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 있는 사과나무 네그루.
각기 다른 종류의 사과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슈퍼에서 사과를 사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죠.
마당에 떨어진 사과는 “유기농”에 맛까지 있고, 더불어 공짜입니다.
제법 알이 굵은 녀석들이 떨어진지라 아침에 먹을 요량으로 두어 개를 챙겼습니다.
아직 익지 않은 풋사과여서 신맛이 조금 강하기는 하지만 맛있거든요
며느리가 사과를 챙기니 이왕이면 햇볕을 잘 받아 빨갛게 색이 난 녀석만 챙기라고 시아버지가 귀띔을 하십니다. 빨간 것은 아직 알이 작아서 일부러 안 챙겼었는데...^^;
마당에 떨어진 사과는 보는 즉시 시어머니가 버려버리니..
얼른 챙기라고 하셨던 시아버지께 여쭤보았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는 속이 이렇게 상한 상태입니다.
안에 벌레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고, 속이 이렇게 썩은 듯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이런 부분만 잘라내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사과입니다.
새콤 달달한 것이 맛도 그만인지라, 두어개 주어온 사과를 다 먹고 나면 또 마당에서 주어오고는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버리기 전에 이왕이면 큰놈으로 말이죠.
시아버지는 마당 한구석에 앉으셔서 주워 모은 사과를 깎아 작은 크기로 만드셨습니다.
말리시겠다고 말이죠.
시아버지가 말리신다고 하셨던 사과는 “야채/과일 건조기”를 이용해서 말리실줄 알았었는데.. 아빠는 양철 판을 이용해서 사과를 말리셨습니다.
건조기를 이용하면 하루 만에 말릴 수 있는데, “바깥에 널어서 며칠을 말리시려나?“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양철 판에 널어놓은 사과는 겁나게 빨리 말랐습니다.
요새 한낮의 볕은 겁나게 뜨거운데 양철 판이 제대로 달아올랐던 모양입니다.
한 이틀 만에 사과가 이렇게 말라버리는걸 보면 말이죠.^^
잘 말려놓은 사과는 저도 오며가며 많이 집어먹었습니다.
새콤하면서도 끝맛은 아주 달달한 것이 웬만한 젤리는 저리가라입니다.
하루 몇 개씩 떨어지는걸 모아서 말리셨는데, 말려놓은 양은 꽤 되는지라,
아빠는 유리병 몇 개에 차곡차곡 담으셨습니다.
당신이 TV 볼 때 간식삼아서 드실 모양입니다.
파는 사과 칩처럼 아삭한 질감대신에 약간 물렁한 사과 칩이지만,
유기농사과를 직접 까서 말리신 것이라 더 맛있게 느껴지시겠지요.
시부모님을 보면 평생을 살아도 서로가 가진 성격은 변하지 않는 거 같지만,
서로가 다른것을 인정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떨어진 사과를 그냥 버리시는데..
부지런하신 시아버지는 그 사과를 버리시는 대신에 예쁘게 썰어서 말리시니 말이죠.
시어머니는 “아니 왜 사과 칩을 사먹으면 되지 왜 고생을 사서 하나?”생각 하실 것 같고.
시아버지는 “아니 멀쩡한 사과를 왜 버리지? 까서 말리면 두고두고 먹을 간식이 되는데?”생각하시겠죠.
시아버지는 사과가 떨어지면 여전히 한곳에 모으십니다.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되면 또 까서 써는 작업을 하시죠.
시아버지는 한겨울 양식을 여름내 준비하는 개미같으십니다.
땡볕아래에서도 항상 마당에서 뭔가를 하시며 시간을 보내시죠.
심하게 부지런하셔서 적당히 게으른 며느리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시아버지이시지만,
당신이 드실 간식까지 버려질 사과로 직접 만드시는 시아버지를 보면서 저도 배웁니다.
설탕을 넣어 조려 사과잼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햇볕에 바짝 말려서 간식으로 먹는 것이 영양 면에서는 설탕이 듬뿍 들어간 사과잼보다는 나을 테니..
저도 나중에 마당에 떨어진 사과로는 사과 칩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한 30년쯤 후에 우리부부가 이 집을 물려받으면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부모님과 함께한 패스트푸드 외식, 버거리스타 (8) | 2018.08.22 |
---|---|
시어머니 마음에는 안 드는 올해 휴가계획 (6) | 2018.08.19 |
남편이 타협하고 싶어 하는 현실 (6) | 2018.08.18 |
우리부부가 현찰 비상금을 만드는 이유 (6) | 2018.08.16 |
시누이의 선전포고 (21) | 2018.08.14 |
당신은 커리, 나는 카레 (8) | 2018.08.12 |
내가 러시아 오페라를 두 번 본 이유 (4) | 2018.08.09 |
남편도 못 말리는 마눌의 호기심 천국 (14) | 2018.08.08 |
내가 즐기는 올여름 소소한 재미, 모자 꾸미기 (12) | 2018.08.07 |
날 피곤하게 하는 남편과의 기싸움 (8) | 2018.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