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스페인에서 남편과 함께 출장을 왔던 남편의 직장 동료들을 만났었습니다
그 전에 한 명씩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4명을 한꺼번에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전에 우리부부를 집으로 초대 해 줬던 남편동료가 있었습니다.
아직 20대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라 나이를 물어보니..
30대 후반이라고 하면서 남편 다음으로 부서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고 했었죠.
그렇게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 부서에서 제일 나이가 많다고 사실을 말이죠.
“그럼 Papa(아빠) 파파 테오 네.”
“그치! 완전 아빠지.”
그렇게 농담 같지 않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출장지에 놀러온 마눌이 떠나기 전날.
남편에게 스페인에 왔으니 “빠에야”를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었죠.
그렇게 우리 부부만 저녁을 먹으러 갈줄 알았었는데..
남편의 동료들도 빠에야를 먹겠다고 우리와 동행했습니다.
남편의 동료들은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얼굴보고 인사는 한 상태라 안면만 있는 상태인데, 우리부부의 저녁에 합석을 하겠다니 조금은 의아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으러 남편 동료들과 함께 호텔을 나서기는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전부 모르는 상황.
남편은 마눌에게 “식당을 안내하라!”고 하는데..
나는 5박6일동안 바르셀로나만 왔다 갔다해서 시체스는 하나도 모르는디!
출장와서 젊은 동료들이 저녁에 가벼운 식사인 “타파스“랑 맥주등을 자주 마시러 다녔다고 해서 “맛집 좀 아나?“ 했더니만, 마을을 걸으면서도 나만 쳐다보는 상황!^^;
결국 제가 총대를 맸죠.
아직 카니발 축제중이라 골목 곳곳에 배치된 경찰차로 갔습니다.
경찰 아저씨를 보자마자 한마디 하면서 엄지척을 하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빠에야”
아저씨는 어차피 영어가 안되니 긴 영어 설명은 하나마다.
어디를 가도 바디랭귀지는 진리입니다.^^
아저씨는 저의 물음을 단번이 이해하셨습니다.
“빠에야 맛있는 집!”
옆의 경찰관과 잠시 이야기를 하시더니만 설명을 하십니다.
이제부터가 문제죠.
아저씨가 설명하시는 스페인어 식당 설명을 잘 들어야 합니다.
아저씨가 말씀하신 식당 이름은 이해를 했고, 골목을 따라가다보면 나온다는 이야기인데..
이쯤에서 내 귀에 들리는 한마디.
“200m 투 헌드레드 미터.”
경찰관 아저씨가 스페인어로 계속하시다가 이 말만은 영어로 하셨습니다.
“200미터“를 알아들었으니 이제 쭉 내려가다가 식당만 찾으면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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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았습니다.^^
식당을 찾고 보니 남편의 젊은 동료들이 전에 왔던 식당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왔었는데 예약이 다 차서 먹어보지 못했던 곳이라네요.
이날 저녁 우리는 시체스에서 제일 맛있다는 빠에야를 먹었습니다.
얼굴만 봤던 남편의 동료들.
만나기 전에 남편에게 동료들의 나이를 물어보니 “몰라.”
어떻게 자기 동료들 나이를 모를 수 있는지 싶지만..
외국은 한국처럼 호구조사해서 “언니,동생”으로 촌수를 정하지 않죠.
남편은 벌써 몇 년 같이 근무했음에도 동료들의 나이를 모릅니다. (무심한건가?)
남편이 부서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건 알았지만, 남편 동료들은 생각보다 심하게 어렸습니다. 함께 출장 온 동료들중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온 사람들은 다 20대.
혹시나 “학사 엔지니어”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전무 “석사 엔지니어.”
28살에 이미 직장생활 2~3년차 엔지니어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25살이면 학위를 취득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얼굴만 알았던 남편의 동료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다 같은 28살 동갑이라고 해도 3명의 청년은 제각각이었습니다.
Y 는 28 살에 이미 결혼을 했고 지금 집을 짓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했다는 말에 내가 해준 한마디.
“잘했어. 정말 잘했어!”
서양 남자들이 책임지기 싫어서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결혼은 안합니다.
그냥 동거만 하고 살다가 헤어지면 그만이니 말이죠.
남자가 여자에게 “면사포 씌워줬다”면 잘 했다고 궁디톡톡 해줄만한 일입니다.
책임감 강한 20대이니 말이죠.
8년간 사귄(살던) 여친과 결혼해서 아직 신혼이라는 Y.
너무 말라서 더 키가 보이는 이 친구는 남편도 믿는 듯이 보였습니다.
같은 동갑이라고 해도 J 는 아직 귀여운 남동생 같았습니다.
아니, 나이로 따져보다면 아들 뻘인가요?
“금발의 스페인 여성”을 사귀고 싶다는 아주 잘생긴 청년.
아직 신혼이라 아내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나에게 묻는 Y에게 직접 사기는 약간 부담스러운 비싼 속옷“빅토리아 시크릿”같은걸 하면 좋아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J가 날리는 한마디.
“유럽에는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이 밀라노와 런던에만 있어.
거기에 혹시 사이즈가 안 맞으면 바꿀러 가기도 부담이고..“
J는 8년 살다 헤어진 여친에게는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 선물을 해봤던 모양입니다.
어디에 매장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걸 보니 말이죠.
나름 여자들을 많이 만나온 플레이보이 스타일인데..
상남자 보다는 미소년에 가까운 외모.
(시체스는 “게이천국”이라 시내에서 남녀 커플보다 게이커플이 더 많은 지역.)
우리가 식당을 찾아 거리를 헤맬 때 카페에 앉아있는 게이들의 눈이 다 J를 향하더라구요.
얼굴도 얼마나 작은지 작은 시디 한 장이면 얼굴을 덮고도 남을 크기.
서양인들이라고 다 얼굴이 작은 것도 아니고, 다 잘생긴 것도 아닌데..
J는 잘 생겼다기 보다는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런 청년이라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D는 말없이 조용해서 있는 듯 없는 청년이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툭하고 말을 뱉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테이블위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었죠.
우리부부는 세 청년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유쾌한 저녁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내 독일어 발음도 튀고, 동양인이라 외모도 조금 튀고, 이래저래 튀는 것이 많은 아낙이라 함께 다니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거 의식 안하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함께 거리도 걷고!
남편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젊은 청년들과의 유쾌한 데이트였습니다.
저녁에 호텔로 와서는 헤어지기전 청년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이번에 남편의 출장지인 스페인에서 만났으니 다음 번도 출장지에서 보자는 이야기였죠.
내가 다음번 남편의 러시아 출장을 따라 갈지는 모르겠지만 인사는 그렇게 했습니다.
남편에게 들은 (나를 만났던) 동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내가 나쁘지 않았다고 하니 다음번 유쾌한 데이트를 기대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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