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유럽에도 봄에는 봄나물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아닌 것도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와 같은 향기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모양이 같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반갑습니다.
조금은 즉흥적인 성격인 저는 가끔은 계획하지 않는 일들을 벌입니다.
올봄에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들인데 하루 동안 해치워 버렸죠.^^
올해는 쑥을 캘 마음도 없었는디..
슈퍼에 장보러 갔다 오다가 무심코 돌렸던 눈길에 밭에 쑥들이 보였습니다.
작년에 한번 해 먹어봤던 쑥.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827
남편 몰래 해 먹은 쑥버무리
이제 막 올라오는 것들부터 조금 키가 자란 녀석들까지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온몸을 흔들어주십니다. 올해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었는데..유혹을 받으니 마음이 동합니다.^^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서 질문과 대답을 합니다.
결국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쑥들이 섭섭해 할 거 같아서 말이죠.
이 밭에 뭔가가 자랄 때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안 심었으니 들어가도 상관이 없죠.
쑥도 뜯다보니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사진의 앞쪽의 쑥에 비해서 뒤쪽의 쑥이 더 작고, 뒷면이 하얗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본 쑥에 가까워서 이것만 열심히 뜯었습니다.
쑥을 찾아서 자꾸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서 한참을 들어왔습니다.
도로 옆인지라 지나가는 사람들(차를 몰고 가는, 혹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이 자꾸 쳐다봅니다.
동양아낙이 밭에서 뭔가를 뜯고 있으니 궁금한 모양입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만, 이곳의 문화가 궁금하다고 묻지 않죠.
원래 쑥을 뜯을 때는 쭈그리고 앉아서 뜯어야 하지만.. 이곳에 쭈그리고 앉았다가는 “저 아낙이 빤히 보이는 저기서 볼일(?)일 보나?”하는 오해를 받을까봐.
궁디를 하늘로 높이 쳐들고 고개만 숙인채로 쑥을 뜯었습니다.
열심히 뜯다보니 비닐봉투에 꾹꾹 눌러서 한 봉지입니다.
뜯는 김에 왕창 가지고 가자 싶어서 많이도 뜯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쑥은 유럽에서는 다년생 잡초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명력도 강한지라 매년 새로 올라오죠.
제가 뜯은 쑥도 새로 자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뿌리에서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뜯어온 쑥으로 일단 공사(?)를 시작합니다.
쑥버무리를 해야 하니 계획에도 없던 밥을 합니다.
그 위에 쪄야하니 말이죠.
제가 뜯어온 쑥을 씻어서 밀가루를 묻힌 것까지는 좋았는디..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냄비에 스테인레스 소쿠리까지 얹어서 쑥버무리를 쪘지만..
역시나 밥 위에 찐 쑥버무리 맛이 최고였습니다.
쑥의 양이 너무 많은지라 그중 얼마는 쑥 부침개에 도전을 했습니다.
집에 있는 야채를 넣어서 쑥 야채전을 해 놓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서 말이죠.
음식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저는 역시 맏며느리감입니다.
혼자 먹을 분량으로 시작해도 해놓고 나면 4인 가족 분량이 나오죠.
매번 음식을 심하게 푸짐하게 만듭니다.^^;
쑥야채 부침도 4장씩 포장해서 4봉지를 만들었습니다.
야채전인데 반죽은 녹차로, 밀가루대신 호밀가루를 넣었더니만..
반죽이 거무튀튀합니다.
나머지 쑥은 된장국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뜯어왔던 엄청난 분량의 쑥을 처리했습니다.
내가 만든 쑥 3종세트 (쑥 버무리, 쑥 부침개, 쑥된장국)은 완성후 다 냉동실로 들어갔습니다.
각각 4~5번은 먹을 분량인지라,
이것들을 다 먹을 때 쯤이면 봄이 훌쩍 넘어가있지 싶습니다.
저와 같이 쑥 3종 세트를 즐기실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맛도 시원치 않고, 진한 쑥향도 외출한 맛이지만,
그래도 봄을 느끼기에는 썩 훌륭한 메뉴입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금한건 아무에게나 물어보세요 (10) | 2017.05.20 |
---|---|
남편이 처형을 위해 만든 한 끼, 스파게티 볼로네제 (12) | 2017.05.18 |
남편을 위한 간식, 초코딸기 (14) | 2017.05.02 |
정성이 가득한 부활절 선물, 진짜 달걀 꽃그림 (6) | 2017.04.29 |
새로 생긴 내 사이클 복 (12) | 2017.04.26 |
벌거숭이 내 디카 (10) | 2017.04.20 |
급하게 조달한 남편의 생일선물 (16) | 2017.04.16 |
참 잘한 기차좌석 예약 (12) | 2017.04.10 |
우리집 Nutella 누텔라 이야기 (16) | 2017.04.09 |
남편의 웹사이트의 방문객 수 (10) | 2017.03.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