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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알다가도 모르겠는 남편의 마음

by 프라우지니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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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여자들은 날씬하던데..) 내 아내는 왜 이리 뚱뚱할까?”

 

아내들은 남편의 배가 나왔어도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죠.

그리고 말도 나름 예쁘게 합니다.

 

“당신 배가 조금 나왔네? 건강에 신경 써야 할 거 같아.“

 

하지만 남편들은 조금 다르게 반응하죠. (내 남편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저 배 좀 봐라, 배 좀 봐!”

 

중년여자치고 배 안 나온 여자도 없으련만...

 

그래도 옷 입을 때는 청바지 안에 뱃살을 차곡차곡 접어 넣어서 옷 입혀 놓으면 괜찮은데..

바지를 벗으면서 동시에 튕~ 하고 몰려나오는 내 뱃살들!!

 

그걸 유일하게 보게 되는 사람이 남편이죠!  남편 앞에서는 옷 갈아입을 때 등 돌리지 않고 그냥 훌러덩 벗어버리고 갈아입게 되니 말이죠.

 

어느 날부터 남편이 아내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뚱뚱해!”

 

우쒸! 나온 배로 따지면 자기는 9개월, 난 3개월이구먼..

뚱뚱하기로 따지면 나보다 한수 위면서.. 자기 배는 안 보이는지...^^;

 

그러면서도 항상 아내를 위해 빼놓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항상 아내 몫을 함께 합니다.

 

“뚱뚱하다며? 왜 그리 아내를 먹이려고 하누?”

 

이렇게 물으면 묵묵부답!

 

매번 이런 식입니다.

 

 

 

어떤 날은 파스타를 해 먹으면서 아내 몫을 남겨놨습니다.

마당에서 따온 파슬리도 위에 장식하라고 함께 뒀습니다.

 

 

 

 

어느 날은 요양원 10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데 주방에 한가득 스테이크를 굽느라 냄새진동.

 

사실 요양원 근무를 하게 되면..

 

오전 10시경에 짧게 간식을 먹고, 정오쯤에 어르신들 점심을 나눠드리면서 또 후다닥 먹고,

오후 5시경에 저녁을 드리면서 후다닥 먹는지라 저녁에 집에 와도 배가 고프지는 않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는 샤워하고 주방 내 자리에 앉아서 시험이 있으면 시험 준비를, 그렇지 않을 때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남들이 쓴 글도 읽고, 제 블로그도 들여다보면서 호작질을 하죠.

 

그. 런. 데.

 

남편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음..

제 시간에 지장을 받으니 짜증이 납니다.^^;

 

“아니, 왜? 하루 종일 잘 있다가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저녁을 하냐고?

조금 일찍 해 먹고 정리 해 놓으면 안 돼? 꼭 그렇게 날 짜증나게 해야 하남?“

 

마눌의 잔소리에 남편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당신이 올 시간에 맞춰서 했는디...”

“왜? 마눌 뚱뚱하다며?”

“....”

 

남편은 퇴근하는 마눌이랑 함께 먹을 요령으로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려면 마눌이 뚱뚱하다고 구박이나 하지 말던가...

 

스테이크에 감자구이와 야채까지 한 접시에 담아서 마눌 턱 앞에 들이미는 남편.

 

“안 먹어!”

“먹어. 이거 당신 꺼야.”

“안 먹어!”

“왜?”

“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날은 거기서 저녁까지 먹고 오는 거 알잖아.

그리고 맨날 뚱뚱하다며?”

“그래도 한 입만 먹어보지?”

“안 먹어. 그리고 배도 안 고파!”

“그럼 내가 스테이크 잘라놓을게 두 조각만 먹어.”

 

 

 

투덜거리던 마눌은 결국 자기 몫으로 남편이 남겨놓은 접시를 들고 남편 옆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한마디는 빼놓지 않고 했죠.

 

“앞으로는 뚱뚱하다고 하지 말던가, 저녁 늦게 마눌 위해 요리를 하지 마!”

“....”

 

 

 

 

그리고 스테이크 하면서 디저트로 준비했던 것까지 가지고 옵니다.

 

여러 가지 베리(산딸기, 블루베리 등등) 류를 설탕이랑 함께 조려서..

아이스크림 위에 뿌린 아이스크림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냥 먹던가 왜 그 위에 뜨거운 소스를 뿌려서리 녹은걸 퍼먹는 것인지.. 이거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남편은 냉동 베리를 설탕에 졸여서 만듭니다.^^;

 

“난 아이스크림은 그냥 먹지.

 이렇게 뜨거운 거 부어서 녹아있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마눌의 저항에도 별로 반응 없이 마눌 몫으로 그릇하나를 주고 자기 몫만 열심히 퍼먹는 남편. 퍼먹다가 씩 웃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맛있지?”

“나 뚱뚱하다며? 이거 먹어?”

“먹어.”

“그럼 나 뚱뚱하다고 안 할 꺼야?”

“....”

 

대답이 없는걸 보니 이렇게 먹여놓고는 계속 뚱뚱하다고 놀릴 모양입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은 또 뭔가를 요리하면서 마눌 앞에 뭔가를 내려놓습니다.

그것도 늦은 저녁에 말이죠.

 

남편이 만든 인도카레에 거기에 난까지.

 

“여기에 또 생크림 한 통 퍼부었지? 난 안 먹어!”

 

마눌은 반항은 오늘도 먹히지 않습니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마눌 몫으로 퍼준 그릇이 비어 나오는 것이니 말이죠.

 

마눌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뚱뚱하다며 구박하는 마눌에게 저녁 늦게 음식해서 바치는 남편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냥 말로만 하는 말일까요?

아님, 혼자 먹기 거시기하니 뚱뚱해지더라도 “이것만 먹어!”인걸까요?

 

가끔 마눌은 남편이 음식으로 하는 행복한 고문을 당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뱃살이 찌기는 했는데... 빼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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