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는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가 되는 느낌입니다.
며칠 지나면 “이 동네는 다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뭐 이런 거죠!
혹시나 이 동네 볼거리를 불어오는 신참 여행자가 오면 이런저런 설명을 아주 길~게 합니다.
그만큼 이 동네에 볼 것이 많기도 하지만 말이죠.
저는 낚시하는 남편 뒤에 따라 다니는 할 일없는 없는 아낙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눈치 빠르고, 머리 회전도 빠른지라 상황 판단은 항상 제대로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편도 마눌의 명석한 두뇌회전은 믿어주는 편입니다. ^^
(뭐시여? 지금은 자화자찬 시간?)
전에 안 보이던 현지인(마오리)이나 새로 온 여행자가 오면 눈여겨보고, 낚시하는 남편 뒤에서 별로 할 일도 없으니 사람이나 보트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일주일 전에도 보트를 타고 와서 뭔가를 가지고 갔던 사람들이 또 나타났습니다.
보트를 몰고는 남편의 앞쪽으로 보이는 저 산 너머로 잽싸게 사라집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보트가 다시 나타납니다.
이때부터 마눌이 보트만 쳐다봤습니다. 갑자기 탐정놀이에 들어간 거죠.^^
보트가 안 보이니 잽싸기 섬의 위쪽으로 올라가서 계속 봤습니다.
아까 오전에는 캠핑장에 있다가 보트에서 차로 뭔가 부대자루를 싣는 것을 봤었는데..
역시니 이번에도 그 하얀 비료자루 같은 것이 보입니다.
바다에서 감자를 캘 일은 없으니 답이 바로 나옵니다.
“아하~ 저 사람들 인적이 없는 해변에 가서 파우아(뉴질랜드 전복으로 까만 것이 특징)를 한 포대 따가는 구먼, 파우아는 1인당 10개 내외로 따는 것인디... 저것을 갖다가 파남? 하긴 가게에 가면 파우아 살도 쪼매밖에 안 들어있는 파우아 패티를 7~8달러에 파는디..
거기다 갖다 팔면 목돈 받겠구먼..”
그리고 며칠 후에 마눌은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라고 해서 경찰서에다가 한 것은 아니구요.
저희가 옮겨간 캠핑장에 온 DOC 캠핑장 레인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기 있잖아요. 저희가 스피릿츠 베이에서 있을 때 보니,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 두세 명이 잠수복을 입고서는 보트를 타고 바다 저쪽으로 사라졌다가 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나타나는데..
그 사람들이 뭔가가 담긴 포대자루를 같은 것을 차에 싣고 사라지는데, 주말 같은 경우는 오전과 오후, 2번 오더라구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그것이 파우아지 싶어요.”
마눌의 신고한다고 할 때 말리던 남편이 옆에서 마눌의 말을 바로 정정합니다.
“저기요. 그 안에 파우아가 들어있는 것은 저희가 보지 못했거든요.”
마눌이 남편의 말을 받아쳤습니다.
“그럼 바다에서 감자를 따남? 하얀 포대 안에 들어있는 건 뭔데?”
옆에서 듣고 있던 DOC직원도 마눌의 말에 긍정의 한 표를 던졌습니다.
“바다에서 나온 것이니 파우아가 맞지 싶습니다.”
그렇게 마눌의 신고는 DOC직원에게 잘 전달된 듯 한디...
남편이 걱정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서로 통하는 법인데..
혹시나 그 사람들을 DOC직원이 알고 있고, 같은 한 패면 어떻할껀데?”
“설마..”
“그 사람들한테 가서 ”이런 자동차 번호를 가진 차를 몰고 다니는 관광객이 너희가 파우아 따가는 거 봤다고 이야기 하더라.” 하면 당장에 해코지 들어온다고!“
”설마..“
“그러게 내가 신고하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가 아직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 그 사람들이 앙심을 품고 우리를 찾으려면 금새 찾는다고..”
“설마, 같은 마오리라고 공무원이랑 불법으로 파우아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한패겠어?”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항상 주의하라고 했잖아.”
“그렇다고 불법 (파우아채취)을 봤는데, 입을 다무는 것도 옳지 않잖아.”
“....”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일본인 같은 민족성인지라 남의 일에는 신경도 안 쓴다고 하지만, 할 말은 하고 사는 한국인인 마눌은 절대 지나칠 수 없는지라 신고를 했고, 이일로 인해 어떠한 손해를 본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 인거죠.
나중에 생각 해 봤습니다.
혹시나 그 사람들이 나에게 파우아 몇 개를 쥐어줬다면 나는 과연 어떠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뉴질랜드 자연산 전복인 파우아 두서너 개를 선물로 받으신다면..
받으시겠습니까? 그 댓가로 입을 다물어야 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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