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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여전히 웃기는 내 독일어 발음

by 프라우지니 2018.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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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민 온 사람들은 거의 현지인처럼 외국어를 구사하지만, 커서 혹은 성인이 된 다음에 이민 온 사람 같은 경우는 외국인 티가 팍팍 나는 조금 다른 발음으로 말을 합니다.

 

제가 오스트리아에 이민 온 것은 아니지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성인이 된 후에 배우게 된 독일어인지라 저의 발음은..“난 외국인” 티가 심하게 납니다.

 

대화는 그렇다고 치더라고, 매주 써야하는 메뉴 주문은 발음이 조금 새는 외국인 직원들은 사실 조금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하지만 피한다고 평생 피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저는 그냥 합니다.

 

사실 매주 식단을 주문받는 이 일을 저는 심하게 좋아라 합니다.^^

조금 새고, 조금 웃기는 독일어 발음으로 저는 메뉴를 불러드리죠.

 

내 딴에는 나름 또박또박 정확하고, 크게 발음하려고 신경 쓰며 합니다.^^

 

실습생부터 시작해 이제 3년째 요양원 근무 중이니..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내 독일어는 잘 알아들으십니다.

 

어르신들은 아무렇지도 않으신데, 가끔 방문한 어르신들의 가족 분들이 내가 메뉴를 또박또박 이야기할 때 “피식 웃다가” 저에게 걸리곤 합니다.^^;

 

내가 웃는 사람을 쳐다보면 자기네 딴에는 얼른 둘러댑니다.

 

“발음이 너무 귀여워서.”

 

귀엽겠죠.

 

우리나라 메뉴로 이야기 해보자면..

“된장찌개”를 “댄잔찌게”라고 하는데 어찌 안귀여울수가 있겠습니까?^^;

 

내 독일어 발음에 대한 에피소드는 아래에..^^

 

http://jinny1970.tistory.com/1829

나의 슬픈 코미디

 

 

 

우리 요양원에는 매주 식단이 바뀝니다.

매주 바뀌기는 해도 사실은 같은 음식들의 반복입니다.^^;

 

점심메뉴 3가지 중에 고를 수 있는 메뉴는 2개뿐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이가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갈아놓은 음식.

 

저녁도 마찬가지로 3가지 중에 고를 수 있는 메뉴는 2개입니다.

 

사실 외국인인 내가 어르신들의 주문을 받으러 다니면 두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째는 내 발음을 잘 못 알아들으시는 어르신들이 있는지라 몇 번 거듭해서 말해야 하고,

소리를 잘 못 들으시는 어르신들에게도 적당한 목소리로 메뉴를 말씀드려야 합니다.

 

잘 안 들리신다고 크게 이야기 하면 “왜 소리를 지르냐?”고 하시거든요.^^;

 

 

 

우리 요양원의 점심메뉴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평균적인 음식들이 나옵니다.

 

점심은 3가지 코스의 음식이 나온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스프가 나오고, 주문한 메뉴를 먹고 나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커피와 디저트가 나옵니다.

 

음식은 메뉴에 따라서 사이드 메뉴나 샐러드가 나오고, 소스나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고기를 안 먹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메뉴중 하나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메뉴입니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월요일은 Selchfleisch Knoedel / Nudeln mit Lachssauce

햄을 갈아서 속을 넣어 만든 경단/ 연어크림소스 파스타

 

경단요리인 Knoedel 크뇌들 (편하게 크뉴들로 읽어도 상대방이 이해함)은 안에 어떤 속을 넣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안에 간 고기나 소시지를 넣으면 짭짤한 경단이 되고,

안에 잼이나 살구 같은 것을 넣으면 달달한 경단이 되는지라 디저트도 되죠.

 

화요일은 Gebratene Kareerose/ Kaiserschmarrn 카이져슈만

구운 고기/달걀흰자를 부풀려서(머랭) 넣은 팬케잌

 

카이져슈만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메뉴 중에 하나입니다.

