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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얼떨결에 하고 있는 나의 요양원 야간 근무

by 프라우지니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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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연방주마다 조금 다른 법이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마다 다른 시간제로

근무를 하기는 합니다.

 

8시간 근무하는 3교대를

하는 곳도 있고,

12시간 근무하는2교대를

하는 곳도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은

2교대이기는 한데,

12시간을 근무하지는 않죠.

 

주간 근무자는

10시간 근무를 하고,

야간 근무자 같은 경우는

출근시간에 따라서 11시간30

혹은 12시간 30분 근무를 하게 됩니다.

 

다른 요양원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야간 근무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 요양원 같은 경우는

야간근무를 원하는 직원만

선택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죠.

 

저같은 경우는 실습생이던 시절

한번 철야근무 맛보기를 했었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2058

 

내가 경험한 요양원 철야근무

제 직업교육은 끝났지만 저의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경험한 “철야근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요양원의 철야근무라도 해도 요양원마

jinny1970.tistory.com

 

 

 

야간근무를 하면 약간의

수당(40유로 정도)을 더 받기는 하지만,

밤낮을 바꿔가면서 하는 일이라

굳이 몇 푼 더 벌겠다고

야간근무를 하겠다고 지원하는

직원이 우리 병동에는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인 경우는

낮에는 아이 곁에서 시간을

보내야하니 야간근무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우리 병동은 대부분이 50

후반이라 굳이 야간에 근무할

필요가 없으니 다들

주간 근무를 하기 원하죠.

 

저는 얼떨결에 야간근무를

하게 되기는 했는데,

조금 더 벌 목적은 절대 아니었죠.

 

작년 봄에 직원 야유회를

갔었는데, 우리 병동의

책임자가 한숨을 쉬면서

야간 근무를 자주 하는 직원들이

여름휴가를 가 버리면

여름에 야간 근무할 직원이

없다길래 그녀를 돕고 싶은

생각에 지원을 했었죠.

 

야간 근무 할 직원이 정말 없다면

내가 할께. 그런데 정말

직원이 없을 때만이야.

누군가 하겠다면 그 사람의 기회를

뺏을 생각은 없으니 참고해.”

 

난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여름만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야간 근무에

코가 꼈습니다.

 

 

4월 야간근무는 2번, 5월 야간근무는 3번.

 

 

한달에 한 두 번은 야간 근무가

배정이 되고, 어떤 달은

4번인 적도 있었죠.

 

한 달에 달랑 8일 근무하는데

그 반을 야간으로 배정하면

어쩌라는 이야기인 것인지..ㅠㅠ

 

작년 11월부터 2월까지

장기 휴가를 갔다가 다시

돌아온 3월에는 야간근무가

없었지만, 4월부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배정된 야간근무.

 

나 혼자 야간 근무하라면

애초에 엄두를 못 냈을 텐데,

병동당 한 명씩 근무하던

제도가 바뀌어서 총 3명의

직원이 근무를 하게 되어

우리 병동에서 2명이 근무하는

짝수 날에만 저는 근무를 들어가죠.

 

야간근무도 주간 근무와

마찬가지로 눈을 감으면

할 일이 안 보입니다.

 

시간대 별로 각 방을 돌아다녀야

기저귀 갈아드릴 어르신도

눈에 띄고, 침대를 벗어나신

어르신도 찾으러 다니고 할 텐데,

 

사무실에 앉아서 열나게

호출을 눌러대는 방만 찾아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자면

병동 안의 해야할 일들이

안 보이죠.

 

야간근무 와서는 그저

밤새 잠만 자다가 아무 일도

해놓지 않고 퇴근하는 직원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내가 잠을 자느라 일을 못했어!”

 

이렇게 말하는 야간근무자를

동료들은 대놓고 타박하지는

않습니다만  뒤에서야

뒷담화 만발이죠.

 

 

야간 근무자가 일 대신에

잠만 자다가 퇴근하면

그날 주간근무자는 몹시, 많이

힘들어집니다.

 

어르신들에 따라서 새벽에

한두 번 기저귀를 갈아드려야

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걸 하지 않으면 기저귀, 잠옷,

배게, 침대에 이불까지 푹 젖은

상태가 되니 전부 싹

갈아드려야 하거든요.

 

아무튼 주간이나 야간이나

근무 시간에 내가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해줘야

내 뒤에 근무를 들어오는

동료들이 편하고,

또 내가 욕을 안 먹는 길이죠.

 

얼떨결에 야간근무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데 야간근무를 하겠다는

직원이 없다 보니

이제는 그만~”이라고 말을 해도

나에게는 여전히

야간근무가 주어지죠.

 

이쯤에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요양원의

야간근무 루틴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8시에 근무를 시작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드셔야 하는

약들을 각방에 갖다 드리고,

10시경에 병동을 한바퀴 돌면서

각방을 열어서 확인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이동하시다가

낙상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시간 별로 병동을 돌면서

각방의 어르신들이 침대에서

주무시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죠.

 

자정이 되면 병동을 또 한바퀴 돌면서

다시 각방을 열어서 어르신들이

잘 계신지 확인합니다.

 

문을 잠그고 주무시는 분들의

방은 열쇠로 문을 열고

가능한 소리가 나지 않게

살살 문을 열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을 깨시는 분들도 계시죠.

 

10시나 자정에 병동을 돌면서

기저귀를 갈아드려야 하는 분들은

기저귀 확인 필수.

 

자정부터 새벽 3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호출벨을 눌러 대시는

분들이 안 계시면 말이죠.

 

새벽 4시 정도가 되면 다시

각방을 돌면서 확인을 하고,

5~6시쯤 다른 분들보다 먼저

일어나시는 분들의 경우는

몸을 씻겨드리는 간병을 해드립니다.

 

야간 근무자가 몇 분의 간병을

끝내 놓으면 주간 근무자들이

조금 편해지니 야간근무를

2명이 하는 날이라면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일찍 깨어 계신 어르신들께

여쭤보고 씻겨드리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7시가 되면

주간근무자들이 출근을 하고

15분동안 근무 인계를 끝내고 나면

715분 퇴근시간에 맞춰서

집으로 출발~

 

 

 

주간보다 야간에 일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야간에 복도를

다니시는 치매 어르신이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밤은 쉬지못하고

어르신이 주무시러 갈 때까지

내내 어르신의 옆에서

감시(?)을 해야하죠.

 

우리 병동에 계신 분들은

대충 5~60여분.

 

나 혼자 야간근무를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인원이지만,

2명이 일하는 날은 그 중에 딱 반만

내가 책임지면 되니

나름 할만한 야간근무이기는

한데 밤낮이 바꿔가면서

일을 하는 것이 중년인 내 건강에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니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나의 야간근무입니다.

 

(어쩌다보니 이 글을 예약으로 올리는 오늘

저는 또 야간근무를 들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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