

 

전 우리 반 (일부)사람들이 왜 이 선생님을 죽도록 싫어하는지 물으시려고 부르시는 줄 알았었는디... 제 손을 덥석 잡으시더니 말씀하십니다.

 

“넌 2등급을 받았지만, 내가 인정하는 1등급이야. 알지?

내가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 너 같은 학생을 가르치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걸!”

 

여전히 성적표에 남아있는 2등급이라는 점수는 조금 섭섭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절 따로 불러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건 기분 좋은 일이였습니다.

(자랑을 하고 싶었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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