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했었습니다.
람사우는 오스트리아의 겨울에 유명한 휴가지중에 한 곳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약간 높은 산동네로 눈이 많이 와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 많고, 호텔도 많아서 조금 돈이 드는 휴가지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사실은 전에 식당주방에서 알바 할 때 그곳에서 만났던 직원에 람사우로 겨울마다 목돈을 만들러 간다고 했었습니다.
한 겨울 몇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거의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면 합법적인 월급 + 불법적인 초과수당 등등해서 짧은 시간에 꽤 목돈을 만질 수 있다고 했었거든요. 한 달에 2~3천유로 까지 벌수도 있다고 한지라, 저도 남편이랑 싸우고 갈데없으면 그 곳에 가서 “목돈”이나 벌어봐? 뭐 이런 생각도 했었고,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도 했었습니다.
“당신 마눌이 소식 없이 안 들어오면 람사우로 돈 벌로 간줄 알아!”
그 람사우를 남편이 올해도 지나가는 말처럼 또 했습니다.
작년에는 지나가는 말처럼 하고는 그냥 지나쳤는데, 올해도 이야기를 하길레 한마디 했습니다.
“스키를 타러 가려면 예약을 해야 할 거 아닌가베?”
“정말 갈래? 내가 정보를 보내줄게 일단 봐봐봐!”
올해는 남편이 정말로 갈 마음이 있는 모양입니다.
마눌이 옆에서 쑤셔도 본인이 갈 의지가 없으면 한귀로 흘려듣고 말았을 텐데 반응을 합니다.
슈퍼마켓체인 "Hofer 호퍼 호텔 전단지"
람사우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산인 닥슈타인 모퉁이에 있는 마을이군요.
별 4개짜리 호텔(이라기 보다는 산장)에 아침, 저녁이 포함된 상품으로 겨울철 스키 여행객들을 겨냥한 나름 저렴한 상품입니다.
가격이 139유로라고 해서 항상 그 가격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고 139유로는 비수기 가격이며, 성수기는 A~D로 나눠서 가격이 달라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저희가 그라츠에 살 때는 시댁인 린츠를 오가면서 중간에 산악지대로 올라가서 노르딕스키를 타고 했는데, 시댁인 린츠에 사는 지금은 제가 스키를 타러갈 시간도 없지만, 마땅히 근처에 갈만한 곳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작년에도 그라츠의 지인을 만나서 갔다 오면서 두어 번 탄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남편이 일부러 호텔(산장)까지 잡아가면서 찐하게 스키를 탈 모양입니다.^^
그렇게 호텔(산장)을 예약한 남편이 마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낼 거야?”
“뭘?”
“호텔 3박 예약했는데, 당신도 뭘 내야지..얼마나 낼래?”
“....”
“당신이 반 낼래?”
“거지 똥꼬에 콩나물을 꺼내 먹어라. 내가 무슨 돈을 번다고 나보고 돈을 내래?”
“당신 노동청에서 나오는 수당 있잖아.”
“인간아! 그렇게 따지면 당신은 나보다 훨~ 돈이 많잖아~
불쌍한 마눌 코묻은 돈을 받고 싶남? 마눌을 위해서 내주면 안 되남?”
“그럼 당신이 10%만 내!”
“그냥 당신 혼자 갔다 와, 난 집에서 열공하고 있을테니까...”
“그럼 얼마 낼래?”
“내가 돈을 꼭 내야한다면... 1유로 낼께!”
“.....”
남편이 대답을 안하는 걸 봐서는 1유로에 낙찰이 된 거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다른 여행은 마눌이 경비를 다 댄다고 제발 가자고 사정을 해도 절대 안 움직이는 인간형인 남편이 이번 여행은 본인이 정말 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마눌은 바라는 여행은 이런 겁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나 프라하(체코)의 호텔2박+조식 상품이 7~80유로 정도에 많이 나옵니다.
차타고 가서 호텔서 자고, 시내 구경 한 이틀하고 오면 좋겠구먼..
마눌이 “쏜다!”고 해도 절대 갈 의지를 안 보입니다.^^;
이런 여행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3박4일간 스키휴가를 떠나게 됐습니다.
산동네니 당연히 볼 거라고는 눈 밖에 없을 것이고...
아마도 사진속의 슬로프를 2~30km 걷게 되겠죠!^^;
사진속의 사람들처럼 스키를 타냐구요?
그건 아니구요. 사진 속은 “스케이팅”타듯이 타는 스키로 이건 다른 종류의 스키입니다.
부부가 나란히 이런 포즈로 스키를 타지 싶습니다.
노르딕 스키가 팔다리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고 타야하는지라, 30분만 지나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면 2~30km을 완주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지라 옷을 넉넉하게 챙겨야 할 거 같습니다.^^;
12월18일 금요일 실습요양원에서 올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나면 12월19일 (토요일)저희는 그라츠로 갑니다. 거기서 지인네 집에서 1박을 하고 다시 린츠로 돌아오는 길에 람사우로 가지 싶습니다. 람사우는 린츠와 그라츠 중간에 있는 곳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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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제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으면 제가 휴가 중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노트북지참”한 여행을 원한다고 했지만, 1유로짜리 여행인지라 저의 희망사항은 전혀 배려가 안 되는 지라,노트북은 못 가지고 떠나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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