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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의 피나는 저녁

by 프라우지니 201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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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남편은 가끔 요리를 합니다.특히나 주말, 자신이 요리를 하려고 사다놓은 재료가 있을 때는 주방을 혼자서 차지하고서 요리를 합니다.

 

단, 마눌은 요리가 끝난 다음에 설거지랑 주방 정리를 해야 합니다. 2인분을 요리함에도 설거지는 10인분 요리한 만큼 내놓는지라 마눌은 좋아라~ 하지 않지만 말이죠.^^;

 

어느 날 남편이 퀴노아 (남미 산 곡물로 요새 한참 유행이죠!)을 사들고 왔습니다.

퀴노아는 마눌이 사다놓은 것도 있었는데, 몰랐는지 아님 자신이 뭔가를 하려고 사온 거죠.

 

사실 이날도 접시를 받기 전까지는 남편이 어떤 요리를 접시에 낼 줄 몰랐었답니다.

그저 요리를 한다니, "하나보다.."이러고 저는 방에서 있었죠.

 

주방에서 혼자 요리를 하던 남편이 뭐라는 소리가 났지만, 방안에 있는지라 잘 안 들렸는데..

한손에 주방행주를 감고 방에 들어온 남편이 급하게 찾습니다.

 

"소독약, 밴드"

 

 

 

 

얼떨결에 피를 본 마눌이 서둘러서 얼른 소독약을 뿌리고 밴드를 손가락에 감아줬습니다.

 

요리를 하라고 했지, 손을 베라고는 안 했는데, 얼마나 거나한 요리를 하길레 손까지 벤 것인지..^^; 마눌은 이럴 때 속이 상합니다. ^^;

 

손을 베었으니 요리는 중단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밴드를 바른 손가락으로 다시 주방으로 갑니다.

 

 

 

 

블로그 http://mystaroz.blog.me  에서 캡처한 사진입니다.

 

아보카도 씨 바르는 법이 궁금하신 분은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http://mystaroz.blog.me/10172770371

아보카도 씨 바르는 법

 

뭘 하다 손을 벤 것인지 주방으로 따라가 봤더니만...

아보카도 씨에 칼을 박다가 손까지 함께 박은 모양입니다.^^;

 

"아니, 아보카도는 뭘 하려고? 씨를 누가 생선회 칼로 바르냐고?"

 

뉴질랜드에서 샀던 생선회 칼은 낚시해서 생선을 바를 때나 필요했던 칼인데, 남편은 보통 칼이 필요한 요리도 다 이 기다란 생선회 칼을 이용합니다.^^;

 

 

 

 

남편은 다친 손가락에 위생장갑을 끼고서 하던 요리를 계속합니다.

피가 묻은 주방 행주를 보니 마눌은 잔소리가 또 나옵니다.^^;

 

"다쳤음 그만하지, 뭘 계속 하고 있어?"

 

마눌이 잔소리를 하거나 말거나 남편은 계속 샐러드를 버무립니다.

 

"퀴노아 삶아서 샐러드 했어? 거기에 아보카도 넣으려다가 손까지 썰은거야?"

 

샐러드를 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

 

이럴 때는 궁디라도 두드리면서 부상 투혼을 응원 해 줘야 하는디..

마눌은 남편의 다친 손가락 때문에 성질이 납니다.^^;

 

 

 

 

부상투혼으로 남편은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겉만 살짝 익혀야 하는 참치 스테이크는 웰던으로 속까지 아주 잘 익혔고, 퀴노아에는 토마토, 파프리카, 아보카도등 눈에 보이는 야채는 다 넣은 모양입니다.

 

거기에 장식한다고 파슬리까지 썰어서 샐러드 위에 얹어서 요리를 마감했습니다.

 

요리는 맛있었습니다. 푹 익힌 참치는 참치 캔에서 맛보던 그런 질감이었지만, 새콤하게 무친 퀴노아 샐러드는 맛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퀴노아에서 가끔씩 돌 같은 것이 씹히는지라..

부부가 아주 조심스럽게 퀴노아 샐러드를 먹어야 했습니다.^^;

 

요리를 잘 먹고 오늘의 요리에 대한 마눌의 평이 있었습니다.

 

"요리는 맛있었어. 그런데.. 앞으로는 요리 하지 마!

난 손가락까지 썰어가면서 하는 요리는 사절이야!"

 

물론 남편이 마눌을 위해서 하는 요리는 정말 감사하고 황송하지만, 남편이 손가락까지 썰어가면서 하는 요리는 저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느 마눌도 좋아라~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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