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리타스) 직업학교 선생님들은
95%가 간호사 출신이십니다.
간호사로 20년 이상 이런 저런 병동에서
근무를 하시고, 더 공부를 하셔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신 분이 대부분이시고,
심리학, 사회학 같은 경우는
선생님들이 박사학위 소유자십니다.
강사진만 놓고 보자면..
이론과 실기를 다 겸비한
꽤 수준 높은 분들이십니다.
물론 강사진 전부가 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시지는 않지만 말이죠.^^;
강사진의 연세를 놓고 보자면..
제 또래(40대 후반)이 대부분이시고,
50대 전, 후반도 계시고,
가장 어린 선생님을 꼽으라면..
올해 정년 퇴직하신 영양학 선생님을 대신해서
올해 갓 입사한 아직 얼굴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24살짜리 아가씨 선생님이십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키도
장대(180cm는 훨씬 넘으실 듯)같이 크시고,
나름 상냥하신 편이시지만...
제 생각에는 학생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지키시는
분으로서 약간의 거리가 느껴지는 분이십니다.
선생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나이는 나보다 2살이 더 많고,
이미 커서 출가한 딸이 둘 있고,
요양원에서 사시는 시어머니가 계시고..
한쪽 눈이 약간 이상하다.
정도입니다.
입학 때부터 우리 반을
책임지고 있으신 분이시고,
우리 학교에서 소문난 “수업 매너 꽝”인
우리 반임에도 선생님은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최선을 다하십니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도 많이 하고, 조금 친해져보려고 했었지만..
어딘지 거리감이 있는지라
어느 날부터는 저도 선생님과
거리를 유지하고 지냈었죠!
사실 선생님들이 그렇습니다.
전부 다 외국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스트리아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는
외국인을 예뻐 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가 하면!
오스트리아 사람보다 더 공부를
잘 하는 외국인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겉으로는 웃으시는데
그 웃음 뒤에 싸늘한 얼굴을 숨기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시니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태도로
선생님을 판단을 합니다.
저를 예뻐 해 주시는 선생님은
수업 중에 저와 아주 자주
눈을 자주 마주치시는데..
(사실 제가 젤앞에 앉으니 쳐다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맞춰지는 위치죠.)
겉으로는 생글거리고 웃으시는 분임에도
수업시간 90분 동안 저와 절대
눈을 맞추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겉으로는 웃어도 “외국인 적대”
감정은 숨길 수 없으신 분들이죠!
그래서 저와 눈을 마주치는 분과
그렇지 않으신 분으로 저는
선생님을 판단합니다.
저는 수업 시간 내내 절대 딴 짓 안 하고
선생님께만 집중하니,
수업시간에 적어도
한두 번은 마주치는 것이 정상인데,
의식적으로 저와 눈을 맞추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도
거의 후자에 가까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노력을 했었구요.
원래 주는 거 없이 미운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은 뭘 해도 미운법이니..
미운 오리새끼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 해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죠!^^
그렇게 선생님과 조금씩 거리를 더 멀리
조정하고 있는 어느 수업시간!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 내 마음으로 밀어내던
선생님을 존경해야 할 거 같은 마음도
불끈불끈 들고!
복도에서 선생님이 보이면
전에는 일부러 피했는데..
지금은 마주치면 그냥
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내가 그런 상황이면 나는
과연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판단이 쉽지 않는
일이기도 하구 말이죠.
자! 그럼 수업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짝 알려드립니다.
우리 담임선생님이
맡고 있는 과목은 2가지.
“ Palliativ 팔리아티브”
더 이상은 치료법이 없어 사망 할 때까지
되도록 환자의 고통을 덜하고,
조금 더 행복(이라고 하니 조금 안 맞는 단어지만..^^;)하게
남은 생을 살면서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환자의 가족들도 위로를 해드리죠.
“어르신들 (병)간호”
요양보호사 직업과정(간호조무사 과정 포함)이라
대부분 어르신 병간호에 대한 것을 배우지만,
과목에 또 따로 “어르신들 병간호”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간호는 단순히 몸만
닦아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틀니도 빼서 닦아서 다시 넣어드리고,
이를 못 닦으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이도 닦아드리고..
필요한 것은 다 해드려야 합니다.
하. 지. 만
아직까지 눈(알)을 빼서 닦아드리는 일은
배우지도 실제로 본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어르신 중에 정말로
의안(가짜 눈)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면,
그것도 빼서 닦아서
다시 넣어드려야 해야 합니다만,
의안은 틀니처럼 흔한 것이 아니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플라스틱과
유리로 만든 의안을 가지고 오셔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닦는 방법까지 알려주셨지만,
실전에서 본적이 없는지라
그냥 다들 멍한 상태였죠.
“여러분, 내 눈 한쪽이 이상한 건 알고 있죠?
그 한쪽이 의안 이예요.
여러분이 보시는 이 두 가지 의안은
전부 내가 쓰던 거예요.
매2년마다 새로운 의안을 맞추거든요.“
저는 선생님 눈 한쪽이 정상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약간 사시(사팔눈)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의안인줄을 몰랐고,
우리 반 사람들 중에는 선생님의 한쪽 눈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던 이도 있었습니다.
(역시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서
주의력이 아주 심히 떨어집니다.^^)
한쪽 눈이 의안이라고 먼저 말씀을 하시니
이제 질문을 해도 되는 거죠!
“어쩌다 한쪽 눈을 잃으셨어요?”
원래 서양인들은 개인적인 질문하는 걸
굉장히 큰 실례라고 해서
한쪽 다리를 절어도 왜 저는지,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본인이 말하기 전까지는 묻지 않습니다.
궁금해 죽을 거 같아도 말이죠.
“6살 때 나뭇가지가 한쪽 눈에
박히는 바람에 실명을 했어요.”
“그럼, 의안은 그때부터 사용하신 거예요?”
“그렇죠! 하지만 여러분이 보시는
플라스틱이나 유리 의안은
10년 전부터 사용했어요.”
“자, 여러분이 혹시나 일을 하는 도중에
의안이 있는 환자를 만날 수 있으니
오늘은 어떻게 의안을 빼고,
어떻게 집어넣는지 여러분께 보여줄게요.
혹시나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나
보기 역겨운 사람들은 잠깐
나갔다가 와도 되요!”
선생님은 우리 전부를 세면대(교실에 있습니다.)
앞으로 부르시더니만,
한쪽 눈꺼풀을 잡고는 플라스틱 눈(알)을
빼셔서는 물로 씻어서
다시 넣으셨습니다.
뺄 때와 넣을 때는 어디를 잡고
어떻게 빼야하는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눈(알)이 빠진 상태의 눈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한 교육자의 정열이 여자의
부끄러움을 앞지른 거 같습니다.
우리 반 전원은 담인 선생님의 희생(?)으로
정말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보다 단지 2살이 많은 중년여성이
열댓 명의 사람들 앞에서 치부를
보여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 은 아닙니다.
“나라면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해 보지만 단번에
”그럼“ 이라는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나를 안 좋아한다고 나도 거리를
두려고 했던 노력들은
이제는 안 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은 존경받아 마땅한
진정한 참 교육자이시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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