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내가 오페라를 두 번 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번 본 오페라를 다시 본 이유는 누군가를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신 분은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83
인터넷검색을 하게 만든 사람, 지휘자 스리랑카 지휘자, Leslie Suganandarajah,
마눌이 작품이 아닌 지휘자를 보러간다는 걸 남편에게도 말했었습니다.
“저번에는 작품을 보느라 지휘자를 제대로 못 봤으니 이번에 제대로 봐야지.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근사한지 보는 사람도 흥이 나게 한다니깐!“
남편도 흔쾌히 다녀오라고 한 것을 봐서는..
마눌이 좋다는 지휘자에게 질투를 느끼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기회가 있고,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을 때 봐두면 좋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있을 때 누리기로 했습니다.
란데스 테아터 웹사이트에서 캡쳐
러시아 오페라인 “에프게니 오네긴”이 바로 그 오페라입니다.
같은 작품을 두 번째 보면서도.
자막을 안 보면 무슨 내용인지는 이해불가한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다시 봐도 공연배우들의 무대는 멋졌습니다.^^;
러시아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이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 정말 멋있는 지휘자를 만났었는데..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지라, 이번에는 오로지 이 지휘자만 보기로 했습니다.
전에는 작품의 중간쯤에서야 지휘자의 모습이 들어왔었거든요.
그리고 작품이 몰두해서 보느라 지휘자를 많이 보지는 못했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 극장의 좌석을 확인 해 보니 빈자석이 아주 많습니다.
물론 저는 공짜고객이지만 제일 좋은 좌석(63유로)을 선택합니다.
어떤 자리에서 보는 것이 지휘자를 가장 잘 볼까 연구를 해 봤지만..
역시나 전에 내가 앉았던 첫 번째 좌석이 답인거 같습니다.
바로 뒤에 앉으면 뒤통수만 보일 테니..
옆쪽으로 앉아서 지휘자의 모습을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앉은 제일 앞쪽의 좌석입니다.
앞좌석과 무대사이에는 웅장한 음악을 연주하는 5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죠.
앞쪽의 모니터를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지난번에 이 오페라를 볼 때 내 옆에 앉았던 할배 한 분이 앞의 자막이 나오는 모니터를 끈 상태로 공연을 보셨습니다.
러시아어를 다 이해하신 것인지 그것이 너무 궁금한지라 휴식시간에 살짝 여쭤봤습니다.
“저, 배우들이 노래하는 러시아어를 다 이해하세요?”
“아니요. 왜요?”
“앞에 자막 모니터를 안 켜고 공연을 보시길레 다 이해하시는 줄 알았거든요.”
"모니터를 켜도 앞에 있는 글이 안보여 읽을 수가 없어서 없어서요.“
어르신들은 이런 어려움이 있었네요.
이런 대화를 하면서 생전 처음 본 할배랑 잠깐 웃었습니다.^^
공연은 시작되고 지휘자가 무대로 입장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어깨 위까지 들어낸 상태에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전에는 못 봤던 지휘자의 처음부터 집중해서 지휘자를 쳐다봤습니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자꾸 자기 쪽을 쳐다보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시더니만, 내 눈길이 자신이 아닌 지휘자에게 간다는 걸 인식한 후로는 지휘자를 자주 쳐다보셨습니다.
저처럼 지휘자의 매력에 흠뻑 빠지신 모양입니다.^^
무대보다 더 지휘자에게 집중해서 공연을 보다보니 아주 재미있는 것들도 발견했습니다.
지휘자가 오페라의 노래를 따라한다는 사실!
나름 알려진 대표곡 같은 경우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 지휘자는 각각의 배우들이 노래하는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기에 합창단이 시시때때로 불러대는 노래까지 자주 따라서 부르는 걸 목격했습니다.
또 재미있는 건 무대 위에 공연하는 배우들이 노래를 불러야 할 부분에 신호를 준다는 것.
주연배우와 조연배우가 4중창을 하는 경우는 각각의 배우에 따라서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 부분에서 손을 살짝 튕기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하면서 신호를 보냅니다.
무대 위를 보는 것보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틈틈이 각각의 배우들에게 노래할 타임을 신호를 보내는 지휘자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1막이 끝나고 Pause 파우제(휴식)시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짧은 휴식을 위해서 빠져나간 자리.
저기 지휘자의 자리도 보입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지휘자가 올라서는 저 곳이 위, 아래로 작동이 가능합니다.
관객에게 인사할 때는 위로 올려서 자신을 드러내고,
작품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 할 수 있게 머리끝이 살짝 보일정도로 내려가죠.
(이번 작품에서는 어깨까지 들어내지만 말이죠.)
요새는 지휘자들도 모니터를 손으로 휙휙 넘겨가며 지휘를 하는 줄 알았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꽤 두꺼운 악보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지휘자가 보는 악보는 여러 가지 악기가 따로 또 같이 배열이 되어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나는 악보에 적혀있는 각각의 악기 이름만 겨우 이해하지만, 이걸 봐가면서 여러 악기를 지휘하고 거기에 배우들까지 컨트롤 하는 지휘자가 참 멋있습니다.
공연 내내 땀을 흘리면서도 웃는 얼굴로 노래를 따라하고,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 배우들, 거의 100 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지휘하면서 너무도 행복한 모습의 지휘자를 보는 내내 저도 덩달아서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이 지휘자를 또 보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에프게니 유네긴“처럼 관객에게 어깨까지 드러내고 연주를 하지 않은 이상..
지휘자가 연주하는 모습만을 제대로 보지는 못하는지라,
이 작품의 마지막 공연을 한 번 더 챙겨봤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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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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