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쇼핑몰에 있던 커다란 스포츠 매장이 문을 닫는다고 할인에 들어갔습니다.
전제품 20% 할인한다니 남편은 조깅화도, 테니스화도 살 요령으로 마눌과 갔죠.
남편의 물건을 보는 눈은 탁월한 거 같습니다.
같은 테니스화인데 가격이 붙어있는 제품보다는 가격이 붙어있지 않는 제품이 더 맘에 든다고 골랐는데..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던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딱 두배.
비싼 제품을 골라내는 눈이 탁월한것인지...^^
원래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남편인지라 자신이 선택한 고급 테니스화를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테니스 라켓과 여러 가지 물건을 사느라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냥 집으로 가나? 했더니만 마눌을 끌고 등산화 매장으로 갑니다.
“등산화는 왜? 당신 이번에 새로 샀잖아.”
“당신거 사려고.”
“나는 엄마(시어머니)가 신던 거 주셨잖아. 그거 신으면 되지.”
“아니야, 새로 사야지.”
남편은 지금 뉴질랜드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눌을 데리고 여기저기 트랙킹을 해야 하는데 헌 신발을 신고 갈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골랐습니다. Salomon살로몬 제품으로!
고어텍스라 방수도 되니 어디든지 갈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난번에 남편이 사줬던 등산화는 아동화였습니다.
방수가 되는 고어텍스가 아닌 이상한 텍스였죠.^^;
(Gore-Tex 고어텍스가 아니라 Nore-Tex 뭐 이런식의..^^;)
제가 아동화를 산다고 하니 제 발이 작다고 생각하시면 오해십니다.
제 발 크기는 대한민국 여성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23,5cm입니다.
지극히 표준사이즈이지만, 유럽에서는 아동화도 살 수 있는 사이즈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등산화를 사야지..했었는데 딱 걸렸습니다.
100유로짜리인데 20% 할인해서 80유로!
이 신발을 고르니 갑자기 남편이 묻습니다.
“그 신발 사면 당신은 얼마를 낼껀데?”
남편은 항상 모든 것을 살 때 마눌에게 약간의 부담을 주려고 하죠.
필리핀 여행갈 때는 항공권의 50% (조금 안 되는) 300유로를 내라고 했었고,
두바이의 호텔에서 3박했을 때도 50% (조금 안 되는) 100유로를 내라고 했었습니다.
은근히 반반부담을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남편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얼른 대답을 했습니다.
“난 8유로 낼께!”
“왜 8유로야?”
“신발이 80유로잖아. 내가 10% 낼께!”
“...”
별 군소리 없이 남편이 10%를 받아들인 거 같습니다.
그냥 사줘도 되는데 심심해서 해 본 말인 것인지..
(빈말이였는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 8유로를 내라는 말은 안하고 있습니다.^^)
등산화를 사면서 여행용 전대도 하나 샀습니다.
여권이나 현금 같은 것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으니 말이죠.
평소의 남편 같으면 이런 거 산다고 궁시렁 거릴 만도 한데,
이번에는 이 물건을 “왜사냐?” 뭐 이런 투정 없이 그냥 넘어갔습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이런 전대쯤은 하나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저희부부는 서로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슬슬 다시 떠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저는 조만간 제 여권을 갱신하러 비엔나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가게 될 것 같고,
5년 만기가 끝나가는 제 오스트리아 비자를 갱신하게 될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베를린(독일)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관에 제 비자에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게 되겠죠.
남편이 이번에 오스트리아에 머문 2년은 저의 직업교육 때문 이였는데 그 기간은 끝났습니다.
얼마간의 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할 때입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가 있게 되는지, 회사는 퇴사를 해야 하는지, 아님 휴가를 받게 되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편이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이야기 해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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