머랭이 들어가서 부드럽고, 설탕을 뿌린 후에 곁들여 먹는 소스도 나오죠.

 

수요일은 Spaghetti Carbonara, Suesse Palatschinken

가르보나라 스파게티/달달한 앙꼬가 들어간 크레페.

 

가르보나라는 젊은이들만 좋아하는 메뉴가 아닙니다.

이가 시원치 않으신 분들은 국수류가 무난합니다.

 

여기서 알려드리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스파게티를 칼로 자른 후에 수저로 퍼먹습니다.

 

파스타의 원조국인 이태리 사람들이 보면 난리 날 이야기지만, 후루룩 거기면서 국수를 먹는 걸 실례라고 생각하는 유럽 문화인지라...

 

소리 안 나게 하기위해 국수를 썬 것이라 추측합니다.

 

목요일은 Kartoffelgulasch, Fisch gebacken

감자(소시지)굴라쉬/구운 생선

 

굴라쉬도 넣는 종류에 따라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고기를 넣는 굴라쉬가 기본이지만, 감자에 소시지를 넣은 굴라쉬도 이곳에서 자주 해 먹는 요리 중에 하나입니다. 제 남편이 할 줄 아는 요리 중에 하나죠.

 

금요일은 Huehnerfilet in natur Sauce, Gnocchi mit Gorgonzolasauce

구운(것보다는 물에 넣어서 삶은 듯한) 닭 가슴살/고르곤 졸라 소스에 료끼.

 

료끼가 어르신들에게는 참 낯선 파스타 중에 하나입니다.

료끼가 나올 때마다 추가로 이것이 뭔가를 설명해드려야 하죠.

 

“료끼는 감자 크뇌들(경단)에 치즈소스에 버무린거에요.”

 

토요일은 Vanilierostbraten, Topfenauflauf

구운 소고기/ 크림치즈를 넣어 구운 달달한 파이 비슷하게 보이는 음식.

 

일요일은 Rehragout, Gemueseeintopf.

노루고기 스튜/야채 죽(보다는 걸쭉한 야채국)

 

 

 

저녁메뉴는 상당히 간단하게 나옵니다.

저녁을 거나하게 먹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저녁은 아주 간단하게 먹죠.

 

월요일은 Haussulz, Karamelpudding

수육(눌린 돼지 머리 같은)/캐러멜 푸딩

 

화요일은 Gabelbissen, Rahmsuppe

가벨비슨(마요네즈 50%들어간 스프레드)/ (생)크림스프

 

수요일은 Leberknoedelsuppe, Milchreis

간(을 갈아서 속을 넣은) 경단이 들어있는 스프/ 밀크라이스(타락죽)

 

목요일은 Fleischaufstrich, Suesser Manheimer Auflauf

갈은 고기를 넣은 스프레드/ 빵에 건포도등을 넣어 달달하게 구운 (찐빵느낌의) 파이.

 

금요일은 Schinken, Griesskoch

햄/ 그리스(거칠게 간 곡물-우유를 넣어서 만든 달달한) 죽

 

토요일은 Tomatensuppe, Gemuesegratin

토마토 스프/ 야채 그라탱

 

일요일은 Schafkaese, Zwetschkenstrudel.

양젓 치즈/ 서양 자두 파이

 

보통 스프나 스프레드에 빵 한쪽이 나오는 정도입니다.

그리스(거칠게 간 곡물)에 우유를 넣어서 푸딩이나 죽을 만든 것이 자주 나오고,

푸딩도 바닐라/캐러멜/복숭아/초코릿로 종류대로 다양하게 나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던 식사메뉴였는데, 이제는 압니다.

매번 같은 요리가 반복된다는 것을!

 

매번 같은 메뉴가 반복되는데도 어르신들께 식사 메뉴 주문 받기는 매번 쉽지 않는 도전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변하지 않을 나의 독일어 발음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고 개성(웃기는?)있는 내 발음으로 계속 메뉴를 외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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