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빠져있는 ‘넥플릭스’
넥플릭스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내가 보는 것은 “한국 드라마”
아무래도 한국을 떠나서 사니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도 있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사랑과 이별, 고난에
내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는
남편의 끼니를 챙기면서
한쪽에 핸드폰으로드라마를 켜 놓으면
(집중해서 보지는 않지만) 드라마 한편이 뚝딱.
글을 쓰면서도 옆에 아이패드로 드라마를 보니,
글에 집중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를 포기할 수는 없죠.
한국의 드라마는
세계인들도 인정하는 “중독템”이죠.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것이 참 힘이 듭니다.
장보러 가야하는데,
드라마의 멈춤 버튼을 누르지 못해서
장보러 가는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핸드폰/아이패드에 코 박고 드라마를 보다가
하루 종일을 보내기도 하죠.
설거지할 때나 요리할 때는
핸드폰을 장식장에 고정 해 놓고 보고,
글을 쓸 때는 아이패드를 노트북 옆에
두번째 모니터처럼 고정 해놓고 보고있죠.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가 즐겨보는 건 대부분 16회짜리 드라마 위주의 작품.
하루,이틀이면 16회 정도에 가볍게 끝을 내죠.
가끔 긴 드라마를 고르기도 합니다.
“기황후”도 그랬고,
이번에 골랐던건 “나하뿐인 내편”
“하나뿐인 내편”은 “대하 장편소설”도 아니고
길어도 너무 길어서 선택을 망설였지만,
KBS드라마라니 한번 보는 걸로!
이 드라마 속 이야기는 어떤지 모르고
그냥 시작하게 됐는데..
이 드라마속에서 제대로 된
치매 대처법을 보게 됐죠.
우리가 “치매”라고 하는 병은
광범위한 이름입니다.
치매 중에는 “알츠하이머”가 제일 알려져 있지만
들여다보면 꽤 다양한 종류가 있죠.
손, 발을 떠는 것이 대표적인”파킨슨”도 있고,
다양한 혈관 문제로 생기는 치매 외에도
갑상선 기능저하, 만성 신부전, 간기능 이상,
알코올 중독등 다양한 병들이 치매로 이어집니다.
다양한 원인에서 오는 치매라
진행되는 속도로 다르고
나타나는 증상도 다르지만
“치매”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라면
“책장”.
사람의 인생을 책장에 비교합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이렇게 빡빡하게 책이 꽂혀 있는 것이 정상인데,
치매에 걸리면 빡빡했던 책꽂이에서
어느 부분이 몽땅 빠져버리는 겁니다.
가장 먼저 잃는 기억은 최근의 기억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건 어릴 때 추억.
10대~ 90대까지의 인생에서
어느 부분이 없어져 버리기도 하지만,
특정 부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10대의 시간만 책꽃이에 꽂혀야는 상태라면,
치매 노인은 자신의 10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치매 간병의 기본은
“첫째도 관심, 두번째도 관심”입니다.
치매 어르신이 아무리 황당한 소리를 해도
“눈을 맞춰주고, 진심으로
당신이 말을 믿어준다” 는 걸 보여줘야 하죠.
치매 노인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신 나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믿지않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치매어르신이 하는 말에
진심으로 동조를 해주고 맞장구를 쳐줘야 하죠.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 어르신이 복도의 창 밖을 바라보면서
돌아가신 부군과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러면서 옆에 있는 직원에서 묻죠.
“너도 저기 내 남편 보이지?”정신 멀쩡한 직원이 구름 속에 앉아 계시다는
어르신의 부군이 보일리 만무하지만,
맞장구는 쳐야한다니 대답을 해야죠.“네, 잘 생기셨네요.”
이 말에 치매 어르신이 그 직원을 돌아보면서 한마디.
“미친놈”
그 순간의 차이에 어르신의 제정신이 돌아온 거죠.
치매는 순간의 차이에 정신이 나갔다
돌아오기도 하니 직원도 조심을 해야죠.
어르신이 상상 속에 계신다고
맞장구를 치겠다고
나는 안 보는 걸 보이는 듯이
뻥을 치면 안되죠.
어르신이 당신의 영감이 보인다고 하면
그저 옆에서 물어보는 정도로 해야합니다.
“건강해 보이세요?”
“어떤 옷을 입으셨어요?”
이렇게 당신이 보시는 걸 묘사 하시게끔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죠.
금방까지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10대가 되어버린 치매 노인이
“엄마가 기다리니 집에 가야한다”거나
“일하러 가야한다”고 건물을 떠나려고 하니
어르신께 현실을 설명한다고……
“당신은 90살이시고
지금 사는 곳은 요양원이며,
당신의 어머니는 벌써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이런 이야기를 “상상 속 10대인 어르신”께
이야기하면 오히려 어르신의 화를
돋구는 꼴이되는거죠.
“하나뿐인 내편”에서
왕사모님이 시시때때로
자신의 여동생 “명희”를 찾으며
어린시절로 들어갈 때마다
주변인들이 왕사모님에게
현실을 일깨워 주는 것 보다는
그 상상 속에서 사실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죠.
이것이야말로 “치매”에는 딱 좋은 간병 법이죠.
“나는 네 말을 믿는다”
치매라는 것이 날마다
증상이 나빠지는 병이고,
“치매 약”이라는 것을 복용한다고 해도
나빠지는 증상을 조금 더디게 해주는 것일 뿐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는데..
가족이나 주변인이 옆에서 지켜주고,
어떤 말을 해도 믿어주고,
(상상 속)이야기 를 할 수 있게 시간을 주고,
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주는 것!
“관심”
이것이야 말로 돈 안 드는
치매의 명약입니다.
물론 드라마 속은 돈 많은 재벌 집이라
왕여사님이 상상의 나라로 들어갈 때마다
불러달라는 사람(춘심이, 명희, 강기사 오빠)이
다 등장해서 상상 속 인물을
현실로 만들어 조건이 쉬웠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적절하게 치매를 대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요양원에 근무를 해서
어르신이 찾은 상상 속 인물을 드라마에서처럼
바로 앞에 데려다 놓을 수는 없지만
가능한 어르신의 감정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합니다.
엄마를 찾아야 한다고 건물을 떠나려는
어르신은 이렇게 달래 드리죠.
“엄마 금방 오실 거야.
방에 들어가서 밥 잘 먹고 기다리면
오신다고 했어.”
기운이 남아 돌아서 자꾸 건물을 나가려고 하시는 어르신은
휠체어를 타는 다른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게 하고
건물 내를 한바퀴 돌기도 하고,
내가 일하러 이 방 저 방을 다닐 때
카트를 끌어 달라고 부탁도 합니다.
내가 방에서 일하는 사이에
치매 어르신은 복도의 카트 옆에 딱 붙어서
내가 다시 방에서 나올 때까지 날 기다려주시죠.^^
치매 어르신이 상상 속 어느 세계로 들어가서는
“요양원을 나가야 한다”는데,
나가지 못하게 강제적으로 막아버리면
당연히 소리를 지르고,
더 격렬한 행동이 나오죠.
행동이 격해지면 진정제 같은 걸
투약해야 하지만,
가능한 약없이 그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좋으니
어르신이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실 수 있게
화제를 돌리는 방법을 취하기도 하죠.
“하나뿐인 내편”에서 치매어르신을
모시는 방법이 딱 그것이었죠.
관심을 갖고, 옆에 있어주고,
네가 말하는 것이
지금 이 현실인양 믿어주는 것!
그렇게 치매를 대하는
드라마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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