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저희가 이곳에 머문 1주일 동안은 비가 자주도 오셨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지붕이 있는 차안이나, 캠핑족임에도 저희들만 입장이 가능한 캐빈(방)고객용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지라 비가 온다고 해도 절대 불안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가 오면 더 추워지고, 더 입이 궁금해지는지라 뭔가 먹을 것을 찾아서 헤맸죠!^^
중년의 아낙은 몸매관리를 해야 할 나이임에도 먹고 싶은 것은 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비가 오기 시작하면 비오는 날 먹으면 좋을 음식에 대해서 혼자 궁시렁 거렸습니다.
여자가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젊을 때랑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지방이 축적이 된다죠?
그래서 적게 먹어야 몸매관리가 된다고 하지만..
사람이 그렇죠? 매일 먹는 양이 있는데, 적게 줄이는 것이 쉽지도 않거니와 특히 저처럼 내 조국 떠나서 사는 경우는 더 먹는 것에 목숨을 겁니다.
내 나라도 아닌 곳에서 “춥고 배고프면” 정말 서럽거든요.^^;
세차던 비가 조금 내릴 때, 저는 홀리데이파크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부추꽃 사냥을 다녀왔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막걸리에 파전”이라고 하지만, 저는 술을 안 마시고, 지금은 파가 없고, 김치전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김치도 없어서 일단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부추 꽃으로 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부추꽃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면 향이 진동하는지라, 꽃으로 전을 부쳐도 그럴 꺼라 생각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부추꽃 잔뜩 넣고 부추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남편이 딴지를 겁니다.
“이거 먹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왜 따왔어?”
“아니야. 먹는 거라니..”
“나는 안 먹는다.”
부추전에 대해서 궁시렁 거리는 남편에게도 비오는 날의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비오는 날 따뜻한 국물요리를 먹고 싶은 건 동양에서만 통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눌이 따뜻한 부추전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당신은 알아서 드세요!” 할 수 없는지라, 마눌의 본분을 지키느라 남편에게는 한국에서 공수 해 왔던 라면과 무말랭이 김치를 준비했습니다.^^
남편도 비오는 날의 만족스런 메뉴인지 밥상을 받는 얼굴에 웃음이 묻어납니다.^^
이날 점심은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메뉴를 먹었습니다.
마눌은 부추향이 물씬 풍길 꺼라 기대했지만, 밀가루 냄새가 조금 나던(부추도 조금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부추꽃전을, 남편은 냄비에 끓인 라면 한 개를 마눌에게 먹어보겠냐는 말도 없이 무말랭이 김치와 함께 라면국물까지 싹 먹어치웠습니다.
이래저래 부부는 비오는 날 만족한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저희가 머무는 곳이 뉴질랜드이고, 일상이 아닌 길 위에서 사는 삶이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장소가 있어서 행복한 날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비오는 날은 따끈한 국물이나 프라이팬에 부친 전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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