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여러 종류의 서양 매너중 돈에 관련된 이야기.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맞는 말입니다.

정말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서는 하면 안 되는 말이죠.

 

“월급은 얼마 받누?”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드누?”
“집 샀다며? 얼마주고 샀누?“

 

그래서 저도 정말 친하지 않으면 잘 안 묻고, 정말 알고 싶어서 미치겠는 상황이면..

 

일단 양해를 구하고, 한국에서는 서로 공유하는 정보 중에 하나라고..(정말?)

밑밥을 깔고 묻곤 했습니다.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를 안 한다고 알고 있고, 나또한 여간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는데..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상대에게 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삼촌중 한 분이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사업을 하신다는 50대 중반의 직원.

삼촌이 계시니 가면 숙식은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인거죠.

 

“그래서 보라카이는 자주 가?”

“아니. 한 3년 전에 갔다 오고는 못 갔어.”

“왜?”

“돈이 없어서..”

 

서양인들은 돈 이야기 잘 안 한다며?

돈 없다는 이야기를 이런 곳에서 듣게 될지 몰랐습니다.

 

설령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해도 남에게 이렇게 대놓고 솔직할 수는 없죠.

“시간이 없어서..”라던가로 둘러댈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닌 듯이 매년 휴가를 못 간다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적나라한 속사정을 듣고 나니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는지라,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우리요양원 직원들은 제각기 다른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 40시간(주 4일)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주 30시간(주 3일) 일하는 직원도 있고, 주 20시간(주 2일) 일하는 직원도 있고, 주 10시간(하루 근무)하는 직원도 있죠.

 

아! 주 24시간/18시간/ 15시간 근무도 있네요.

 

가끔 근무를 하는 나에게 동료가 물어왔습니다.

 

“너는 주 몇 시간 근무야?”

“주 20시간!”

“남편이 쫌 버는구나!”

“그런 편이지..”

 

근무하는 시간으로 상대방의 경제사정을 한 번에 알아봅니다.

남편이 쫌 버는 집에서는 마눌이 풀타임으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공식이죠.

 

“너는? 풀타임으로 근무해?”

“응.”

“그럼 너무 피곤하겠다. 일을 조금 덜하면 안 돼?”

“돈이 딸려서 시간을 줄일 수가 없어.”

 

두 번째 “돈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돈이 없다(=필요하다)”네요.

 

나 같으면 다른 이유를 댔을 텐데, 더 묻지 않아도 되는 속 시원한 답변입니다.

 

남에게 생활비 얼마, 월급 얼마보다 더 자존심 상한 것이 “돈이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가난한 것인지,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

 

 

 

제가 다녔던 독일어 학원에서 독일어 강의시간 중에 외부강사를 초청했었습니다.

자연재료로 만드는 세제”

 

외부강사가 와서 직접 자연재료로 세제를 만드는 강의인데,

재료비가 들어가니 다음 강의에 올 때는 참가비 5유로를 가지고 오라고 했었죠.

 

다음에 5유로를 가지고 강의에 참석하라는 선생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업종료.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데 아낙 여러 명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넌 올 꺼야?”

“응.”

“5유로 내야 한다는데?”

“응, 그래도 한번 들어보고 싶어. 재미있을 것도 같고..”

“....”

 

소득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는 5유로도 사실 큰돈입니다.

이 돈이면 저렴한 빵은 5kg(이상)을, 밀가루는 10kg을 살 수 있네요.

 

몇몇 아낙은 돈 때문에 5유로를 들고 와야 하는 강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나 외에 또 한명이 아낙만 참석했고, 지난 강의에 나오지 않아서 5유로는 내야한다는 안내를 받지 못한 코소보 아가씨가 늦게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아가씨는 돈을 내야한다는 정보를 모르고 온지라,

그 아가씨가 수업시간보다 먼저 가야한다고 하길레 귀띔을 해줬습니다.

 

“가기 전에 강사한테 5유로 주고가. 오늘 이 강의는 유료 강의래!”

 

 

 

내가 5유로짜리 “자연세제 강의”에서 받는 것들입니다.

자연재료로 만든 물비누와 그걸 만들 수 있는 재료들.

 

따져보니 5유로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정보에 재료들입니다.

 

왜 학생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지 묻는 강사에게 아주 짧게 한마디 했습니다.

 

“5유로를 내는 것이 부담인거 같더라구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5유로 지참하라고 했었던 강의였는데..

사실은 무료였습니다.

 

내가 다니는 독일어학원에서 자체적으로 강사와 계산(?) 했답니다.

 

이런 좋은 정보는 선생님도 당일 날 알았다고 했습니다.

무료인줄 알았다면 모든 아낙들이 다 참석했을 것을...^^;

 

그리고 그 다음 독일어 수업 날.

선생님은 전에 나오지 않는 아낙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정말 5유로 때문에 “자연재료로 만드는 세제”수업에 안 나왔던 거예요?“

“....”

 

아무도 “돈 때문에”수업에 안 나왔다는 말은 안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돈이 없어서”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대답인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돈이 없어서”라는 말은 창피한 일이죠.

 

아무도 대답을 안 하니 선생님이 또 묻습니다.

 

선생님은 속 시원하게 “추가로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무도 그 말을 하지는 않죠.

 

저도 제 동료들이 당당하게 말하는 “돈이 없어서”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독일어 선생님이 아낙들을 자꾸 다그치는 걸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죠.

이곳에서는 “돈이 없어서”가 창피한 대답은 아니라는 걸!

 

결국 선생님이 듣고 싶어 했던 대답은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다른 곳에 가아해서..”

“그날 제가 시간이 없어서..”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아낙들은 제각기 다른 대답으로 선생님의 대답을 피해갔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곳 사람들은 당당하게 “돈이 없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굶주림을 동반한 “가난”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그들의 “돈이 없어서(=가난)”인지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이들의 표현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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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4.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